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원래 죄 많은 자가 더 많은 은혜를 받는다고 비루하고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기가 쉬운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생각해보았다. 어쩜, 이런 구성을 할 수 있었을까 감탄하기도 많이 했던 반면 누가 누군지 파악하기가 어려워 쉽게 읽혀지지가 않아서 힘들어하면서 말이다. 작가는 비루한 현실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대거 등장시킨다. 희망도 빛도 없는 창녀 모녀, 전쟁으로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어머니, 목적 없이 살아가는 청년, 조직에 힘없이 당해야만 하는 판사, 마약에 휘청거리는 부부, 동생을 잃고 희망을 잃어버린 형, 약자를 억누르는 경찰 등 어느 면을 봐도 희망은 없어 보인다. 아니, 희망을 이야기하기는커녕 오히려 지금 이 모습보다도 더 나락에 빠질까봐 노심초사하게 되는 군상들 뿐이다. 소설을 음미하면서 조바심이 났던 이유도 바로 그것일 게다. 아니, 어쩌면 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어서 쉽게 공감할 수 없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끝을 알 수 없기에 마음 놓고 읽을 수 없었던 그 무엇! 희망은커녕 절망밖에 보이지 않는 그 인생들 속으로 들어가기 어려웠던 위화감.. 그것 때문에 사실 쉽게 읽을 순 없었던 소설이었다. 전에 읽었던 『사우스 브로드1, 2』은 끔찍한 내용들이 계속해서 터지긴 했지만 주인공이 성장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을 뿌듯한 마음으로 응원이나마 할 수 있었는데... 여기선 주인공이 제3자처럼 느껴지기에 그렇게 쉽게 몰입할 순 없었다. 하지만 중간 부분부터는 사건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성직자로 뉴욕의 창녀들을 보살피면서 살아가는 코리건... 그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이야기는 그의 형의 시선을 따라가는데 그의 형, 즉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는 코리건이 뉴욕에서 시간 낭비만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마음이 아픈 창녀들을 다독이면서 그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난다. 그리고 코리건을 고민스럽게 만드는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점차 풀어갈 실마리를 얻어가는데 그만 코리건이 교통사고로 즉사해버리고 만다.
 
이야기가 빨라지는 것은 바로 빛도 없이 희망도 없이 창녀들을 돕는데만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다 써버린 성직자 코리건의 죽음 때문이다. 형의 눈으로 비쳐진 그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그들의 인생을 같이 살면서 주저없이 자신을 나누어주는 삶을 살았던 코리건이었기에 아마도 그의 이른 죽음이 더 가슴 아팠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결정적인 죽음이 일어난 날, 누군가는 뉴욕 상공에서 줄다리기를 하는데.... 이 하나의 사건으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는,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아주 소박한 사실을 알게 된다. 아, 이 세상은 결단코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구나...! 누군가에서 상처를 받으면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서 위로를 얻게 되기도 하고, 혹은 그 상처를 주었던 그 사람에게서 크나큰 선물을 받게도 된다는 사실... 그러니 이 세상은 살기 비루한 곳이 아니며 언젠가는 희망을 찾게도 되고, 그것이 행복으로까지 발전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세상을 진지하게 보라고...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쉽게 내던져버릴 수 없다고 작지만 단호한 어조로 칼럼 매캔은 말하고 있다. 지금 이순간은 내 인생을 쓰레기통에 내던지고 싶을지라도 조금만 참고 인생을 음미한다면 살 길을 열려질 것임을... 그는 조근조근 말한다. 인간은 어디서든 의미를 찾을 수 있다(282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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