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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차별화다 - 미국을 사로잡은 슈퍼스타 소매점 25
조지 웨일린 지음, 박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대형할인점과 프랜차이즈가 득세하는 요즘 시기에 소매점으로 살아남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를 제치고 슈퍼스타 소매점이 있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그런 대형할인점이 동네에 들어오는 바람에 작은 동네 슈퍼가 얼마나 문을 닫고 또 새로 개점을 하는지 상상도 못 한다. 내가 사는 이 동네만 해도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소매점이 여섯 군데나 포진해있었었다. 그 사이에서 우리 소비자는 양귀자 씨의 『원미동 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자그마한 가격 경쟁의 이익을 누리고 있었는데, 그만 그 중 하나가 폐점을 해버렸다. 가격 경쟁의 이익을 누릴 때는 좋았는데, 막상 한 소매점이 폐업을 해버리고 나니까 마음이 왜 그리 좋지 않은지... 다들 먹고 사는 것이 힘드니까 소매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 같아 더욱 안쓰러웠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양상은 좀 다르다. 소매점이긴 하지만,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그런 소매점이 아니다. 여기 등장하는 가게들 중 몇십 제곱미터밖에 되지 않는 로위나스 음식점을 제외하곤 다들 기본적으로 천 제곱미터는 훌쩍 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 가게를 소매점이라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만,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이니까 가능한 것 같단 생각만 들 뿐이다. 이런 소매점은 유명백화점과 월마트로 대표되는 대형할인점과 경쟁을 하지만, 절대 밀리지 않는 강한 포스를 가진다.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처럼 여러 곳에 우르르 생기는 것이 아니라서 사장이 직접 한 점포만 신경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비용 절감을 위해 그런 프랜차이즈에서는 배송이나 서비스 부분에서 외부 용역업체를 채용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큰 치명적인 단점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진다. 주인이 제 것처럼 하는 것과 고용인이 돈을 받고 하려는 모습은 정말 다르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또한 여기에 소개된 가게에서는 종업원들에게 어떤 품목에 따라 따로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손님에 맞는 물건을 성심성의껏 골라주고 안내해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인센티브제도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빨리 팔기 위해서 돈이 되는 손님에게만 친절한 모습을 보인다면 나중에는 어떠하겠는가. 그것을 진정 손님들이 못 알아차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런 대단한 슈퍼소매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규모뿐만 아니라 당연히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대부분의 가게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말인 바로 이것이다. “고객에게 중심을 맞췄다.” 그것을 위해서 당장의 손해가 극심해도 굴하지 않았던 한 가계의 선택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들 독특한 것이 가게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큼지막하게 세워놓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손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서만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였을 뿐인데, 그것이 이렇게 큰 소매점을 만드는 데 큰 일조를 했다. 다른 모든 기업에서도 ‘고객 중심’을 위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부 업체를 이용하는 본사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소망이었기에 소매점에서 큰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가구에서부터 식료품까지, 가정용품부터 골프 관련 용품이나 서핑 관련 용품을 파는 것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심지어 가장 큰 파월 서점도 있는데, 없는 것이 없는 서점으로 알려져있다. 희귀본, 소장본과 같은 물건을 찾고 있다면 무조건 파월로 오기만 하면 누구나 찾아줄 것이다.
책의 목차로는 독특화 전략, 전문화 전략, 고급화 전략, 서비스의 차별화까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읽다 보면 그렇게 나눈 구분이 무색할 만큼 모든 가게가 독특하고 전문적으로 분화되어 있다. 물론 비싼 물건만을 취급하여 상류층만을 공략하는 가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가게는 두루두루 이 전략들을 다 갖추었다고 보면 된다. 한 시간씩 차를 타고서라도 오게 만드는 전략이라면 얼마나 뛰어날지 궁금해진다. 미국과 한국의 생활 스타일이 다르기에 한 사간씩 차를 끌고 쇼핑하러 갈 순 없지만, 한국에 있으면서도 꼭 가고픈 가게가 몇 생겼다. 그들은 자신의 가게가 그 지역의 명소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는데, 진짜 그 서비스가 어마어마하다. 제이바스란 식료품 가게는 거기 있는 어떤 음식도 시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짜 가보고 싶다. 어떤 음식이든 먹고 싶다고만 말을 하면 종업원들이 맛을 보게 해준다고 하니까 진짜 놀랍다. 그만큼 자신들의 음식에 자신이 있다는 것일 텐데, 우리 나라의 소매점은 파리만 날리고 대형할인점은 그런 서비스가 없어도 사람들이 미어터지게 돌아다닌다. 그러니 아쉬울 따름이다. 제이바스의 맛이 정말 놀랍다고 하던데, 꼭 가보고 싶다.
그 외에도 갤러리 퍼니처는 모든 가구점에서 하지 못한 당일 배송 당일 조립을 해내고 인정을 받고 있다. 그것은 손님이 사면 그 때서야 주문을 해서 1~2주 뒤에서나 경우 받게 되는 다른 가구점과는 다르게 갤러리 퍼니처는 어마어마하게 큰 부지를 창고로 사용하고 있기에 그날 당장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식사를 모든 종업원과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공급되고, 어떤 물건이라도 사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은 가방에서부터 공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갤러리 퍼니처의 사장 맥은 그 지역 사회에게 자기가 받은 것을 적극적으로 환원한다. 무료로 학교나 교회에 가서 강연해주고, 자연 재해로 집이 날라가버린 수재민에게 가구를 제공하기도 하고, 학교에는 무료로 가구를 제공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공모해서 그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가구를 선물하는 등의 여러 사회 사업도 이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대단한 성공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까지 도달했던 것이다. 그의 선행은 다른 성공보다도 훨씬 그를 빛나게 보이게 해주었다. 그런 그가 생각했던 것은 최고의 소매점이 하지 않은 일이 뭐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이렇게나 성공할 수 있었다고. 누구나 이상적인 것을 최고로 여긴다. 그러면 그런 이상적인 것을 행동으로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 때문에 항상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