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뚝배기 하실래요? - 입맛 확~ 당기는 손맛 한 그릇
정경지.손유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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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SH (정경지 & 손유진)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큰 디쉬’(정경지)와 웹디자이너 출신 ‘작은 디쉬’(손유진)는 시누이올케사이로 만나 올해로 4년째 함께 요리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처음에는 손수 만든 음식을 많은 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재미있어 블로그를 열었다. 호텔에서나 볼 법한 멋진 요리도 그녀들이 알려주는 방법대로 따라만 하면 내 손으로 뚝딱 완성할 수 있음은 물론 맛까지 끝내준다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하루 4천여 명이 다녀가는 유명 파워 블로그가 되었다. 자연스레 그녀들의 실력을 알아주는 곳이 늘었고 현재는 푸드 스타일링, 쿠킹클래스 운영, 요리 강의, 레시피 개발 및 메뉴 컨설팅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다른 저서『참 맛있는 채식요리 만들기』는 그녀들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담긴 책으로, “이게 정말 고기는 하나도 안 쓰고 채소로만 만든 거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요리들이 가득하고 『홍대 카페 러너』는 비용 걱정은 줄이고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러너 메뉴들을 소개한다. 러너는 오후 3~5시, 점심(LUNCH)와 저녁(DINNER) 사이에 간편하게 즐기는 간식을 말한다.



 

따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겨울이 돌아왔다. 이런 추운 날에는 아무래도 몸이 옹송그려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파는 어묵 국물 하나에도 마음이 금방 따스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매번 밖에서 사먹기만 하면 주머니는 얇아지고 건강은 해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아무래도 집에서 먹는 음식처럼 믿음직스럽지는 않으니 의심이 갈 만하지 않은가. 그럴 때 꼭 지참해야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뚝배기란 도구를 사용하는 국물 요리이다 보니 더 따스해보이고 푸근해보이는 느낌이 아주 맘에 든다. 책 표지에 등장하는 국물요리 사진은 낙지배추탕인데, 겨울에 상상할 수 있는 시원한 국물맛이 아주 자연스레 연상되는 표지라 책을 선택할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책 속에는 다른 국물요리 중에서도 꼭 먹어봐야 할 요리들이 한가득이었지만, 표지에 등장한 이 요리만큼 나를 끄는 것은 없었다. 아마도 책을 고를 때가 마음이 허하고, 으슬거릴 때였었는지 저 표지가 아주 제격이었다.

 

책을 받자마자 다 읽어버릴 수 밖에 없을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요리책이라 받게 되면 조심해야 한다. 만약 저녁쯤 퇴근한 다음에 책을 받게 되면 밤을 꼬박 새우게 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지는 못하니까 눈으로라도 요기를 해야겠다고 악을 쓰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꼭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읽기를 당부한다. 진짜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운 색감과 질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들어본 적이 없는 요리도 많이 알게 되었고 요리 프로그램 속에서 처음 알게 된 요리가 이 책에도 등장해서 진짜 신기해하기도 했다. 차돌박이고추장찌개가 그것인데, 박수홍 씨가 등장하는 요리 프로그램에서 언젠가 차돌박이된장찌개가 등장했었다. 그것을 보면서 일본처럼 된장에 고기를 빠뜨린다고, 혹 느끼하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박수홍씨가 시식을 하고 나서 했던 말이 참 인상깊었다. 차돌박이를 넣어서 국물이 더 깊고 진해졌다는 그 말, 그 때문에 요리가 먹고 싶었고 어울리지도 않게 나도 요리책을 끼고 있게 된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 찌개가 그렇게나 먹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쓸쓸한 겨울날, 따뜻한 곳에 누워 요리책을 들여다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던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뚝배기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땐 조금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전에 텔레비전에서 뚝배기는 숨을 쉬기 때문에 세제로 닦기 보다는 쌀뜨물와 같은 것으로 몇 분 담아놓았다가 헹궈서 써야 한다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집에서야 그렇게 잘 처리하면 되겠지만 음식점에서는 죄다 뚝배기로 나오는데 이를 어떻게 좋을 건지. 내가 조금만 더 뻔뻔하고 대찼으면 음식점에서 뚝배기 어떻게 씻으시는지 물어봤을텐데 그러질 못해서 조금 찝찝하고 아쉬울 뿐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도 뚝배기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등장한다. 세제와 쌀뜨물 이야기는 이제 일반 상식선에서 머무르는 아주 기초적인 이야기이라 그렇기에 더욱 간과해버리기 쉬운데 그것까지도 세심하게 챙기는 것이 아주 보기 좋았다. 사실 이 내용이 없었으면 뚝배기를 대상으로 한 요리책이라고 믿지 못했을 거다. 마지막까지 성실해야 인정받는 것처럼 하나부터 끝까지 알아서 잘 챙겼으니...

 

이 책을 보고 이제까지 내가 간과해버리고 있었던 점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재료!! 아무리 날고 뛰는 요리 실력이 있다손치더라도 재료가 신선하거나 좋지 않으면 그 본연의 맛이 제대로 살지 못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많이 넣으면 요리실력이 아주 개차반이여도 어느 정도의 맛을 낼 수 있다. 이 책은 하다못해 찌개 하나를 끓일 때라도 그 안에 들어가는 베이스 국물에 온갖 재료를 넣어 맛을 월등히 높여야 한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그래서 앞부분에 본격적으로 요리에 대해 들어가기 전에 각기 기본 국물을 만드는 방식을 알려주기까지 한다. 물론 뚝배기를 핵심으로 만든 책이니까 뚝배기의 종류나 기능에 대해서도 잘 정리가 되어있었고 말이다. 게다가 해물의 일종을 갈아서 넣는 천연조미료도 소개가 되었는데 진짜 요리 하나 하는데 손이 엄청 많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품을 팔아서라도 음식 솜씨를 늘려야  하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되지 않는 길이라 생각하고 포기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그래도 어쨌든 눈은 즐거웠다. 입으로는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눈으로 대신 만족했으니까 말이다.

 

이런 밤중에 출출할 때 먹으면 딱일 것 같은 국수 뚝배기편이나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 종류가 듬뿍 들어간 퓨전 이탈리안 뚝배기편, 동양의 다양한 밥 종류를 볼 수 있는 퓨전 오리엔탈 뚝배기편까지 없는 것이 없다. 이 중에서 때와 장소에 맞게 골라 먹으면 별미도 그런 별미가 없을 것이다. 역시 제일 맘에 드는 건 따끈한 국물요리가 아니겠는가. 낙지배추탕, 먹고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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