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 열전
서린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로맨스를 상당히 좋아하는 나로선 꽤 많은 소설을 섭렵했는데도 서린의 『머슴열전』같은 책은 본 적이 없었다. 보통 로맨스 속 여주인공이 그렇듯 남주인공을 잘 만나 팔자 고쳐보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고 오히려 제 카리스마를 있는 힘껏 뿜어내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아주 통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녀 간의 러브 라인이 제대로 살진 않지만 어찌 두 마리 토끼를 잡을소냐.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고 잘 생긴 남자를 만나길 꿈꾸지만 - 게다나 능력 있고 집안 좋고 빽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고!! -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여자들의 공상 속에서 살아숨쉬는 로맨스 소설이란 종족은 처음부터가 비현실적인 존재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현실에선 되지도 않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의 비루함을 잊기 위해서라도.

 

그런데 서린의 『머슴열전』은 인물들이 역전되었다. 카리스마 넘치고 아름답기까지 한 여주인공이 중심인물이고, 그녀에게 휘둘리기다가 코가 꿰인 남주인공은 일곱 살 연하에다가 능력도 아직은 없는, 파릇파릇한 순진남으로 등장한다. 이 둘의 관계는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의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할 게다. 초짜 모델인 이현은 오혜령 팀장의 경쟁자의 사주를 받고 미가람 백화점의 꽃인 메스티지 존의 책임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혜령에게 혼인빙자간음죄를 남발하며 공개적인 망신을 주었다. 단지 백화점에서 주최하는 패션쇼에 서고 싶어서!!

 

그러나 능력도 있고 머리도 있고 카리스마까지 넘치는 오혜령 팀장을 건드린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오랜 적수이자 라이벌인 유나니 팀장도 그렇지만 더 큰 일은 아무것도 모르고 끼여든 이현일 터. 자격이 없어서 책임자가 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유나니의 모략으로 책임자 자리에서 떨어진 오혜령은 이현을 이용해 여러 모로 그녀를 압박하고, 그보다 먼저 잘 나가던 오 팀장의 앞길을 막은 이현에게 톡톡히 복수해주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여기이다. 말 그대로 복수혈전!! 만약 나라면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다른 일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텐데 오 팀장 그녀는 최대한의 이성으로 제 감정을 제어하고 모든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그 부분에선 정말 대단한 여성임에 틀림 없다. 그런 그녀에게 한 가지 부족한 점은 어릴 때부터 남자를 부려먹을 줄만 알았지 남자를 배우자로, 소울메이트로는 전혀 생각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외모 되고, 능력 되는 그녀가 서른이 넘도록 남자 하나 못 만났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녀는 정말 괜찮은 남자가 접근을 해도 시큰둥한 것이 조금은 현실성이 없어보였다. 그녀가 워낙 남자 잘 만나 팔자 고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니라손 치더라도 능력 있고 생김도 그럴싸한 남자가 적극적으로 접근해오는데도 딴청을 피우는 것은... 물론 이현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어서 그랬겠지만... 그래도 좀 어색했다.

 

남녀 간의 알콩달콩한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는 이 책은 적당하진 않지만 오랜만에 통쾌하고 멋진 여성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은 참 좋았다. 부담없이 즐길 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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