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마 - 빈털터리 고아에서 노르웨이 국민영웅까지 라면왕 Mr. Lee 이야기
이리나 리 지음, 손화수 옮김 / 지니넷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노르웨이에서 국민영웅으로 불리는 라면왕이 있다는 소식은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여러 방송사에서도 방송을 내보냈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지 못해서 그 위력이 얼마나 큰지는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지는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전쟁 통에 다리에 파편이 박혀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노르웨이 병원에서만 무상으로 치료해주겠다고 해서 노르웨이 땅을 처음 밟았던 그 때,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나라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겠지만 그 나라에서도 한국이란 나라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최초로 노르웨이 땅을 밟은 한국인으로서 유명세를 얻긴 했지만 다리를 다 고쳐도 한국으로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진 그가 처음 생각했던 것은 난리통에 돈을 벌게 해준 구두닦이였는데 노르웨이에서는 어떤 장사라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어서 포기해버리고 굶어죽지 않으려고 요리사를 선택했다.
 
어쩌면 그에게는 운명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딱히 요리가 아닐지라도 충분히 다채로운 생각을 해내고 성공도 하고 경영자로서도 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냈지만 그의 시작은 요리였다. 그런데 이런 고된 일에도 충분히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여지는 항상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리사 과정을 다 마치고 호텔에 들어갔지만 처음에는 노르웨이의 교육을 무시한 채 허드렛일만 시켰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열심히 해내고는 좀 더 시간과 공을 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신의 차별성을 여기서부터 그는 드러냈는데, 감자 하나를 깍아도 어떤 감자요리이냐에 따라 모양을 달리 깍아놓는 수고를 했다. 그 수고는 요리사들의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었으며 더불어 이철호의 성실성과 차별성을 드러냈던 것이다. 어쩌면 귀찮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는 수고일 수 있었다. 이철호 씨에게서는 그런 수고로 그에게 기회가 생겼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그런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아무런 보상이 없었을지라도 그는 기쁘게 그 일을 했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어떤 누구도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것을 기억할 때에, 성공을 목표로 하거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일 것이다.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역량이 되어 나중에 그 어떤 일을 할지라도 그는 그만큼의 내공이 쌓인 것이니 절대로 손해봤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인격이 성숙해지고 인생에 대해서 겸허해지고 겸손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름 난 그리스도인들 중에서는 그런 시련과 역경이 없었던 인물이 전혀 없다. 그 말인 즉슨, 사람인 이상 우리는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기만 하면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발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잘난 줄 착각도 하게 된다. 전에 봤던 『빌딩부자들』이란 책에서도 단지 돈에 대한 책이지만 의미심장한 구절이 있었다. 저자가 만나봤던 100억 미만인 부자들은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지만 100억 이상 되는 부자들은 항상 겸손해하며 부자란 때가 맞아서 되는 것이지 인간의 힘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등장했다. 그들도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그런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기에 절대로 헛된 고생은 없는 것이다.
 
이철호씨가 어느 정도 이름 있는 요리사가 된 이후에 다른 아이템을 찾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라면이었다. 한국에 와서 처음 맛본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한국의 농심이란 회사와 계약을 맺고 공급을 하는데 이 때도 독특한 그만의 방식이 등장한다. 계약을 맺을 때는 무조건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맺어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계약에서 손해봤다는 마음이 들면 그 이후에는 재주문은 없을 테니까 처음에는 손해봐도 그냥 전시만 하다가 나중에 큰 주문이 밀려들어오게 되었다. 실은 농심은 자신의 상호가 그대로 나가길 바랐지만, 이철호 씨는 노르웨이에서 그가 가진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고 자신의 이름을 이용하면 더 잘 팔릴 것을 설득해서 밀고 나갔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더 큰 공급망과 계약을 할 때도 무리라고 보이는 계약금을 달라고 하면서 라면의 가치를 믿었고 실제로 그 때 부른 계약금을 상회할 정도로 대박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노르웨이에는 다른 라면도 많이 생산되지만 가장 비싼 이철호 씨의 라면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한다. 요리사였기에 매운 맛을 빼고 좀더 기름진 맛을 첨가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한 나라의 국민영웅으로 교과서에 실린다는 것은 대단히 큰 영예일 것이다. 그러나 그 나라가 타국일 경우, 그 영예는 어쩌면 상상할 수 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위대한 노르웨이 훈장까지 받게 된 그에게는 아마도 아낌없는 찬사만이 필요할 것이다. 그가 겪은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과 두려움과 참혹함을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것에서 얻은 그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처세술은 그의 큰 자산이 아닐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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