내 딸의 엄마에게 - 아주 특별한 입양 이야기
이정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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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처음 제목을 들으면 사랑에 가득한 남편이, 딸을 낳아준 제 아내에게 사랑을 바치는 헌사쯤으로 여기기 쉽다. 솔직히 나도 편안하고 푸근한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표지에 이끌려 따스한 이야기 좀 엿보고 싶어서 골랐던 책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도, 흔해빠진 사랑이야기도 아니다. 이 책에 붙어있는 부제처럼 아주 특별한 입양 이야기일 뿐이다. 입양한 엄마가 입양 보낸 엄마에게 보내는 공식적인 사랑 고백쯤으로 봐도 될까, 아니면 제 딸이 잘 지내고 있으니, 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이만 마음을 놓고 제 딸을 데려가지 말라고 제 속내를 비치고 있을까. 그녀의 의도가 무엇이건 입양에 대해서 쉬쉬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공개 입양을 하고도 전국적으로 입양한 것을 드러내는 그녀의 행보가 용기 있고 멋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녀는 말한다. 입양된 제 딸이 불쌍한 것도, 입양한 제 가족이 특별한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민효가 불쌍하거나 민효의 가족이 특별하지 않을 순 있겠지만 입양을 했고 입양의 어두운 그늘에 대해 과감하게 말하는 민효의 엄마, 이정애 씨가 용기 있다는 말에는 그녀 자신도 부인하지 못할 것 같다. 분명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한 그녀의 한 발자국은 우리나라의 어두운 입양 실태를 드러낸 하나의 행보임에는 사실일 테니까 말이다.

 

이 이야기는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하나의 주제를 가진 짧은 글들이 모여 구성된다. 각각의 짧은 글들이 따스한 아이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야기도 있고, 묵직해서 가슴을 치면서 읽어야 할 이야기도 있어 입양에 대해서 어두운 추억만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충분히 큰 울림을 줄 수 있겠다 판단된다. 일단 그녀는 두 사내아이의 엄마에, 한 남자의 아내에, 여러 학생들의 영어 선생님이자 영어 원장에,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생에, 사이버 대학의 조교에 다섯 가지 역할을 하느라 그녀의 시간은 무척이나 빨리 간다. 아침에 아이들 깨워서 학교를 보내고 10시까지 청소하고 빨래하고 식사를 준비한 다음 12시에 출근해서 교재를 만들거나 학부모 상담하고 사이버대학 사이트에 들어가 첨삭하거나 일을 도와주고 6시부터 하루 6시간씩 영어를 직접 가르치고 나서 자정 쯤 집에 들어온다. 새벽 2시까지 공부 좀 하다가 자면 또 하루가 지나간 것이다. 24시간 중 한 시간조차 생필품 살 시간도 없어 모든 것을 다 인터넷 주문으로 하는 사람이 바로 그녀이다. 자신의 일을 사명처럼 여기고 세상에서 영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일념으로 무엇이든 도전하는 그녀가 그 어렵고 힘들다는 입양을 결정한 것이었다.

 

입양은 누군가가 특별해서, 아이가 없어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몸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폐쇄적이고 혈연 중심인 민족은 없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입양이란 제도가 일상적이지 않게 된 것은 아닌지도. G7에 들어간 나라인 대한민국이 아직도 해외 입양 3위에 오른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덩치만 컸지, 속 알맹이는 아직 애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 성장해서 잘 먹고 잘 살자, 그것이 혹 나만이라도 빨리 잘 살자하며 경쟁적으로 경제 발전만 이뤄냈지, 그 밖의 정치, 문화나 도덕, 준법, 공동체 의식은 많이 희박하다. 이렇게 수준은 높아졌지만 기부 문화도 발달되어 있지 않고, 정치권부터가 청렴하지 못하지 않는가. 어린 아이들조차 정치인들을 싫어하고 아무도 어릴 때 정치인이 장래희망이라고 적어내는 사람부터가 없는 나라인데, 다른 것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잘못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나라에서 이만큼 잘 살게 된 것에 대한 자부심이라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도 눈을 떠야 할 때이다. 입양은 아무도 모르게 해왔기에 입양한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정책을 바꿔달라고 요구하지도 못했던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라도 비밀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이사를 가고 학교를 바꿔도 어느 순간 입양 사실이 밝혀질 위험을 내포하지 말고 처음부터 떳떳하게 입양 사실을 밝히고 입양한 부모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겠다.

 

나는 가끔 드라마에서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나올 때마다 궁금했던 사실이 있다. 누군가가 남자 몰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아이들이 많다면 나중에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막장 드라마처럼 자신의 혈육에게 사랑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 외국에는 이혼한 사람들도 많고 미혼모도 많다는데 그렇게 미혼모로 낳거나 이혼한 부모의 자녀들이 다른 이복 형제를 배우자로 만날 가능성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친상관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런 혈육 간에 태어난 아이는 유전적 질환을 안고 태어날 가능성이 많은데 이것을 어떻게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정애 씨도 그런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양 절차가 무척이나 쉽고 사후 관리도 전혀 안하면서 끔찍하게도 보호하는 대상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입양아의 생모의 정보이다. 입양된 아이가 병력이 있을 수도 있고 특수한 혈액형을 가질 수도 있는데 절대로 생모를 알려주지 않는다. 혹시라도 아이가 큰 다음에 드라마 같은 일이 생길 수 있어 생부의 성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는데도 기관에서는 알려주지 않더란다. 외국에는 아예 입양아의 병력 때문에 생모와 연락까지 하면서 지내기도 한다던데 우리나라는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는 몰라도 쓸데없는데 힘을 많이 쓴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삼십 대 한 여성이 입양아 두 명과 친딸을 장염으로 죽이고 보상금을 타먹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원래는 입양을 하기 위해서는 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나라에서 입양이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것을 보조해주기 때문에 이런 범죄가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아무도 입양을 시켜놓고 사후 관리를 하지 않으니 아이가 죽어나가는지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서 최소한의 정보조차도 공개하지 않는 기관과 정부는 죽어간 세 아이의 생명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정애 씨의 말에 나도 동의한다.

 

처음엔 단순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야기 같았던 작고 예뻤던 책이, 훨씬 더 큰 울림을 주는 사회적인 책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입양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미혼이라 시도는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입양했을 경우 사람들에게 입양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놓는 순간 싸해지는 분위기 있다는 그녀의 말로 미루어 보아,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가 있음을 암시해주는 것 같아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쉽게 생각하고 내 일이 아니기에 무심히 넘기는 그곳에서 사회적 약자는 아파하고 있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고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혹시 누군가 내 주변의 사람이 입양을 했다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지지해주는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 결혼하면 입양도 고려해보고 싶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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