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함께 사계절 아동문고 58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고향옥 옮김, 이선민 그림 / 사계절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일학년, 초등학교 일학년, 중년인 아빠... 이 세 명이 가족의 전부인 도키오 가족은 반 년전에 엄마를 잃었다. 그것도 교통사고로~. 아무 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마마보이인 도키오는 그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렸다가 겨우 이제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어쩐지 공부할 마음이 나지 않는 중학교 일학년인 나는 모든 일에 흥미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돌아가신 엄마야 여섯 살이나 어린 동생 차지였으니 특별히 이런 이상한 기분이 엄마가 돌아가신 것과는 상관이 없을 거였다. 하지만 학원도 땡땡이 치고, 밴드 연습도 나가기 싫고, 여덟 시가 훨씬 넘어서야 집에 들어가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여섯 시면 집에 기어들어온다. 이게 웬일인 걸까.... 이래 봬도 이상하게 되기 전까지, 나는 가나가와 현에서 도쿄 중심지에 있는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는 장거리 통학생이었다. 뭐, 그만큼 공부를 잘했단 말씀이지, 흠흠.

 

그런데 내 의욕 저하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났다!! 말을 안 하다가 이제 겨우 하기 시작한 것은 좋은데, 도키오가 집에 왠 애완동물을 기른다느니, 그것이 용이니 하는 헛소릴 지껄이지 않는가. 마마보이였던 도키오가 엄마를 잃고 얼마나 큰 충격에 휩싸였을지는 이해는 가지만, 이렇게까지 망가져야 하는 걸까. 하지만 이게 왠걸? 나는 얼떨결에 그 아이의 말을 받아주고 말았다.

 

“저어, 네 애완동물 용 ...... 뭐였지? 으응, 포치였던가? 저어, 그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데, 알려 줄 수 있겠니?”

 

심지어 불러오겠다고 하는 녀석에게 이렇게까지 망가졌다. 헉!!

 

“아, 아냐, 됐어. 형은 보기와 달리 꽤 낯을 가리는 편이라, 처음 보면 몸이 얼어붙어서...”

 

집에 오는 길에 요코하마 역 구내 서점에서 산 상담책의 지도를 받아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고, 도키오에게 말을 시키니 그 포치라는 놈은 반 년전 도키오가 잃어버린 개를 주워왔다가 아빠에게 혼난 후부터 우리 집에 왔다고 한다. 엄마가 용의 알을 주셨다나 뭐라나~ 어쨌든 잃어버린 엄마 대신 잔소리도 하고, 감시 비슷한 것을 하는 포치는 도키오에게 유일한 친구인 듯 했다. 그러니까 과대망상, 자폐 뭐 그런 거 아니야? 어쩌지? 아빠에게 말해야 하나?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에 일어난 나를 보는 도키오가 예사롭지 않다. 하긴 이 시간에 일어난 것 자체가 기적이긴 하다. 계란 프라이를 해주고는 도키오를 데리고 야외로 나가서 놀았다. 그러니까 생애 처음으로 둘이 논 시간이었다. 왜 데리고 나갔을까? 겁만 많아서 귀찮게만 하는 동생인데... 어릴 적부터 병이란 병은 다 가지고 있어서 엄마를 독차지해버린 녀석이라 무시해버리기로 했는데... 나도 엄마가 필요했다고!! 나에게도 엄마가!! 하지만 엄마는 도키오에게 그랬단다, 형과 아빤 완벽해서 엄마가 필요없다고~ 뭐야, 엄마! 엄마가 먼저 그랬잖아, 나는 형이라서 참아야 한다고. 나도 엄마가 필요해!!

 

아빠에게 도키오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 녀석 용이란 망상 동물을 가지고 있다고. 평소에는 괜찮냐는 말은커녕 안부 인사도 가당치 않아 하시는 아빠께선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약한 모습을 보이셨다.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맡으셨는데 사람을 자르는 일이 어렵다나 어쩐다나.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도키오가 아닌가. 내 말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던 아빠는, 도키오의 학교에서 온 부모 소환장에 길길 날뛰셨다. 아직까지 글도 알지 못하고 의욕 없고 친구도 없는데 가끔 광분해서 날뛰는 도키오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엄마가 돌아가셔서 그런 반응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냐고 정신병원에 넣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고 막아보려지만, 아무도 돌봐주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병원에 가는 날, 그 녀석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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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죽음으로 상실감을 겪지도 못한 채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아빠, 어린 동생 때문에 엄마를 잃어버린 듬직해야만 하는 장남, 그리고 어린 마음에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용을 만들어낸 도키오... 각자 상처가 있어서 정상적인 삶을 만들어가지는 못하면서도 서로 보듬어주지도 못하는 가족입니다. 아마도 구심점이었던 엄마가 안 계셨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엄마가 계셨어도 그 상처가 보듬어졌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만 보면 엄마가 살아계셨을 때부터 아빠는 저녁조차 집에서 드시지 못할 정도로 일에 치여 사셨거든요. 아마도 그것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하나의 몸부림이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을 겁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무뚝뚝했던 것이 아니라 일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니까요. 그리고 엄마에겐 장남이 아주 듬직하게만 보였나 봅니다. 그도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직 어린 아들인데 말이죠.

 

각자의 위치가 주는 책임감과 고난이 이 가족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도키오에겐 형은 위대한 사람이고, 엄마는 필요없는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형은 아빠를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엄마도 장남을 그렇게, 남편을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날이 올까요? 저는 이미 왔다고 생각합니다. 장남이 평소와 다르게 집에 일찍 들어온 날부터, 무언가가 소통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여섯 날이나 어린 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그의 시작이 아마도 그들을 더욱 강하게 결속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아마도 이것이겠지요. 상대방을 이해하는 한 마디 말이나 행동, 그것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아, 어쩌면 엄마의 자리가 빈 그 그것이 겉으로는 완벽하게만 보였던 이 가족이 뭔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모든 것을 참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인내하셨을 테니까 가족 내의 보이지 않는 균열이 나중에는 어마어마하게 커져서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몰랐는데 말이죠. 가족은 하나의 유기체일 순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유기체 중에서도 표현하지 않으면 소외라는 병으로 인해 한 지체를 잘라내야 하는 순간이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자식들을 다 키운 뒤에 엄마에게 찾아오는 공허감은 무시할 수준이 못 되겠지요. 가끔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엄마의 인생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 자식들이 인생을 경험하고 자아를 실현할 동안 그녀의 자아는, 인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를 말이죠. 이 동화는 분명 가족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엄마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싶어요. 아니면 묵묵히 일만 하시는 아빠에 대해서든지요. 요즘 속으로 눈물 흘리는 부모가 많은 것 아시나요? 내 새끼 잘 되라고 제 살 깍아먹는 부모이시기에 그렇습니다. 우리 부모님의 마음은 언제쯤이나 헤아려질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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