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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EBS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제작팀 엮음 / 지식채널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요즘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알레르기 중 가장 으뜸인 아토피와 그외 알레르기 비염이나 알레르기 천식, 식품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에 관해 EBS 다큐프라임에서 나온 것을 묶은 책이다. 아무래도 영상은 볼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으니 이렇게 책으로 나오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을 수 없다. 나만 해도 EBS 다큐프라임에서 나오는 여러 좋은 프로그램을 한 번도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전에 EBS 다큐프라임에서 나온 책 중 아이들에 대한 책 하나를 봤는데 내용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표지나 여러 디자인의 세련됨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이번에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식채널이었다.
아토피 증상이 심한 아이들과 부모들을 심층 취재를 해서 호전된 증상을 보인 것과 심리 치료를 병행해서 우리가 아픈 아이를 키울 때 쉽게 간과해버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잘 집어준 책이다. 아토피 증상은 면역과민반응으로 생기게 되는데, 면역 체계가 병원균에 대해 반응해야 할 것을 해롭지 않은 물질에 대해서도 과민 반응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환경이 점차적으로 깨끗해져서 우리의 면역 체계가 반응할 만한 병원균이 없기 때문인지는 확실치는 않으나, 기생충이 아직도 과도하게 많은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이런 알레르기 반응이 거의 없다니까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미 생긴 아토피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올바른 것일까?
우리가 약의 부작용에 막연히 생각하는 약물은 스테로이드가 가장 으뜸인데, 여기에 등장한 여러 부모들도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해서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서 대체 요법에 의존해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특히 냉온법이라고 해서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에 반복해서 들어가는 것인데 이것이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방법이어서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효과가 있는 방법이냐 하면 또 그렇지가 못해서 안타까웠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피부가 이상하게 변했다고 하거나 약을 평생 써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그런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것인데, 피부가 약해져서 염증이 생기고 그 때문에 간지러우니까 긁게 되면 피부의 염증이 더욱 심해지므로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는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스테로이드 연고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거의 십년 전에 이런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공포가 국가적인 차원으로 커져서 미용 요법 같은 대체 요법이 성행했는데 치료 효과는 보지 못하고 많은 사기 행각까지도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다가 국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협회에서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해서 연구를 했는데 효과적인 사용법만 알면 특별한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았단다. 원래 먹게 개발되었던 스테로이드 약은 당뇨와 백내장이란 극한 부작용을 일으켜서 바르는 연고로 대신했는데, 이것은 인간에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호르몬의 일종이라서 꾸준히 바르게 되면 우리 몸은 이 호르몬을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끊을 때 바로 끊게 되면 몸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서서히 줄이는 방향으로 끊어야 한다고. 이런 성향의 약이었기에 그동안 우리에게 오해를 일으켰던 것이다.
또한 스테로이드 연고는 신체 부위에 따라 흡수율이 달랐던 것도 공포심을 조장하는데 한 원인이었다. 팔뚝은 1%정도라면 얼굴은 7%나 흡수가 잘 되기에 팔에 바를 때는 중증도의 연고를 바르고, 얼굴은 가장 약한 강도의 연고를 발라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라야 하는 부위별로 연고의 종류를 달리하고, 횟수나 분량도 정확하게 의사의 처방대로 한다면 더이상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심은 없어질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러 부모들도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상담을 거치고 호전되는 다른 아이들을 보고서는 마음을 바꿔먹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아토피는 염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계속 긁어대기 때문에 호전될 수가 없어 우선 염증 치료가 우선이라 스테로이드 연고만한 것이 없는 것이다.
그 외에도 무조건적인 식이 제한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알레르기 체질인 아이들이 제한해야 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고단백이거나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한 음식이기에 아이들의 영양 섭취에 큰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한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20cm나 작은데, 그것도 엄마의 잘못된 식이 제한 때문이어서 안타까웠다. 일단 아이들이 식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 전문의의 검사를 받고 난 후에 그런 것이 없다면 식이 제한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까 알고 제대로 반응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해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일수록 엄마가 보여주는 반응에 의해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엄마가 아토피 때문에 미안하게만 여긴다든지, 긁는다고 혼내기만 한다든지, 아토피에만 반응하고 다른 감정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다든지 할 때는 아이가 잘못된 정체성을 가질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토피로만 아이를 바라보지 말고 아이 그 자체는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반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이를 키울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아이가 아프기만 해도 부모는 죄인이 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다. 이런 것은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해결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정부라면, 이런 문제를 가진 가정에게 어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지 생각해볼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