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식탁을 탐하다
박은주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살면서 음식을 빼놓고서는 인생을 논하기가 힘들 정도로 음식은 우리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어찌 진정 인생을 즐긴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나이가 들어서는 점점 음식에 집착에 가까운 광적인 모습을 보이는 지라 때때로 제어하는 애를 먹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진정 식도락가의 유희를 즐기고 있는 지경이다. 무엇을 먹든 그것이 당신 자체라는 말처럼, 우리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향유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내가 이것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것은 먹는 것이 결국에는 내 몸을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였다. 물론 먹으면 살이 찌거나 내 몸 어디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이제껏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일명 불량 식품에 폭주한 순간 그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복합적인 합성식품은 먹어서 그리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깨달음을 얻고 나서도 금방 그 식탐이 제어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몰랐을 때보다는 알게 된 이후가 훨씬 내게 득이 된다. 적어도 내가 ‘나쁜’ 것을 먹고 있다는 인식은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확실히 나이가 들면서 먹고 싶은 음식의 종류의 가짓수가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음식을 체험할 기회가 어릴 때보다야 더 많지만 내가 찾게 되는 음식의 가짓수는 적어진 듯 하다. 이름도 모르지만 내 머리속을 아른거리는 음식은 내가 어릴 때 엄마가 해주시던 그 때 그 음식일 뿐. 그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음식이 아닐까 한다. 음악이나 냄새, 소리도 충분히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푸근한 마음이 들면서 행복해지게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은 음식을 먹는 것이니까. 예전에 일본만화 『심야식당』을 본 적이 있었다. 평소 내 취향대로라면 결단코 빌려서는 안되는, 그리다 만 것 같은 그림체이긴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간 노스탤지어와 페이소스를 보고 있으면 그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동생도 얼추 보더니만 너무 슬프다면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약간 아쉽고 우울한 그런 이야기가 우리네 인생사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완전히 중독된 것처럼~

 

그 만화책에서는 어떤 주문이라도 다 가능하는 심야식당에 손님들이 자신의 추억을 먹고 마실 수 있게 추억의 음식을 부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추억이 얼마나 값지든 초라하든간에 그 식당은 아주 멋진 식당이고, 그 손님들도 제 추억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손님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점차 음식은 추억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신 찌개 종류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아른거리는 나도 그 시절의 추억이 그리워서 그것이 먹고 싶었던 것일테니까. 유복하게 자라지는 못했어도 많이 빈곤하지도 않았던 내 어린 시절은 돌아갈 수 없어, 더욱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런데 우리가 유명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그런 추억의 음식이 있었을까 궁금하다. 이 책을 보자면 상당히 많은 명사들이 제 좋아하는 음식 하나를 가지고 와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소개를 하는데 진짜 그들이 먹었던 음식으로 그들의 과거를 유추해볼 수 있었다. 과감하고 고혹적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마릴린 먼로까지도 그녀를 대표하는 샴페인을 가지고 나와서 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녀의 이미지에 아주 딱 들어맞는 음식이었다. 또 스스로를 ‘지식노동자’라 규정하는 발자크는 쓴 커피를 하루에 70장 정도 마셨다고 하는데, 그렇게 커피에서 나온 힘으로 부지런히 작품을 썼다고 하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쌀을 원했던 호치민이나, 군인적에 먹었던 소박한 치킨 마렝고를 잊지 못해 행군할 때는 계속 먹였던 나폴레옹도 있고, 엘비스프레슬리의 정크푸드나 헤밍웨이의 모히토도 있으니 각가지의 음식을 따라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사실은 여기에 나온 음식들 중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모르는 음식이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그 유래와 상황까지도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정말 뜻하지 않은 수확인 듯~!

 

다 읽고 이런 박식한 정보를 구한 저자가 뭐하는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서 앞날개를 보니, 기자이셨다. 사실 별 기대없이 펼쳐든 책이라 작가가 누구인지 서문을 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시간에 쫓겨서 마음 편히 책을 읽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었다. 아무래도 저자와 나는 나이도 경력도 연륜도 다르지만, 음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새로운 음식들을 소개받는 기쁨과 그네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몰랐나보다. 기자가 뜬금없이 이런 책을 내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워낙 먹성도 좋고 먹는 것에 조예가 깊으신 분 같아 반가웠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음식을 싫어하는 자는 없으니, 이 책은 앞으로도 많은 독자를 만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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