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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케빈 마이클 코널리 지음, 황경신 옮김 / 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상대방이 미리 놀라지 말라고 말할 정도라면 반대로 얼마나 놀라울지 상상하기 마련이다. 아니, 나만 그런가. 어쨌든 낮은 구도의 사진도 그렇고, 놀라지 말라는 자극적인 제목도 그렇고, 이 책은 저자를 알기도 전에 어떤 사람일지 예측이 되었다. 그가 어떤 모습의 사람일지가~ 아마도 인터넷 어디에선가 그의 상반신만 있는 사진을 본 적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그가 단지 정상적이지 않은 몸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아닐 것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자라다만 혹이 붙어있기만 하고 다른 것은 멀쩡하게 태어난 케빈에겐 가장 큰 질문이었을테지만 말이다. 허나 자신을 알아주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그는 그 자체로서 케빈이 되었을 것이다. 장애인이라거나 뭔가 부족한 사람, 동정을 받아야 하는 사람, 돈을 줘야 하는 사람이란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올해로 스물다섯 살인 그가 살아오면서 스스로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낀 과정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스포츠게임에 참여하려고 노력했던 과정들, 제한된 신체를 가지고 있기에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해 발버둥치던 시행착오들부터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 - <롤링 전시회>란 이름으로 열었던 사진전에 출품된 사진 - 을 찍으려는 마음을 먹게 되고 이 책을 내게 된 과정까지가 이 책에 담겨있다. 정말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만 봐도 그 전시회가 얼마나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을지가 상상이 된다. 여기에는 몇 장 없지만 최대한 그가 갈 수 있을 만큼 많은 나라에 가서 찍은 사진이 33,000장이나 된다니까 사진 안에 담겨있는 감정이 얼마나 극명하게 드러났을까. 이 책에 수록된 사진 안에는 당황, 걱정, 의문, 경악 등 정말 다양한 감정이 살아숨쉰다. 어떤 나라에 있건 어떤 사람이건간에 동일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어쨌든 케빈 본인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하나의 방법을 찾은 셈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하게 된 데는 그의 여행이 시작이었다. 고등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 세르지를 만나러간 키예프으로의 여행에서였다. 그에게 여행이란 경험이 그것 한번 뿐인 것은 절대 아니지만 키예프에서의 경험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해준 유일한 곳이었다. 그것은 키예프가 체르노빌 사건 때문에 사고로 장애인이 되거나 기형아가 많이 태어나는 지역이었기 때문인데,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케빈의 모습은 거지이거나 성인으로 비쳐졌고 사람들은 그에게 돈을 주거나 축복을 빌어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를 케빈이란 이름을 가진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상반신밖에 없는 장애를 가진 신체를 보고 나름의 사연을 만들어내기에 바빴다. 케빈은 사람들에게 깊이 숨겨진 동정심이나 공포,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것은 전쟁의 폭격 때문인지 사고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릎 밑과 팔 한쪽이 날라가버린 한 사람을 봤을 때였다. 그에게 일어난 사연이 도대체 무엇일까 무심코 상상해보곤 그제서야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 때문에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찾지 못해 중단할까도 생각했지만 나중에 후회할 것을 알기에, 혹은 돈이 없어 마지막 기회인 것을 알기에 그는 다시 일어났다. 그를 그렇게 강인하게 만든 원인은 모르겠지만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사랑하고 증명하는 것 같아서 기특해진다. 이 책에는 스물다섯 살 청년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어서 읽고 있으면 장애란 단지 불편할 뿐 제한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도저히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다. 엄마의 약물 복용 때문도 아니고, 사고도 아니고, 병에 걸린 것도 아니니 그의 존재 이유를 풀어낼 길은 없지 않은가.(그의 여동생은 정상적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내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싶어하고, 놀고 싶어하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것만은 비장애인들과 완벽하게 똑같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를 볼 때, 혹은 우리랑 조금 다르게 생긴 이들을 볼 때, 호기심이나 경악, 공포의 반응을 해선 미안해질 것이다. 나랑 완전히 똑같은 인간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