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즐토브
제이나 레이즈 지음, 임현경 옮김 / 다음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은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한 능력일 것이다. 하지만 불쌍하기 때문에, 나보다 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보다 불우한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적선하듯이 돕는 것은 진정 돕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조국을 선택하지 못한다.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다. 그저 태어난 그곳에서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 내가 전쟁이 일어난 베트남에 태어나지 않아서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게 된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돕는 행위는 그저 자신이 잘났으니까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 당연히 내가 값없이 받은 고마움을, 그 빚을 갚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러니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할 것이 남을 돕는 행위일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면, 당연히 국제시민으로서 우리는 그들의 어려움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베트남에서 유복한 생활을 하던 메이는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베트남에서 모든 것을 잃고 쫓겨났다. 많은 가족들이 한꺼번에 망명할 수는 없어서 먼저 장녀인 메이를 필두로 가장 어린 린과 넷째 남동생 뚜엔이 먼저 뉴욕으로 망명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졌는데 이들은 그나마 추위와 파도, 두려움과 굶주림만 싸우면 되었지만 그외 운이 나쁜 사람들은 해적을 만나기도 하고 폭풍우를 만나 배가 뒤집어져 죽기도 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겪었다. 어쩌면 나도 그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미개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다른 인종에,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나면서, 특히 도와주어야 할 사람을 만나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자신이 사실은 없다. 우리는 단일 민족이라는 허울 아래 우리 말을 어눌하게 쓰는 사람들을 뭔가 어리석은 인간 취급을 하지는 않는가. 외국 노동자들의 이주가 많아지면서 심심치 않게 동남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편견과 오해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런 베트남 ‘보트 피플’ 입장에서 낯설고 두려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메이의 입장과 미국에서 사는 강인한 신념을 가진 한나의 이야기가 교차해서 등장한다. 마리화나나 피우고 온갖 쓰레기 같은 생각만 머릿속에 집어넣는 학교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고 싶어 하는 한나는 어디에서나 외톨이이다. 그렇다고 해서 집단따돌림을 당한다거나 심리적으로 상처가 많은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이들보다 좀더 성숙하고 좀더 어른스러울 뿐이라 그런 외로움을 꿋꿋이 견뎌낸다. 그렇게도 싫어하는 학교를 절대 빠지지 않고 스스로를 견뎌내니까 말이다. 그런 그녀가 드라마를 보다가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본 뉴스에서 ‘보트 피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지구를 위한다고 엄마가 한번만 블루데밍 백화점에서 옷을 사라고 애원할 정도로 항상 누가 입다가 판 벼룩시장에서 옷을 구하는 한나에게 이만큼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런 상황에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한 한나는 여러 곳에 전화를 한 끝에 베트남에서 망명한 푸엉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드. 디. 어!!

  인종과 나이를 뛰어넘어 우정을 이룬 푸엉과 한나 네 가족은 그 이후로 30년간 관계를 만들어갔다. 서로에게 필요뿐만 아니라 꿈과 희망을 채워준, 서로에게 삶의 목표가 되어준 관계였다. 단순히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영혼을 채워주는 관계... 그런 관계를 맺었기에 30년간이나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맹목적으로 도움을 주기만 하는 관계이거나 받기만 하는 관계는 얼마나 삭막한가.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없으면 한 순간이라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뼛속 깊이 깨달으면 어쩌면 푸엉과 한나의 관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나로서는 이해 밖의 현상이지만. 이 이야기가 실화였다는 사실도 내 생각을 바꿔야 할 좋은 이유가 되었다. 실제로 이런 만남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데 그것을 부인해봤자 소용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처음 보고 내 친족처럼, 내 영혼의 반쪽처럼 느껴지는 것은 실제론 경험해본 적이 없긴 하지만 상당히 멋진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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