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탁월함에 미쳤다 - 공병호의 인생 이야기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공병호’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국내 1호 1인 기업가의 길을 걷고 있는 공병호 소장은 여러 모로 뛰어난 족적을 남긴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내겐 딱 한 권의 책이 남긴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각인되어 있었다. 그 이후 그가 낸 수많은 책들을 본 적이 없어, 그에 대한 내 평가는 항상 가치절하되어 버렸다. 첫 인상이 오래 간다고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책에 대한 첫 인상이 상당히 오래 간다. 그래서 유명하고 이름 있는 그의 책을 다시는 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내 게으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전에 읽었던 단 한 권의 책은 그의 이름에 대해서만 기억하게 했을 뿐, 정작 그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실속 없는 사람이 겉모습이 화려하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처럼 책만 예뻤을 뿐이다. 그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이 정도의 글은 나도 쓰겠다!’였으니, 그 때의 내 평가가 얼마나 부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종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 해에 300여 건의 강연을 함에도 매일 집필을 꾸준히 한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런데 그 때의 내가 본 그 글은 비전문가도 쓸 수 있는 정도의 수기였기에 내게는 별로 매력적으로 비춰지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그 때 호기심으로 그의 전공분야와 관련된 다른 책을 읽었다면 내 부정적인 생각이 순식간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었을 테니까 말이다.
자기경영이니, 자기관리니 하는 말은 요즘 들어 많이 사용하는데,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모든 것을 ‘경영’이라는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한 것일 뿐, 사실 다들 해왔던 것이다. 그런 것이 좀 더 확실한 스킬이 등장해서 일반인도 좀더 용이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게 제공되었을 뿐, 원래 특출난 인물들은 그렇게들 해오지 않았던가. 물론 이것도 다 책에서 제공받아 알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멋들어지게 말하는 인생철학은 어딘가 아쉽다. 전에 읽은 『빌딩부자들』이란 책에서도, 공병호 소장이 말하는 것처럼 부자가 되기 위해서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현재의 즐거움보다는 미래의 풍요로움을 즐기기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여러 방안들을 말하고 있고, 또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맞긴 하지만,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정말 그렇게 쉴 틈 없이 달려가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병호 소장은 언제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던가. 그것이 30대인지, 60대인지를. 미리 젊을 때 그 대가를 지불해놓으면 노년이 편할 수 있고, 만약 젊을 때 미래를 위해 대비를 해놓지 않으면 노년에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이다. 한번 더 말하지만, 다 맞는 말이다. 특히 공병호 소장의 경우에는 20대의 특유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치열한 노력과 쉼없이 달려온 근성으로 대체했기에 50대가 된 지금 남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되었다.
그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있을 때도 얼마나 쉼없이 달려왔는가. 그도 말했듯이, 사기업에서는 성과가 바로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요령을 피울 수 없다고 하지만, 연구소 같은 곳은 그럭저럭 일한 듯 하게 보일 수 있는 느슨한 곳에서도 그는 항상 일을 찾아다니면서 했다. 그 당시에는 별로 돈이 되지 않는 기고도 칼럼부터 해외 신간을 요약해주는 것, 그리고 뜨고 있는 사업가 몇몇을 인터뷰하겠다는 것까지 스스로 기획해서 제의할 정도로 그는 뭔가에 몰두해온 사람이었다. 그런 선택과 집중이 현재의 공병호 소장을 만들어왔다는 것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가 해왔던 치열한 일처리와 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고나 방송 출연 등이 옳았던 방법임도 부인할 수 없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본 여행이나 - 이젠 평생 못가게 생겼다. 일본에 원자로가 문제 생겼으니 - 그가 일에 매진하며 스스로 몰아붙였기에 파생했던 온갖 부정적인 것들, 즉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 사내 정치에 휘말리게 된 것이나 어려울 때 도움을 주었던 사람의 신의를 매정하게 저버린 것이나 자신의 정체성을 재점검하지 못해 오랜 시간 쌓아온 인맥과 경력들을 다 팽개치고 순간의 충동에 못 이겨 이직을 한 것들 같은 그의 삶을 돌아봤을 때 더 풍요로울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다.
특히 자신이 가진 모든 경력들을 버려두고 전직한 기업에서 그만둘 때 손을 내밀어 준 일본의 객원 교수의 신의를 저버린 것은 절대 있을 수 없었던 일이다. 서문에서 공 소장이 말하길, 그를 실제 만나보면 소탈하고 구김살 없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놀라워한다고 했었나. 그런데 그의 인생 역정을 들여다 보니 놀라워할 것이 하등 없었다. 자신의 마음이 가고자 하지 않아서 먼저 손을 내밀어 일본에 잠시 머물 곳을 찾아달라고 해놓고서 냉큼 철회해버린 결정은 자기만 생각하는 못된 이기심 때문일 것이고, 연구원으로 있을 때 사내 정치에 휘말린 것은 평소 덕을 베풀지 않아 사람들을 다독이지 못한 그의 인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니까. 그도 시인하길, 그 때는 자신의 일에만 전념하느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하지 못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 그가 반성한 것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시인보다는 튀면 그만큼의 시기 질투를 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지 않은가. 쉬지 않고 노력하고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동료 연구원에 대한 시기를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노력도 안하고 남 험담하기만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당연히 노력한 자에게 보상이 더 많이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보상 차원이 아니라 그가 시발점이 되어 그 연구소가 다 성장할 순 없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가 진짜로 소탈하고 구김살이 없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사견이다. 그 당시에는 아마도 그가 조금은 공격적이지 않았을까. 성공만 생각하고, 앞으로 갈 것만 생각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삶이었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그에게 반성이라는 단어가 있었을까 의문이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토요일,일요일마다 시행하는 자기경영 아카데미는 사실 리더십에 대한 것이 아닌가. 자기 자신을 움직일 수 있는 경영 프로그램을 그에게서 사람들이 사는 이유는 실은 공병호 소장의 리더십에게서 한 수 배우고 가고 싶은 바람인 것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자기 자신을 구하는 자기만을 위한 행위가 진정한 공감을 불러일으켜서 다른 사람들까지도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 않은가. 공병호 소장이 뭐 대단한 위인이라고 인품까지도 요구하느냐 하면 뭐, 할말은 없다만 그 당시 그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그도 50대가 된 지금에서야 지금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반성이 있고, 공감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을 가리켜 공감을 잘 하는 강연자라고 하는데, 그 공감은 그가 나이가 먹었고 쓰디쓴 실패를 경험했기에 얻어진 것이다. 철없던 30대에서는 그런 것이 있을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도 유학시절 자신을 잠식해왔던 불안과 초조감 때문에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좀 더 여유롭게 접근하지 못했던 것과, 학위를 딴 후 현지에서 직장을 얻어서 좀 더 현지화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때 그가 미국에서 첫 직장을 얻었다면, 조금만 더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졌다면 그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1인 사업가’가 아닌 세계에서 통용되는 ‘1인 사업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가 일궈낸 모든 것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쉬지 않고 달려온 그의 근성에도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가 하는 모든 행동에, 한 가지 덧붙여 대학생들과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목표를 정해 쉬지 않고 달려오되, 아침과 저녁에는 감사와 반성을 해야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의 현재를 만들어온 모든 것에게 감사를 하고, 하루를 마감하면서 반성을 한다면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현재를 즐기고, 그가 되고 싶은 무언가가 되는데 있어 너무 성과에만 연연해하지 않고 그 자체를 기쁘게 긍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