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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 - 그의 삶, 그의 세계 ㅣ 세계 영성의 거장 시리즈 3
더글라스 길버트 & 클라이드 S. 킬비 엮음, 정성묵 옮김 / 가치창조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C. S. 루이스를 아는 것은 물론 <순전한 기독교>,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와 같은 신앙서적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흥미를 끌었던 것은 그가 <나니아 연대기>란 판타지 동화를 썼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친구의 손에 끌려가서 본 영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사자 아슬란이 한 소년의 잘못을 대신하여 제 목숨을 내주고 끝내 부활하는 장면이 너무나도 인상적이고 강렬해서, 또는 기독교와 긴밀한 연관이 있어 보여서 그것을 쓴 작가가 너무나 궁금했다. 알고 보니 기독교 영성에 관해서는 일인자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동화를, 그것도 판타지를 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랍고 그 문화적인 파급력이 대단해보였다. 이런 과정을 놓고 볼 때,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이 들었다. 그래서 이것 저것 사놓고 혹은 사기로 마음먹고 손꼽아둔 책들이 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이제껏 접했던 책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사진이 많아서 그에게 영향을 주고 받았던 많은 사람들과 그가 거닐었던 장소들을 빠짐없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옥스퍼드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 지냈던 모들린 칼리지는 그곳이 도시란 것도 잊게 만들 만큼 대단히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었다고 아버지께 편지를 쓰기도 했다니까 그것이 그에겐 더없이 만족스러운 요소였을 것이다. 옥스퍼드란 아름다운 곳에서 학문을 가르쳤으니 얻을 수 있었던 부수적인 요소였겠지만 일단 인간으로서 부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하긴 부럽다는 것으로 따지자면, 그의 천부적인 글쓰기 재능과 그가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을 따라갈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그의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일단 내 게으름 때문에 그의 저작들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아쉽게도 그의 책은 몇 권이나 진열해놓고서 꼭 읽겠다고 다짐하고는 있지만 작심삼일이 된 지는 이미 오래이다. 아마도 너무나 대단해보이는 명성 때문이었을까.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면 또 그것도 거짓말이라 뭐라 단언할 순 없지만 아마도 그의 글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언급해두는데 이 책은 그의 책에 대해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그가 썼던 여러 권의 책에서 짤막하게 인용을 해둔 것은 더러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그가 생각한 신앙의 근본을 알아차릴 수는 없으니 열외로 해두겠다. 그저 이 책은 C. S. 루이스란 기독교 영성의 대가의 일대기를 차분히 사진으로 따라가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많은 것을 기대하다간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C. S. 루이스와 관계된 책은 모조리 다 모아두고 있으니 그리 실망할 것도 행복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철저한 무신론자였던 사람이 어떻게 기독교 영성의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그의 인생 자체는 신비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것이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하나님의 개입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과정이 간략하게나마 기록되어 있으니 C. S. 루이스에 대해 이제 막 알게 되었거나 <나니아 연대기>가 너무 재미있어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면 주저없이 선택해도 좋을 것 같다.
철저한 무신론자이면서 지성인이라 자부하는, 또한 그에 걸맞게 수석도 여러 번 하고 수상도 여러 개를 탔던 그였기에 아마도 무신론자에서 철저한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는 그의 말이 아주 인상적이고 믿음직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인간의 지성이라고 하는 것이 하나님의 지성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가 일반인들보다야 훨씬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임에는 분명하니까 하나님을 믿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그가 깨달아 고백하는 하나님의 존재를 쉽사리 부정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자칭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나도 그의 저작을 많이 읽지 못했는데 불신자들이 그의 저작을 일부러 찾아서 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말 문화의 위력이 대단한 것이, 정보에 어두운 나도 영화로 인해 C. S. 루이스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단 몇몇이라도 그의 저작을 통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철저하게 부정했던 사람에게서 나온 하나님에 대한 글이니까 그의 글에는 불신자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담아있을 것이다. 사람들이라면 다들 의심하고 부정할 수 있는 부분을 꼭 집어서 말할 테니. 그래서 그를 회심시켰던 걸까. 그렇게 의심했던 많은 사람들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어쨌든 수십 년 전에 나와 같은 힘들어 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서 이런 위대한 사람 하나 세워놓고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놓았다고 생각하면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