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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시니컬한 것은 평소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다. 시니컬하다~ 이 골 때리는 세상에 얼마나 어울리는 표현인가. 약간 멋들어지게 비틀어진 말투로 세상을 향해 마음껏 비판의 작살을 날리는 것이... 한 번쯤, 아니 평생 사는 동안 우리는 나랏님도 욕하고, 사장님도 욕하고 살지 않는가. 이럴 때는 시니컬한 말투가 제격이다. 남을 부정하고, 세상을 부정하고, 종국에는 자신까지도 부정하고마는 그런 말투가 시니컬하다. 그런데 시니컬함은 그 안에 배려가 없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하는 배려함이~. 또한 시니컬함에는 관용이 없다. 다른 사람이 그럴 수 밖에 없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이해해주는 그런 관용이~ 그리고 마침내는 사랑이 깃들지 않도록 철저하게 막는다.
아마도 처음부터 사람들이 시니컬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서 돌파구를 찾았던 것이 바로 그런 모양새로 자리잡았을 뿐. 난 요즘에 이런 생각을 한다. 내게 상처를 주는 사람도 가해자만은 아니라고. 그들도 상처를 받고 어디 돌파구를 찾지 못해 그렇게 애쓰다가 결국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려고 들 뿐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내가 마음이 비단 같아서 그들의 잘못을 그대로 넘어가주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행동을 이해는 해주겠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있을 수 없는 짓을 해서 싸그리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을 먹게 하는 인간들도 분명히 있을 테고, 그런 사람들에게 분을 품느라 내 자신이 제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니까, 이젠 조금은 놔줘도 되지 않을까.
변호사!! 이 글의 주인공은 대단한 선망의 대상이 되는 변호사이다. 그런데 이혼 전문도 아니고, 상속 전문도 아니고, 일반 사람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기업 전문 변호사인 안드레아 캄피는 그네들이 선망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은 끊임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샘솟아 나오고, 애정 전선은 짙은 구름을 드리우고, 동료와의 관계도 그리 썩 좋지 않다. 더구나 기업을 상대로 하다보니까 고객들은 하나같이 거물급들이라 변호사인 자신을 제대로 존중해주지도 않는 것이다. 돈이나 벌까? 글쎄, 보아하니 돈은 모조리 사장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던데... 도대체 안드레아는 무슨 이유로 변호사일을 하는 것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존경을 받는 것도, 보람을 느끼는 것도 아닌 일을 직업으로 삼는 그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만약 내게 그런 일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그저 특별한 창조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고 그전에 사용했던 양식을 가져다가 숫자와 이름만 바꾸고 실수가 없는지 확인만 하면 끝나는 일을 왜 할까. 전에 사용했던 양식을 찾기 위해 수많은 서류 더미에 파묻혀 지내야 하는 일이 태반인데 말이다. 그런 인생을 살면서 자기 집에 금붕어가 죽어나가는지, 화분이 말라가는지도 알지도 못한다. 그런 저런 변호사의 일상사를 적나라하게, 혹은 시니컬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다. 그런데 말이다, 내 삶도 그리 화창하지 않는데 집에 기어들어와서 이런 책까지 읽으려니까 솔직히 죽을 맛이었다. 이 소설은 실제 변호사인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다 일상사를 버무려서 올린 것이 인기를 끌어 만들어진 것인데, 같은 변호사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러니 아마 직업이 기업변호사인 사람이 본다면 혹 신선함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완전 문외한인 내겐 위태롭고 짜증나는 이야기였을 뿐이다.
하지만 위태롭고 짜증나는 이야기가 곧 우리네 현실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시니컬해보이는 이야기 속에 묻어나는 애정이 있기에 우리는 이런 소설을 반기는 것이 아닐까. 우리네 삶이 팍팍하긴 하지만 아직은 그래도 살만하기에 우리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안드레아 캄피도 자신의 인생이 팍팍하긴 해도 묘하게 자신의 삶이 사랑스러울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