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새로운 탐색
노자 지음, 김상우 엮음 / 부광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작고 아담한 책은 노자의 『도덕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휴대하기 편하게 정리해둔 책이다. 그러니 원문 『도덕경』을 다 실어둔 책이라기보다는 현대인들이 가지고 다니면서 그때 그때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실질적인 지침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두면 좋겠다. 총 81장의 목차를 가지고 있는데 짧은 경구를 들어두고 그것의 해의를 달아두는 식으로 편집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거나 방대한 분량이 아니라 쉽게 읽고 적용해볼 수가 있다. 매번 책에 두세 권의 책을 넣어가지고 다니는데, 내용은 좋으나 가지고 다니면서 보기에는 불가능한 무게의 책도 더러 출간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겨우 287페이지 정도밖에는 되지 않고 종이의 질도 무겁지가 않아 훨씬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단순 움직임을 할 때, 즉 무의식적으로 걷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할 때는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한 구절을 곱씹어도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현대인들을 현혹하는 매체가 많다 보니 한 곳에 앉아 무언가를 곱씹을 만큼 생각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시금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돌아가 제 시간을 찾을 만한 숨통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노자로 말할 것 같으면, 기원전 6세기의 사람으로 그 출신이 분명하지 않아 혹자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풀이한 김상우 선생은 그보다 더욱 파격적인 설을 제기한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노자, 한 사람의 머릿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 때까지 떠도는 여러 다른 성현들의 말을 인용하고 거기에 제 생각을 덧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 그것은 『도덕경』에 등장하는 ‘성인은 이러이러하게 한다’라거나 ‘예로부터 전해온~’이란 표현들로 수긍할 수 있는 가설이다. 하지만 더욱 파격적인 설은, 노자가 순수 중국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대 중동 지방은 4대 종교의 하나를 이루는 지금의 기독교의 근간이 되었던 유대교나 이슬람교가 태동했던 사상의 보고였다. 그랬기에 그 시절에도 실크 로드를 건너온 대상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여러 교훈들을 노자가 옮겨 적었을 것이나 아니면 그가 아예 외국인이지만 중국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해주기 위해 그저 중국말로 옮겨 적었을 것이라는 그의 가설은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크나큰 가설이었다. 하지만 일면 수긍도 갈 만한 이야기일 수가 있는 것이, 어느 곳에 영웅이 혹은 천재가 뽕~ 하고 태어났다는 말보다는 여러 사상의 복합체로 하나의 진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내 머리로도 훨씬 신빙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노자가 중국인이든 아니든간에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진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책 중간에 그의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예를 하나 찾자면, 33장에(p. 128) <자신을 바로 알면 뜻을 이룬다>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김상우 선생의 가설도 무시 못하게 되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그가 해석하는 『도덕경』도다른 사람의 것과는 다르다. 특별히 내가 노자에 대해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그가 그렇게 풀어 정리 해주어서 알게 되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노자의 글의 해석이 그 시대에 맞게 정리해주었다. 또한 노자가 공자의 사상을 폄하하거나 반박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것은 공자가 나온 시대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노자가 등장했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던 것이다. 실은 위계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누구나 똑같다는 사상인 노자의 사상이 군자나 임금들에게 환영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시대쯤이나 되어야 노자의 사상이 각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 지배체계를 공고히 해야 할 임금 입장에서는 노자의 사상은 아마도 금기시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이후에 등장한 질서의 예를 논한 공자의 사상이 중국 전체를 지배하고 더 나아가서 동아시아의 전체 문화를 지배해온 것이 아닐까 한다. 서양에서 왕정이 타파되고 공화정이 생긴 시점에서도 왕정을 끝까지 고수해왔던 동양은 그러니까 공자의 사상에 빚지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노자의 사상이 먼저 각광을 받았다면 어떠했을까. 서양에 의해 침략당했던 동양의 역사는 사라지고 먼저 근대화를 이룩한 동양이 남아있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역사 이야기에서 만약이라는 말은 없다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런 노자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 한 번쯤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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