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학
김종엽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아마도 이 책은 내가 읽었던 철학책 중에서 본격적으로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철학책이라고 단언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현실적이고 인간의 삶을 잘 그려냈다. 그만큼 아주 어려운 책이었고, 또한 읽는 보람이 있는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 본인이 한 말처럼 ‘철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철학자에서 이미 굳어진 개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가끔 어려운 개념이 등장해서 몇 번을 다시 읽어야 겨우 의미 파악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역시 개념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 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일단 서문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철학적 상상력 혹은 정체성이 망각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인간 상실이라는 병폐, 즉 자살이 벌어진다고 진단을 내린다. 인간이 외적으로 주어진 사회적 조건에 의해 자신의 가치를 결정할 때 자기 정체성은 쉽게 망각되어 버리고, 그런 외적인 사회적 조건이 상실되었을 때 우리는 ‘참을 수 없이 초라한 존재’로 전락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권력만을 추구한 사람이 권력을 잃어버렸을 때, 잘 나가던 스타가 팬들에게 잊혀졌을 때,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사람이 주식 폭락으로 깡통을 찼을 때 우리는 자살이라는 도피성 도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자살’이란 사회적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그의 말이 은근히 수긍된다.

 

그런데 무조건 가난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자살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런 것을 보면 누구나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한낮 사회적, 물질적 조건으로 환원시켜 버린 현대의 철학적 빈곤이 우리를 자살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 칸트는 자살을“삶을 선택하듯 죽음 또한 선택할 수 있는 한 개인의 권리 행사가 아니라, 그러한 권리의 본질적인 포기”했다고 표현했다. 인간으로서 행복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 자기 정체성을 찾아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자기 본연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권리, 실존의 분열을 의미로 메워져갈 권리를 스스로 놓아버린 것이다. 더불어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아래에 기업의 과도한 경쟁이 장려되고 그로 인해 우리는 무언가를 소유해야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 더 나은 명품, 더 나은 차, 더 나은 집 등의 물질을 소유해야만 스스로를 내세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까지에 이르른 것이다.

 

이 모든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인간이 자신의 본성대로 행동할 때 그렇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 유감스러움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내게 호감을 느끼는 상대에게 내가 호감을 느끼지 못했을지라도 그것은 하등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마음에서 그런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할 경우, 자기다움을 부정하지 않게 되고, 나를 내 자신과 하나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의미의 세계로의 진입이다. 우리는 모두 의미를 찾아야만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을 소유로 표현해내는 정체성인 ‘질적 동일성’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모습인,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의 자리로 보는 ‘수적 동일성’을 추구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한 대안이다.

 

현대인들은 사랑을 ‘받을’ 줄만 알지 ‘할’ 줄 모른다고 했던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우리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발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소유물이나 그의 사회적 지위로서만 그 가치가 평가되어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만 존재 의의를 가진다면 ‘자살에 이르는 병’은 어느덧 사라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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