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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불평등을 말하다 - 완전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젊음에게
서정욱 지음 / 함께읽는책 / 2010년 12월
평점 :
불평등을 말하는 고전들을 묶어 정수만을 뽑아 정리해둔 책으로 무척 재미나다. 이 책은 전작인,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의 고전을 쉽게 풀어 쓴 《철학의 고전들》(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선정 청소년권장도서)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편집된 책이지만, 일단 고전이 쉬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서 고전을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할 책이다. 특히나 동시대의 사람들 등장시켜 가상의 대화를 풀어갔던 것은 고전에 접근하기 쉽게 해주기에 아주 유용하다. 특히나 나는 고전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호기심은 있지만 그다지 제대로 아는 것은 없어 막막하기만 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고전이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얼마 전에 읽은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고전 읽기가 막막하다는 좌절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기에 진짜로 큰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자신 없어 하는 부분까지도 알아서 챙겨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아주 친절하다. 그래서 좀 아시는 분들에겐 너무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가상으로 꾸민 대화부분도 있고 나름 원전과 다른 부분을 집어넣었으니까 한꺼번에 볼 필요가 있을 때 보면 좋을 것 같다. 저자의 말로는 원문이 너무 길 경우에는 다 실어두지 않고 최대한 핵심 내용만 정리해서 에피타이저처럼 실제 책을 보기 전에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하니까 진짜 누구나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보고 나니까 이 책은 좀 심심하다고 느낄 정도였기에 난이도는 절대 걱정 안해도 될 것이다.
총 아홉 부분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민중이라는 어리석은 짐승을 위한 우화 _에라스뮈스 《우신예찬》
2. 사회주의? 공산주의? 그 어디쯤의 세상을 꿈꾸다 _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3. 불운한 시대가 만든 불온한 책 _마키아벨리 《군주론》
4. 잡을 수도, 죽일 수도 없는 절대군주라는 이름의 괴물 _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
5. 민중이여, 야수정권에 반항하라 _존 로크 《정부론》
6. 작은 참견, 그리고 개인의 취향 _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7. 온건한 계몽주의자의 법 이야기 _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8. 과격한 급진주의자, 국가의 폭력에 항거하다 _장 자크 루소 《인간불평등 기원론》
9. 어느 소심한 천재의 우주론 _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
이 책들 중에서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한 번씩 이름만 들어보고 못본 책도 있고, 아예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책도 나열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난 후에 혹시 적당한 가격에 책이 나와있으면 살까 싶어서 검색했더니,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은 현재 번역된 책조차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만큼은 아무도 읽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혹 번역하면서 읽었던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한국어로 된 책은 없다니까 뭐, 내가 많이 뒤처져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읽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 안타깝기도 했지만. 내가 전에 봤던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펭귄 북스에서 출간된 책이었는데, 그의 다른 책 《인간 불평등 기원론》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것을 봤었다. 그래서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도 나와있기를 바랐는데 정말 아쉬웠다. 다른 책은 몰라도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은 꼭 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 예전에 김영종의 《헤이, 바보 예찬》이란 책을 보았었는데 그 책이 바로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을 패러디한 것이라서 흥미가 생긴 것도 한 가지 이유고, 또 다른 이유는 이 책에 등장한 분량만 가지고는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이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전을 읽으면 좀 더 자세하게 내용을 파악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풍자하려고 하는 듯한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그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이 바로 내가 처한 상황이 아닐까. 책은 어렵지 않은데 이게 뭔 상황인지 나도 잘 이해가 안된다. 어쩌면 김영종의 《헤이, 바보 예찬》에 대한 내용과 뒤섞여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러 저자들이 살아가고 있던 시대를 살펴보고 그 시대 상황 속에서 문제점을 낱낱히 밝히거나 그 시대의 문제를 뛰어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많은 도전적인 해결법을 제시하는 것이 여기 등장한 책들의 공통점이다. 인간은 모두 불평등한 것은 싫어한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고 고치고 펴서 만들기 위해 항상 고군분투하는데 그런 선조들이 앞서 계셔왔기에 지금의 우리가 사는 사회가 존재하는 것일 게다. 그렇기에 그들의 생각, 그들의 주장, 그들의 문제의식, 그들의 해결책들을 우리도 살펴봐야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 평등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깊게 체득할 수가 있을 테니 말이다. 요즘 드는 생각은 세상을 너무 쉽게 살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자각이었다. 이 말은 무척 힘겹게 하루를 연명하는 사람이 들으면 가슴 아플 말이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그리 어렵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를 할 줄 알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투쟁을 알아야 할 것이고, 우리 세상도 완벽한 평등을 이루지 못했기에 그들의 생각과 사상을 배워서 우리도 투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고민하는 것은,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임은 요즘에서야 겨우 깨닫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책들은 누구나 쉽게 읽고 쉽게 토론할 수 있어야 좀 더 바람직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