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연의 오늘의 수학
이광연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네이버 캐스트 「오늘의 과학」 에서 수학 산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적인 수학을 전파한 이광연 교수가 또 책을 냈다. 이때까지도 많은 책을 낸 그는 대중적인 수학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학자이다.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수학을 접하고 살면서도 항상 수학은 어렵고 싫은 과목이라고 인식하는 무지몽매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주기 위해 그가 나섰다. 나도 꽤 들어본 책 이름을 보면서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중고등 교과서 집필까지도 했다니까 무한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생각해보면 전문화된 학문의 세계에 매진하여 학문적인 성취를 한 다음에 그에 대한 대중적인 글쓰기를 하는 것은 인류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서평과 같은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근이 되어서야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처해 있는 환경이 그다지 전문적인 분야가 아니라서 아쉬울 따름이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수학에서 재미를 느끼고 그것을 글로 전달하는데 기쁨을 느끼는 이광연 교수님이 무척이나 부럽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다. 문제를 풀 때에 느낄 수 있는 희열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고 문제 푸는 것도 즐기지만, 수학에 대한 재미를 책으로 꼭 읽길 좋아한다는 것이다. 특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와 같이 어렵고도 독특한 문제에 대해서 매혹되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책 읽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책에 등장하는 수학적인 지식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대략 읽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넘어가고 파고들어서 문제까지 풀어야 할 것은 푸는데, 이 책은 반반이었다. 이미 배웠던 수학 공식이지만 손을 대면서까지 풀고싶지는 않는 마음을 알까. 어쨌든 상세하게 등장하는 수학 계산식은 좀 머리 아프지만, 그 계산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만 이해하면 그 다음의 내용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공룡의 보폭과 다리 길이를 이용해서 공룡의 달리는 속도를 구하는 것이었다. 여러 공룡을 소재한 영화를 보면 인간들과는 공존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사납고 빠를 것 같았는데, 그 계산식으로 보면 그다지 빠르지 않은 동물이었다는 것이다. 100m를 18초에 달리는 사람은 환산하면 시속 20km로 달리는 것이라서 충분히 공룡을 따돌릴 수도 있다고 하니까, 공룡이랑 살아도 종족 번식의 어려움은 없었을 것란 것이다. 수학이 아니였다면 이런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정말 놀랍다. 또 다른 책에서도 봤는데, 보통 공룡의 크기는 조랑말 정도의 몸집이고 가끔은 닭 정도의 크기를 가진 것도 있다고 한다. 물론 거대한 공룡도 있긴 하지만 그것이 생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였다는 것이다.

 

이광연 교수가 말하길, 과거의 수학과 현재의 수학은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수학 분야에서의 미래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것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보 보안 분야만 해도 그렇다. 1과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양의 정수로 나누어지지 않는 정수인 소수는 아직 인간에게 그 비밀이 밝혀지지 않아서 정보 보안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었던 것인데, 리만 가설만 풀릴다면 이 세계의 정보 보안 체계는 극도로 혼란스런 양상을 띠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푸는 것도, 풀게 된 이후의 것도 우리는 예측할 수 조차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황홀하고 묘한 세계인 수의 세계가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존재도 수학적인 공식으로 표현해낼 수 있기에 신비스럽지 않은가. 현실은 3차원만 가능한 세계이지만, 수학적인 체계를 이용한다면 4차원, 5차원뿐만 아니라 100차원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고, 그 안의 다른 가설로 인해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까지 도출이 가능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2차원 안에 반지름이 1인 원을 네 개를 만들어놓고 네 개의 원과 접하는 작은 원의 반지름을 구할 수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처음에는 그 지름은 당연히 1보다 작게 된다. 그러나 4차원을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명한 조건 중 하나가 반지름이 1인 원의 안쪽에 접하는 원인데도 5차원부터는 그 지름이 더 커져버리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100차원에서 나올 수 있는 인접한 원의 반지름은 9가 되어 조건보다도 더 커지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100차원이 인식이 되지 않지만, 그런 상황도 인정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렇게 수학적인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고차원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또 없으니 얼마나 놀라운가.

 

가끔 보면 수학자들은 뜬구름을 잡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메르센 수가 그 중 하나인데, 2의 거듭제곱에서 1이 모자라는 이 수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수학자들을 보면 신기했다. 전엔 몇 년에 한 개씩 찾아내는데, 지금은 한 해에 하나씩 발견하고 있단다. 그것도 펜티엄급 컴퓨터를 19일 정도를 가동해서 찾았던 것이라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수이다. 생각해보면 그것을 찾아서 뭐하나 싶을 때가 있다. 이것말도고 몇 개의 수에 이름을 붙여서 계속 찾아내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모여 나중에는 소수의 비밀이나 메르센 수의 비밀을 풀어낼 때가 오겠지만, 지금 현재로 봐서는 공상에 가까운 것 같아 쉽사리 이해되진 않는다. 그런 현실성이 결여된 부분이 내가 수학에 빠져들게 하지는 못했던 것 같은 생각이 가끔 든다.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란 이유는 살며시 빼놓고. 하지만 그들의 이런 노력이 모여서 우리가 보고 있는 많은 기술적인 편이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니까 수학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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