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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시작했습니다
히라사와 마리코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작고 아주 귀엽게 나온 책이다. 게다가 응용력도 대단해서 이 책에 등장한 대로 따라하기만 하더라도 베란다를 다양한 용도로 꾸미기에는 제격이다. 특히 전체적으로 따스한 일러스트로 되어 있는 책이라서 손쉽게 읽을 수 있을 수도 있고, 아기자기한 그림 속에 빠질 수도 있다. 손글씨와 일러스트를 특별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책을 최상의 소장 가치가 있는 책으로 보는데 이런 특별한 책을 만나게 되어 참 기쁘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한 해에 출간되어 나오는 책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 나와 만나 깊은 생각을 소통하는 책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좋은 책도 많고, 실용적인 책도 많지만 나랑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은 극히 찾기가 어렵다. 또한 다양한 책들이 봇물 같이 쏟아져 나오니까 책을 고르는 방법면에서도 내가 신중하지가 못한 것을 가끔 본다. 그러나 책의 종류는 다양해서 마음을 나누어야 할 책도 있지만, 이렇게 응용해봐야 하는 책도 있다. 이 책은 당연히 후자인데, 그냥 설명으로 나올 수도 있는 것을 그림으로 일일이 그려주는 정성을 보여준다. 저자가 일본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까 아무것도 당연한 것은 없더라. 그러니 이런 책이 나온 것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금물이다. 언제나 감사해야지... 어쨌든 얇고 작고 간단해서 한 번에 읽어버렸다. 앙증맞아서 계속 읽게 되는 책이다.
베란다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어쩌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것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베란다를 터서 거실을 넓게 지낸다거나 정원으로 꾸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TV에서 봤는데,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던 그것을 이 책에서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본의 아파트에 딸려있는 베란다는 우리나라의 그것처럼 건물 안에 있지가 않다. 아니다, 한국의 아파트는 샤시 공사를 하기에 하나의 완성된 건물 안에 베란다가 있는데 일본의, 이 저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샤시 공사를 하지 않아서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었다. 만약 샤시라는 것이 있다면 답답하게 보일 것 같은 구조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책을 보고 적용할 때는 구조가 다르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베란다에서 물빠짐이 안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천인공노할 일일 테니까 말이다. 당연히 베란다에 세탁기나 화분을 놓을 수 있도록 물도 빠지고 수도도 설치되어 있는데 이 책에는 수도꼭지도 없고 물이 빠져나가는 하수구도 없었다. 그래서 그것에 맞게 흙을 깔고 잔디로 깔았는데 나름 괜찮았다. 완전한 콘크리트 바닥에 흙을 깔고 그 위에 살아있는 잔디를 깔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나름 충격적이었는데, 일본에는 그런 공사를 해주는 전문점까지 있으니 한국에서도 찾아보면 충분히 가능할 듯 싶다. 잔디를 깔기 위해서는 먼저 튼튼한 비닐 시트를 깔고 그 위에 울퉁불퉁한 플라스틱 재질의 합성수지를 깔고 중간에 움푹 패인 부분은 펄라이트(진주암)이란 돌로 메워야 한다. 그 위에 흙이 흘러내려 가지 않도록 침수시트를 조심스레 깔아놓은 다음, 그 위에 모래처럼 보이는 흙을 깔고 물을 충분히 뿌려 모래가 날리지 않도록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타일 상태로 된 잔디를 조금씩 틈을 줘가며 늘어놓고 잔디 표면에 흙을 휙휙 뿌려주면 끝이다.
바닥을 다 했으면, 이제 전체적인 배치를 마무리해야 한다. 일단 옆집의 시야를 차단시키기 위해 나무 판자로 벽을 만들어 세웠고, 그 위에 정원 용품을 걸어두거나 작은 다육식물을 종이화분에 심어 걸어두어도 운치있다. 적당히 분위기 있게 녹이 슨 난간에는 물이 빠지는 소재로 된 가방을 매달아놓고 알로에나 작은 꽃을 심어두었고, 저녁 시간에 무드를 주려고 걸어둔 핸드메이드 랜턴은 모로코에서 산 민트티 유리컵에 철사로 엮어 고정시켜두고 속에 작은 양초를 넣어두면 된다. 그리고 에어컨 실외기를 나무로 만든 탁자로 씌워 활용도가 높은 탁자로 쓸 수 있게 만들면 이제 완성이다. 이것을 보면 베란다는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훨씬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되거나 덤으로 생긴 공간으로 쓰거나 둘 중 하나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범한 것도 생각만 잘할 수 있으면 훨씬 다채롭게 꾸밀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말고도 베란다에서 잠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도 등장하고, 창가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일단 창가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아크릴 물감으로 커튼에 간단하게 선만 그리는 것과 창문에다가 간단하게 그림을 그려놓는 것, 이 두 가지인데 정말 간단하면서도 그 효과가 크다. 또 모빌을 만들어서 매달거나 종이를 오려서 오브제를 붙여도 색다르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조금만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으로도 베란다는 확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을 명심해야 한다. 봄이 성큼 가까이 온 이 때에, 베란다를 봄으로 변신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