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성공 신화의 비밀 - 아이패드 vs 갤럭시탭 : 많이 팔리는 게 이기는 걸까?
김정남 지음 / 황금부엉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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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의, 혹은 무언가의 성공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지나간 업적을 따라가는 자리이기에 언제나 유쾌, 상쾌, 통쾌한 일이다. 전에 봤던 구글에 대한 책도 그랬지만, 이 책도 이 세상의 판도를 바꾸는 애플 사의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고 재미나게 그리고 있다. 그런데 장장 361페이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지만 한 번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점도 한 몫 했을 거라고 본다. 물론 이런 성공 스토리에 대한 책이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대개가 외국 저자가 쓴 책을 읽었었는데, 이 책은 한국인 저자가 한국의 실정까지도 알기 쉽게 정리해주어서 아이폰이 가지는 반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구글은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서는 맥을 못추니 한국인 저자가 그 기업을 분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의 경우, 휴대폰 업계는 우리나라 휴대폰 기업이 거의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휴대폰 업계의 전망을 깨고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어, 타 휴대폰 업계가 스마트폰을 개발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무선인터넷은 이동통신사에서 통신요금을 받을 수가 없기에 별로 탐탁지 않아 했던 분야였는데도, 이제는 대세가 그러니 너도 나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이 가져온 변화가 아주 놀라웠던지 미국의 한 신문사에서는 아이폰으로 인해 벌어진 한국의 실정을 대서특필하기도 했으니, 애플의 영향력은 가히 원자폭탄급이라 명명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외국 브랜드가 침투하기가 어렵다는 일본에서도 아이폰만큼은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니까 정말 대단한 브랜드이자 대단한 상품이다.

 

그런 애플의 가공할 만한 브랜드 파워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이 책에서는 하나하나 파헤쳐놓았다. 일단 애플이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몰락의 길을 걸었으며, 또한 어떻게 화려한 부활을 할 수 있었는지 간략한 시대적인 변천사가 먼저 등장한 다음 애플의 창조력, 개발, 디자인, 마케팅, 시장 형성 그리고 애플의 앙꼬인 스티븐 잡스에 대한 이야기까지 애플에 대한 모든 궁금한 이야기들을 항목별로 분류해서 만들어놓았다. 신기했던 점은 애플은 곧 스티븐 잡스이고, 스티븐 잡스는 애플이자 애플을 뛰어넘는 하나의 브랜드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그가 대단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놓았던 것이 주된 이유였겠지만, 한 사람에게서 그런 열정과 심미안과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그의 인생 자체가 성공 스토리였기에 사람들은 탄탄한 집안에서 탄탄하게 달려온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빌 게이츠보다 그를 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애플은 하나의 기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판다. 애플을 사용하는 사람은 시대를 앞서 가는, 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에 일조하는 혁명가로, 전사로 그리고 있기에 애플의 브랜드 파워는 항상 새롭다. 변혁을 꾀하는 인물로 대표되는 오바마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준을 사용한다는 소리에 사람들이 경악하는 것도 혁명적인 인간은 애플을 사용할 것이라는 대중의 심리가 은근히 깔려있기 때문이다. 마지못해 오바마의 대변인은 음악을 들을 때 애플의 아이팟을 사용한다고 공식 발표까지 해야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애플의 힘은 애플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고루한 인간, 답답한 인간, 딱 정해져있는 인간이란 꼬리표를 달아줄 정도로까지 커졌다. 맥을 사용하느냐, PC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까지 의심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오호~

 

마지막에 등장하는 애플 연혁을 보니, 매킨토시의 부진으로 스티븐 잡스가 애플 사에서 쫓겨날 때가 1985년이었다. 그리고 다시 화려하게 애플의 CEO로 취임할 때가 1996년이었다. 그러니 내가 그 회사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던 것이 이해되었다. 하지만 들은 풍월이라는 것이 좀 있어서 그가 픽사에서 「토이스토리」로 대박을 쳤다는 이야기, 그가 다시 돌아와서 대단히 잘 했다는 이야기는 조금 듣고 있었는데 그런 역사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특히 가장 좋았던 것은 까다롭고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스티븐 잡스가 항상 독재적인 행동을 하고 사람들과 마찰을 가졌던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되어 쫓겨났는데, 다시 돌아왔을 때는 몇 번의 실패을 겪고 좀 더 겸손해지고 사람들을 부리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자신에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주변에서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독재적이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을 줄 알고 다른 사람들의 사기를 향상시켜줄 줄 아는 지도자로 다시 태어났단다. 하지만 진짜 신기하고 놀라운 점은 애플이 무언가를 연구할 때 시장 조사를 하지 않고 그저 스티븐 잡스가 원하는 것, 애플 사 직원들이 가지고 싶은 것을 연구하고 발표할 뿐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고 말할 정도로 소비자들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그의 심미안이 놀랍다. 사실 시장 조사를 하면 이제까지 있었던 제품에서 조금 업그레이드 된 제품만이 등장하지, 완전히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소비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을 수 있는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자신이 남과는 차별적인 애플을 사랑하고 애플에서 더 쉽고 간편하게 세상을 영위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기에 그가 원하는 것으로만 만들어도 세상에서는 대박이 나는 것이다.

 

나는 애플의 기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디자인이다.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남과는 다른 심미안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왠지 내가 대단한 감각이라도 가진 척 느낀다. 그런데 그런 디자인이 기계에 접목 가능하고, 또한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위해 얼마나 어렵게 연구하는지 알게 되니까 대단히 존경스러웠다. 하긴 나라도 그런 능력이 있고, 애플을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하겠단 생각이 들지만 어디까지나 생각과 실제의 차이는 크니까. 처음에 선보인 매킨토시의 플라스틱 껍데기도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고 그 색도 반투명으로 사탕 같은 색을 낸 것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나온 것이라니까 더 존경스럽다. 아예 공장에서 그들을 위한 생산 라인을 새롭게 깔아야 될 정도로 새로운 공정 시스템을 개발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니 그들의 열정이 놀랍다. 생각해보면 그들이 보여준 기술이 모두 다 애플 사에서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이리 저리 통합해서 눈 앞에 들이대 준 것말고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통합해서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다는 것은 일반 사람으로서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정말 시대를 앞서가지 않고서는 어려운 그런 일들을 그들이 해냈다니까, 그들이 지금 누리는 성공의 열매는 결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등장하는 아이 시리즈가 어떤지에 따라서 그들의 평가는 유지되기도, 혹은 떨어지기도 할 테니까 그들은 결코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계속적으로 세계의 판도를 바꾸는 아름다운 기기가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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