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 - 대통령들의 경제교사, 최용식 소장의 경제학 혁명
최용식 지음 / 알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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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회의주의자란 경제학이란 학문이 실생활 경제를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이 책은 실물경제를 예측하지 못했던 기존의 경제학에서 예측가능한 미래경제학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경제를 예측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제시해주는 책이다. 몇 권의 경제책을 들여다보면서 문외한의 눈으로 본 경제학이란 학문은 학문으로서의 경제학과 실물로서의 경제학이 따로 구분되어 있고, 경제학도라고 하면 의례히 학문과 실물은 다르다라고만 배우는 것 같았다. 심지어 경제학을 잘 모르는 나라도 충분히 현학적인 경제 용어만 몇 개 구사할 줄 알면 경제학자로 이름을 내밀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아무도 경제학자에게 경제를 예측하라고 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 거의 사회통념처럼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드는 망상이었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실제로는 경제학자들은 상당한 식견과 내공으로 많은 것을 알려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서문에 보면, 내 망상을 그저 망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말이 등장한다.

 


특히 필자는 경제학자와 경제전문가의 비판을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글을 발표해 왔고 실명으로 다른 경제학자나 경제전문가를 직접 비판하기도 했지만 경제학계와 경제전문사 사회는 침묵을 지켰다. 이번에는 침묵을 깨고 어떤 비판이든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좋겠다. - p.9

한국의 그린스펀이라 불리는 최용식 소장의 이런 말이 있고 나니, 그렇지 않아도 경제에 둔한데 더욱 더 혼란해져버렸다. 그러니까 대학에 몸담고 있는 경제학자들도 실물경제를 주창하고 나선 재야 경제학자의 활동에 대해 가타부타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은 마치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이 책을 다 읽은 이상 또 이 주제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관심을 두지 못해 이후에 어떤 반응이 있다고 해도 나는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단 위에 인용된 글로 봤을 때는 암암리에 모든 경제학자들이 최용식 소장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학계에 몸 담고 있는 학자이면서 미처 그런 실물 경제를 파악할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의견은 경제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사람이 하는 말이니,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이라고 여기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내 생각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 경제학이란 학문이 이루어놓은 업적을 먼저 살펴 그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기타 다른 이론과 통합하여,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현실 경제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둔다. 원래 경제학이란 학문이 가지고 있던 바로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말이다. 하지만 최용식 소장이 제시한 미래경제학도 완벽한 이론은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고 미리 언질을 해둔다.(p.71) 이 미래경제학의 이론 구조를 보면 3개의 층과 3개의 방을 가졌는데, 순서대로 가격이론, 소득이론, 체제이론이 각각의 층을 이루고, 각각의 층은 또 결정원리, 변동원리, 카오스원리로 나뉘어져 있다. 이중 각각의 카오스원리가 경제현실을 합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 정도만 확인했을 뿐, 카오스현상의 발생원리는 찾지 못했고 체제이론의 결정원리의 정확한 정체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체제이론의 결정원리는 아예 경제학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라 문화사나 역사학, 사회학이나 정치학 또는 미래학의 영역에 속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추측만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미래경제학도 앞으로 더욱 발전해나가야 할 분야이다. 인간이 삶을 영위한다면 당연히 나타나는 경제 영역을 21세기인 지금에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참 희한한 일인 듯 싶다. 우리가 소비를 안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경우에는 생산요소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데, 그런 것을 한데 묶어서 설명해보라고 하면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참 웃기다. 심지어 그런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께서도 말이다. 이렇듯 경제라는 영역은 언뜻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것 같이 종잡을 수 없는 영역 같아 보인다. 그런데 미래경제학에서는 그 점에 주안점을 두고 예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 경제학에서는 경제현상을 정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예측하기 때문에 현실에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다. 기업의 독점적 초과이윤은 현실에서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현상이지만 현 경제학에서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론이 오히려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재화의 희소성과 완전 경쟁을 상정해놓고 경제학을 바라보는데 실제로 재화가 희소하고 완전 경쟁을 한다면 궁극적으로 하나의 독점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가 있는 모습으로,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대부분의 자원은 희소하지만 상대적인 폭을 가지고 있고, 완전 경쟁이 아니라 불완전 경쟁인데다가 모든 것이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결정을 내릴 때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까지 설정해두어야 우리가 바라보는 경제현상을 파악해낼 수 있다. 게다가 경제학의 가장 기초인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일차적인 이론이다. 모든 경제 현상은 한, 두 가지의 단편적인 원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아 움직이게 되기 때문인데 이제껏 현 경제학에서는 이런 식으로 파악하지 않았던 것이 큰 오류를 불렀다. 또한 미래경제학은 시간과 차원이라는 두 가지 범주를 넣어서 동태적으로 파악해야 좀 더 현실과 밀착되게 설명할 수가 있다고 한다. 수요가 높아지는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그 원인이 단지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예 소득이 높아져서 수요곡선 자체가 이동했을 수도 있기에 차원이 다른 경우를 상정하고 파악해야 훨씬 현실을 잘 드러낼 수가 있다.

 

이 책은 참으로 예리하다. 이제껏 우리나라를 침체기에 빠뜨린 여러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근거와 실례를 들어 비판하기도 하고, 경제현실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경제관료나 경제학자들이 경제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켰다며 경제현실과 맞붙어 치열하게 살아온 금융인이나 기업인을 정책입안자로 세우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한다. 역시 재야의 경제학자가 쓴 글이라서일까. 왜 소위 말해 잘 나가는 경제학자들이 최용식 소장의 의견에 가타부타 하지 않는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누가 제 밥그릇을 빼앗기는데 동조를 할 수 있겠는가. 대놓고 부정하는 것도 영 모양이 좋지 못할 테니까 침묵을 지키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고 나니까 한 가지 소망이 생겼다. 최용식 소장이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앉는 것이다. 만약 그런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조금은 우리나라 경제 정책이 살아나지 않을까 싶은데... 1960년대부터 2000대까지 우리나라의 경제를 조목조목 따져서 앞뒤 상황을 파악하고 평가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맡길 수 있는 분이라고 본다. 후기에 이 책을 내는 것으로 제 소명을 다하셨다는 최용식 소장이야말로 꼭 필요한 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제학자들이 설 자리를 마련하기 힘들다면서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라고 하시는 젊은 경제학자들을 향한 소장의 조언은 우리나라 경제학의 전망에 대해 암담함을 느끼게 했다. 그 분이 20년 동안 경제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얻게 된 깨달음이라는 것이 기득권을 차지한 경제학자들의 무반응이라니... 최용식 소장이 서문에서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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