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김정은
이영종 지음 / 늘품(늘품플러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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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재 독재 정권 3대 세습이 거의 확정시되는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모든 사건의 정황들이나 고급 정보 및 앞으로의 전망 등을 묶은 것이다. 기자의 손에서 쓰여져서 그런지, 다소 자극적인 어투로 쓰여진 것을 제외하고는 쉽게 읽을 수 있어 이제껏 알지 못했던, 혹은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던 북한 체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기회가 되었다. 올해 초부터 천안함 사태이다 뭐다 해서 대북관계가 상당히 험악하게 돌아가는 것이 안타까웠던(그리고 무관심했던) 한 독자의 입장에서 이전보다는 조금 더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서 좋았다. 사실 말은 바른 말이지, 북한이나 남한이나 같은 민족이고 동포인데, 평소에는 완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을 때가 좀이나 많은가. 또 언론매체에서 북한의 강짜 부리는 행동이나 이번의 천안함 사태 같은 일을 보도라도 할라치면 자연히 욕부터 나오지 않고 배기겠는가. 올해 4월 14일에 있었던 일만 해도 그렇다. 그 날은 김일성의 98회 생일을 하루 날로, ‘태양절 축포야회’가 개최되었는데 그때 쏟아부은 폭죽이 60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인민들은 먹고 죽으려고 해도 먹을 것이 없다는데...쯧쯧 하며 싫은 소리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혹은 내가 반드시 생각할 것이 있다. 이 책 속에 있는 모든 일들은 김정일을 위시한 일부 특권층 세력의 이야기이지, 일반 인민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야말로 이 난세에서 가장 큰 피해자인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죄(일부 특권층)는 미워해도 사람(인민)은 미워하지 말아야할 일이다.

 

김정일의 후계자를 추격하는 스토리는 지금에 와서 보면 좀 유행이 지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거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기자들간의 정보 전쟁이 일어났어도 2010년 현재에는 온 세계에 다 까발려진 이야기를 되돌려서 듣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후계자 이야기가 등장했던 시점이 2003년쯤 되었으니 우리가 현재 쉽게 접하는 김정은 후계자 이야기가 상당히 끈질기게 파악한 고급 정보이고, 또한 그만큼 그 정보가 우리에게, 또 대북정세, 더 나아가서 지구촌 정세에 아주 중요한 정보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던 내게, 꼭 드라마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내 눈 앞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아주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전 안기부 같은 기관에서 북한만 담당하는 직책이 따로 있고, 유엔에서도 그런 직책이 따로 있고, 미국에도 그런 직책이 따로 있는지는 아마 알고 있었겠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알지는 못했던 것을 일거에 밝혀진 느낌이 든다. 독재정권 때 사람 잡아다가 고문하고 그랬다는 전 안기부 같은 기관에서 북한에 대한 것도 담당하는구나~! 하고 아주 놀랍기도 했다. 물론 읽다가보면 북한에 숱한 직책 이름들이 딱 머릿속에 와박히지 않아서 읽기에 좀 더딘 느낌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어 누구나 한번 잡으면 끝까지 가게 되리라 보장한다.

 

내가 이제껏 알고 있는 북한에 대한 지식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전에 나는, 누군가 “북한에서는 00 같은 일을 당한대~”라고 말해줘도 그것이 너무 말도 안되는 끔찍한 일일수록 믿지 않았던 경향이 짙었다. 정말, 이럴 수는 없다고.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일을 자행하는 나라가 있을 수가 있냐고. 그것도 전쟁 후 포로들에게가 아니라 제 나라 국민들에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전에 조금 들은 이야기도 있어서 이미 믿고 있기도 했지만, 이 책 전반에 걸쳐 북한의 인권 침해와 같은 문제가 등장하는 것은 아닌데 이미 그런 문제는 은연중에 깔려서 공공연한 진실로 여기는 뉘앙스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그 모든 이야기가 사실이었구나. 그런데 더 가슴이 아팠던 것은 안성의 탈북자 지원 시설에 갔다가 들은 기사거리를 옮기는 중에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를 기자분들이 너무 하찮게 여겼다는 것이다. 한 교육생과의 대화 중에서 김정은 후계자에 대한 이야기를 ‘영양가 있는’ 기사거리라고 부르고, 북한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인권침해 등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의례적인 증언’ 으로 취급하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정말로. 기자의 신분이라면 후계자 문제가 특종이니까 그렇게 중요도순이 뒤바뀔 수 밖에 없을까 싶었다. 대북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제한되어 있는 실정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사실 없지만 그렇게 ‘취급’받는다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역시 나라가 힘이 없으면 그 국민들이 당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남한도 탈북자들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으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를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먹고 싶은 것을 어느 때라도 먹을 수 있고, 따스한 곳에서 몸을 누일 수 있으며, 아름다운 옷도 갖춰 입을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모든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만들어 가지고 머리에 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순 없어도 마음만이라도 애정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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