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물리 여행
최준곤 지음 / 이다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최준곤


  호기심 많은 물리학자 최준곤은 1984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었으며, 1992년 이후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애쓰고 있다.
  세상의 모든 현상들은 서로 얼키고 설켜 많은 영향과 효과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대중들에게 읽히기 쉬운 글을 일상의 테이블에 많이 올리고 있으며,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와 강의를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소리를 질러봐』,『양성자 구조에 대한 현대적 이해』,『수리물리학』,『양자역학』등의 책을 펴냈다.



 

 

과학 분야하곤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요즘에는 오히려 나와 관련이 없어보이는 분야의 책이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생물 분야는 귀에 쏙쏙 들어왔으니 내가 일하는 분야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고, 그것에 탄력을 받아 이제는 고등학생 때 제일 자신 없었던 과학 영역인 물리에 도전해보고자 했다. 그 다음으로 어려워하는 영역은 지구과학의 별자리 찾는 부분, 그 다음이 화학 부분이었기에 사실상 나는 생물 말고는 잘 하는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러나 왠걸, 역시 물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특출난 몇몇에게만 주어지는 능력인가 싶었다. 고등학교 때의 물리 시간으로 착각할 만큼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읽어도 글자만 읽을 뿐 머릿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지식의 탐구란 헛발질일 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전부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머릿속에 쏙쏙까지는 아니였어도 대략 이해도 되고 재미있기까지 했는데, 내게 좌절감을 불러일으킨 분야는 바로 [3단원 기후] 편의 [달 반대편의 밀물]이었다. 한 번 들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다음 번에도 그 트라우마 때문에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던 과거 기억이 있는데, 이번의 경험으로 한 번 더 증명된 것 같다. 달의 중력으로 인해 지구에 밀물과 썰물이 생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원리가 무엇인지를 고등학생 때도 이해 못했는데 지금도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태양의 중력이 크긴 하지만 거리가 워낙 멀어서 달보다는 그 영향력이 미약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밀물과 썰물은 달의 중력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데, 그것만 생각하면 지구에서는 밀물과 썰물이 한 번씩밖에 오면 안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밀물과 썰물이 두 번씩 진행되니 그 부연 설명이 뒤따라 와야 하는데, 영 알 수가 없다.

 

그 외에는 평소에 궁금했던 부분이 등장해서 재미도 있었고, 생활에 유용하기까지 했던 참 좋은 지침서의 역할을 해주었다. [1단원 빛], [2단원 소리], [3단원 기후], [4단원 전기 및 자기현상], [5단원 물체의 움직임], [6단원 생활 주변 이야기] 로 총 여섯 단원으로 나뉘는데, 원래 내가 싫어했던 물리 분야는 힘이나 일률 나오는 부분인데, 오히려 이 책에서는 [5단원 물체의 움직임]이 훨씬 재미있고 신기했다. 고야이는 6층 이하에서 떨어지면 많이 다칠 수 있지만, 그 이상에서 떨어지면 덜 다친다고 하는 것도 여기에서 배웠다. 이것은 가속도와 속도에 대한 이야기인데, 6층 이하의 높이에서 떨어지면 가속도를 느낀 고양이가 무서워서 움츠러들고 그러면 공기의 저항을 받지 않기에 더 빨리 떨어지고 크게 다치지만, 7층 이상에서 떨어지면 일정 수준의 속도를 느끼게 되기에 고양이는 느긋해져 다리를 넓게 벌려 착륙 준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7층 이상에서 떨어진 고양이 하나가 이빨 하나만 나가고 멀쩡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엔 쉽사리 이해되지 않지만, 충분히 가속도와 속도는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다. 학교 다닐 때는 속도 구하는 공식을 적용하는 것이 어려워 애먹었었는데 참 별나다.

 

게다가 평소에 궁금했던 전자렌지([4단원 전기 및 자기현상)에 대한 설명은 탁월했다. 마이크로파를 쏘아 보내 물 분자의 진동을 일으키고 그것으로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를 배우면서 그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싶었다. 예전에 전자렌지의 문을 조금 열고 돌린 누군가가 내장이 다 익어서 죽었다는 루머를 들었던 적이 있어서 전자렌지가 위험하지는 않은지 평소부터 궁금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집에도 전자렌지도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마이크로파를 인체에 쏘이면 어떤 영향이 있는지 밝혀낸 것은 없고, 아직 악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도 없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악영향을 끼친 증거가 없다고 해서 실제로 없는 것은 아니니 안심할 수도 없다고 하셨다. 특히나 내가 들었던 소문은 전자렌지 문 앞에 설치된 금속 철망 같은 것 때문에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속시원히 밝혀줘서 좋았다. 역시나 공부는 궁금한 점이 있을 때 훨씬 이해가 쏙쏙 잘 되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종이 은은하게 아름다운 소리([2단원 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사실은 서양의 종소리에 비해 우리의 종소리가 아름답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라 이 부분이 유익했다. 서양의 종은 작아서 은은하게 메아리치는 맥놀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종은 커서 진동수가 비슷하고 소리의 세기도 비슷한 두 개의 소리가 섞이면 맥놀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치는 에밀레 종에 아이를 보시해서 만들었다는 끔찍한 전설이 붙어있는 것도 다 맥놀이 현상이 예술적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서, 막연하게 궁금증을 품고 있었던 것을 해결되어 좋았다. 이런 궁금증을 어디가서 풀겠나. 뭐,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 찾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난 맥놀이 현상을 알게 된 것보다 서양 종이 은은한 여운이 없다는 것이 더 새로웠지만 말이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물체에, 현상에 대해 속시원히 말해주는 것이 이 책이다. 물론 밀물, 썰물 이야기는 여전히 내겐 오리무중이지만. 이 부분은 동생에게 자문을 구할 것이라 특별히 속상하진 않다. 이공대를 간 동생 하나만 있으면 이런 상식적인 수준의 물리는 충분히 해결가능한 것이니까 문제없다. 그래도 평소에 알지 못하고, 알려고 들지도 못했던 내용을 이 책 덕분에 다시 들여다볼 수고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예전에는 밀물과 썰물의 원리를 모르고 있다는 것에서만 만족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굳은 머리를 굴려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교양 과학서적은 유익하다고 본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가 아니기에 더욱 편한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과학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 나름 합리적으로 생각한다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일반 교양 선에서 부담 없이 읽을 만한 책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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