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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서양고전 - 고전속에서 삶의 길을 찾다
김욱동 지음 / 작은씨앗 / 2011년 7월
평점 :
이 책은 진짜 귀엽고 앙증맞게 생겼다. 표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양서가 가득히 들어있는 서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설렐 만큼 은근한 장서의 기품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서 말한 누구란 물론 책이 한가득 있을 때 뿌듯한 기쁨을 느끼는 애서가에 한한 지칭일 테지만 책을 읽지는 않아도 모셔두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독특한 부류도 요즘 생겨나고 있는 듯 하여 그것도 포함하겠다. 보는 관점에 따라 나도 애서가로 분류될 수도, 책수집가로 분류될 수도 있어 하는 말이다. 표지가 코팅된 재질로 된 것이 아니라서 양장본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장맛비가 계속되는 시기에는 들고 다닐 수 없어 휴대하는 기쁨을 누릴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가을 같이 청명하고 맑은 날 벤치에 비스듬히 앉아 한 꼭지 한 꼭지를 읽어가는 여유를 누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들고 다닐 수가 없어 모셔온 지 꽤 되었는데도 빨리는 읽지 못했지만, 밤에 잠깐씩 읽을 때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상식과 비교하며 교양이 쌓여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시간 순으로 편집되어 있는 책이라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서양 관용어구를 찬찬히 살필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했다던 신탁 경구인 “너 자신을 알라”라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면 될 것이다. 물론 이 경구는 없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유레카! 유레카!” 같이 아주 유명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그 유래와 상황에 따른 용례등을 찬찬히 짚어준다. 사실은 너무나 유명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대충 알고 있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그것을 따로 찾아보기에는 시간이 없고, 그렇다고 누가 물어보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없는 상황에 필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른들이 읽고 아이들에게 알려주기에 그만인 책이라고 하겠다. 어떤 학부모에게 아이들에게 전래동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아이 아빠가 그리스인여서 잘 때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들려준다고 말이다. 그리스분과 결혼하셨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쪽 동네는 그것이 옛날 이야기라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놀라웠다. 그리스 신화는 박식할 수 밖에 없는 아이에게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도 알려주라고 말하면서 상담을 마쳤는데 그 때의 놀라움은 내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임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여러 사람들은 다양한 학식과 상식을 쌓아가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하루라도 그냥 허투루 보내선 안 될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드는 것은 사람은 하루라도 배우지 않고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동양에서는 어르신들께 공경하라는 것이 근본 이념이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양한 정치적 이익이 맞물려서 성리학이 조선의 근간이 되었지만 그 안에서도 배울 점은 많다. 최근에 대학생들이 청소부 어른들께 막 대하는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그것이 화제가 되는 것도 우리 의식 안에는 어른들께 공경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그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쳐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한편으론 들었다. 아직 생각이 깊지 않은 시기에 부단히 경쟁에만 열을 올리도록 아이들을 가르쳐놓고, 말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나쁘다고, 그런 일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은연중에 가르쳐놓고 청소부 어른들을 공경하도록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모순적이다. 나라 자체에서 효도나 어른 공경에 대해 아무것도 한 일은 없는데 그런 것에 당연한 기대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조금 나이가 드니 어른들이 하신 말씀 중 틀린 것이 없다는 말이 와닿는다. 옛 성현들이 말이, 하다못해 속담을 봐도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있는가. 그러니 그런 고전에는 삶의 압축된 지혜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어떤 지혜를 물려주고 있을까 싶었다. 동양의 3분 고전은 이미 봤기에 그런 식의 고전을 상상하기도 했다. 논어나 장자와 같이 짧은 글이지만 은근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경구를 보면서 읊조렸던 기억이 있기에 이 책도 아마 그런 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아니였다. 오히려 서양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열쇠구멍 같은 역할이라고 해야 맞을까. 역사적 인물이 한 말을 통해 그 시대를 알게 되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 말을 쓸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내가 생각했던 종류의 고전은 아니였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서양의 진짜 고전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욕구는 내면에 남아 있기도 하다. 아쉽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던 이 책은 청소년들, 제대로 옛말을 알고 싶은 분들, 서양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파악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