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 - 행복을 유예한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안주용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라다크란 곳에서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풀어쓴 글이 등장했다. 라다크 맞춤 여행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주용 씨가 바로 그 글의 주인공이다. 어르신들이 보시기에는 너무나 거침없고 적나라한, 우리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동경의 대상이 될 만한 내용의 글이었다. 그럼, 내겐 어떴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순전히 내게는 이 글이 그리 적나라하지도, 그리 멋지지도 않았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닫힌 삶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온 현대인들에겐 현재 그녀가 살아가고 있는 노마드적인 삶이 멋지고 동경이 될 만할 것이다. 예전의 나도 그랬고, 지금 현대인의 대다수는 그런 마음을 품을 테니까.

 

서울과학고와 포스텍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극지연구소 바이오센터 연구원으로 일했던 능력있는 그녀는 아마 소위 말하는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었을 것이다. 머리도 좋아서 과학고를 들어갔고 대단한 분야를 공부했으니 얼마나 집안의 자랑거리가 되었겠나. 그녀도 추억하길 엄마의 통제 아래서 착한 딸이기만 했다고 했으니 그녀의 과거는 말 안해도 다 상상될 만한 것이었을 것이다. 허나 그녀의 삶이 그렇게 닫혔고, 통제되었고, 끔찍할 정도로 불행했을까. 난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삶이니 내가 가타부타 할 계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마디 하고 싶어졌다. 자신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왔다고 말하는 그녀의 삶을 가만히 들어보면 뭐, 연봉이 몇 억씩 되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던 적도, 자신만의 스펙을 잘 쌓아서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정도도 아니고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에 연구소를 그만둔 후, 겨울엔 쌍안경을 들고 서울 시내 곳곳에서 둥지 짓는 까치들을 관찰하고 여름엔 녹음기를 메고 전국 곳곳에서 청개구리 노랫소리를 수집하는 등 자유로운 영혼 비스무리한 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렇게나 타율적이고 수동적이고 남들의 눈치를 보며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평범한 가정에 태어나서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평범한 대학을 들어가 평범하게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다 할 스펙도 쌓지 않았고, 대단한 연봉도 못 받으며 그저 하루하루를 주어진 일을 하며 틀에 박혔다면 박힌 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시절에도 특별히 꿈이 있어서 휴학을 하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나 인생의 진로를 변경할 숙성기를 가지지도 못했고, 졸업하고도 특별히 노는 시간을 가지지도 못했던 그저 대학 가야할 때가 되어 갔고, 돈을 벌어야 할 때가 되어 버는 그저 그런 생활이라고 하면 될까나. 이런 나에 비하면 그녀의 생활은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이 추구하는 연구에 쏟아부을 수 있었고, 자신이 버는 용돈을 그저 제 앞가림만 하면 되는 생활이지 않았나. 나는 그녀가 한국에서 누렸던 생활만큼만 따라해봐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투정 섞인 - 내게 보인 시각에서는 - 글을 읽으면서 말이다.

 

물론 그녀가 가진 여유가 진정 여유가 아니였음이 나중에 깨닫게 되지만, 그녀가 했던 사고, 그녀가 했던 행동 등이 모조리 그녀만을 위한 것이 아니였던 것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래도 내겐 그녀의 삶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녀에겐 그녀를 무지 사랑하고 무지 이해해주는, 자유에 향한 근본적인 성향이 같은 엄마가 계셨기 때문이다. 그런 대단한 머리를 가진 딸이 놀겠다고 하는데,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는데 누가 반기겠나. 아마도 그녀가 지금 진정한 삶을 찾을수 있는 것은 이때까지 그녀를 지지해주었던 그녀의 엄마 때문이었을 것으로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무척이나 반대를 하셨지만 말이다. 나중에 엄마가 이해해주셨을 때, 엄마가 겪은 성장통이 어마어마했을 거라고 그녀 본인이 이해했던 것보다도 더 엄청난 깊이로 이해해주셨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 본인 자체가 겪어야 하는 경험보다도 더 깊고 더 컸을 테니까. 그런 머리로 벌 수 있는 연봉을 생각한다면 좀 아깝지 않을까. 아무런 관계없는 내가 이렇게나 아까운데 말이다.

 

일단 그녀에게 벌어진 인생의 대전환 사건을 보자면, 그것이다.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사는 것. 집을 소유하고, 땅을 소유하고, 차를 소유하고, 대단한 연봉을 받고, 대단한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를 대단하게 키우는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말이다. 그것이 어디에서 일어났냐 하면 '찰스 다윈에 대한 오마주'로서 떠난 세계여행 중 인도의 라다크에서였다. 그 여행에서 한 남자, 바로 믹을 만나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도 즐겨 몰던 BMW도, 뮌헨 교외의 그림 같은 집도, 승승장구 쌓아올리던 커리어도 뒤로 하고 자연 속으로 뛰어든 자유인이었기에 두 영혼이 공명한 순간, 그녀는 딱 알아버렸다. 그가 자신의 운명이고, 자신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물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어딘가, 자유가 기다리는데...

 

그래서 그녀는 21세기 노마드로서 자유롭게 철새를 따라 이동하는 생활을 한다. 여름엔 라다크에서 살고, 겨울엔 남쪽 바다에서 사는... 그런 삶 속에서 얻은 자유를 만끽하며 진정한 자신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상에 매인 우리에겐 꿈 같은 일이지 않을까. 일단 내겐 영어가 안된다는 아주 크나큰 벽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국제 연애를 하려고 해도 언어의 소통이 가장 큰 문제이니, 부러워만 할 수 밖에. 아쉽긴 하다. 그녀가 머리가 좋았고, 공부도 잘했다는 것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것에서 큰 도움이 되었으니 그녀는 정말 엄마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결국 그녀가 말하는 엄마의 족쇄 덕분에 믹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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