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을 보다 - 100년 만에 드러난 새 얼굴 다큐북 시리즈 1
황병훈 지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지난 2009년과 올해 2010년에는 안중근 의사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춘천 MBC가 만든 <안중근, 북위38도>와 <안중근, 분단을 넘다>가 그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시청자는 춘천 MBC에서 방송해준 프로그램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차지하고서라도 작년이 안중근 의거 100주년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갔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더 컸다. 

 

정말 죄송합니다. 후손으로서 그의 용기있는 선택으로 인해 이렇게 해택을 받고 살아가면서도 당신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이제서라도 당신의 뜻을 알고 그대로 살아간다면 조금이나마 당신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까요?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당신에게 제가 하는 고민은 한낱 하루살이 같아요. 게다가 나라와 민족을 위하는 마음이 거대해 동양이라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평화론을 이야기하신 당신의 뜨거운 인류애는 전세계의 후손들이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지만, 정말 당신같은 영웅은 없었습니다. 사랑으로 충만한 당신이었기에 여럿 일본인 간수들이 국부를 암살한 적장을 존경할 수 있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 그들의 후손들에게도 안중근을 존경하라고 가르쳐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어요? 당신의 그 사랑이 아마 그들에게도 전해졌던 것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이 제 선조였다는 것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나도 당신처럼, 당신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자랑스러운 후손이 되겠습니다.

 

전에 그의 아들에 대한,즉 그가 죽은 후 살 길이 막막해져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잘못했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던 안중근의 아들 안중생의 일화를 담은 소설 <안중근을 쏘다>을 봤다. 사실 그 짧고도 강렬했던 소설을 보면서 엄마와 했던 대화는 그리 바람직한 내용은 아니였다. 이토 히로부미의 신사에 참배도 하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김구 선생은 안중생이 대역죄인이라며 암살하라고 지시했다지만 나로서는 그의 인간적인 선택이 백번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형은 이미 일곱 살에 독살되어 죽었고, 김구의 수족으로 일했던 안중근의 둘째 동생 안공근이 미처 안중근의 아내와 그의 아들을 구출하지 못해 시시때때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안중생이 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그밖에는 없었을 터. 만약 그가 안중근처럼 어려서부터 한학으로 교육받고 나중에 천주교 신부로부터 신진문물을 접하면서 나라와 민족에 대한 바른 역사관을 배웠다면 또 달랐을지 모르겠다. 일곱 살밖에 안된 안중근의 첫째 아들을 독살할 정도로 일본이 호시탐탐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던 상황에서 도망만 다니느라고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던 안중생의 잘못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않을까.

 

그 당시에는 내 생각은 그러했다. 인간이었다면 목숨을 구걸하는 상황에서, 무언가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면 민족을 배신하는 행위가 어쩌면 본능적이었을 것이라고. 그랬기에 안중근 의사의 행동이 더 영웅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결단코 본능적인 행동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는 제 생명보다도 지켜야 할 더 귀한 무언가가 있었기에 아낌없이 제 목숨을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고귀한 것을 알아볼 줄 아는 눈이 인간에게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믿는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마음, 전 세계 인류를 향한 마음을 생기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난, 적어도 나로선 안중생의 그 매국노적인 행동을 욕할 수가 없다. 아마도 안중근은 그런 것을 예상하지 않았을까. 100년을 앞서 미리 예측한 그가 자신이 그런 거사를 함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닥쳐올 위기가 무엇일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 동생들이야 이미 독립운동가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니 제 앞가림이야 잘할 거라고 믿었겠지만 제 아들들은 자신가 사형받아 죽을 때 자기과 같이 죽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야할 행동은 해야 하기에 그는 과감히 조국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독립운동이 여러 모양대로 진행되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부하기보다는 사냥하고 활 쏘는 것을 더 좋아했을 정도로 군인적인 기질이 뛰어났다. 그럼에도 가풍이 문인인지라 한학공부도 게을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문무에 골고루 뛰어난 인재로 성장했는데,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후에 그가 보인 행동을 보면 정말 비상한 인재라고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기껏해야 서른 남짓의 나이였다. 그런 그가 적장을 죽이고서 그저 의협심이나 울분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가 15가지의 죄를 지었기 때문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거침없이 재판정에서 증언했다는 점을 봐라! 또한 수감중에도 자신의 자서전 <안응칠역사>와 <동양평화론>을 저술했던 것도 장군답지 않은 면모다. 어쩜, 문무가 출중한 것도 모자라서 그렇게 대범하고 선량하고 자상한 인품을 가질 수가 있을까. 사람을 인종, 국적, 외양 등에 따라 편애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 특히 감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일본인까지도 - 자상하게 대해줄 수가 있을까. 이는 분명 그가 인간이라면 인간이란 이유만으로 사랑하는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감옥에 있을 때 그가 보여준 인품에 반해 그의 글귀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마다 정성스레 적어준 유묵을 보면 안중근 의사는 일반 사람과는 확실히 다른 인물이다. 인도의 간디,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처럼 우리에게도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 많구나!

 

이 책은 춘천 MBC에서 만든 안중근 의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물론 다큐멘터리를 다 지면으로 옮기기에는 불가능한 일인지라 최대한으로 정리한 것이겠지만 다큐멘터리를 종이로 소장할 수 있다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영상을 지면으로 옮긴 것이라 줄글로만 나열되어있지 않고 많은 사진과 간단한 문구로 정리된 것이 많아 읽기에도 편하고 그 핵심이 정확하게 전달되어진다. 진짜 소장 욕구 100% 상승되는 책이다. 이 책을 보니 앞으로도 다큐멘터리를 이렇게 종이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누들 로드>도 이렇게 책으로 나오길 빌어본다. 분량이 많으니까 각 편마다 한 권씩 나오면 진짜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