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바보 예찬 - 당신 안의 바보를 해방시켜라!
김영종 지음 / 동아시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헤이, 바보예찬』의 원전이 되는 『우신예찬(Moriae Encomium)』은 에라스뮈스의 책으로, 빛나는 르네상스 문학 중 하나로 손꼽힌다. 네덜란드의 인문학자인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부패한 기성교회에도 급격한 루터파에도 속하지 않아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던 인물이지만 학문적인 면에서는 뛰어난 실력과 명성을 가지고 있던 인문주의자였다. 그리스, 라틴 고잔의 인문정신과 기독교의 융합을 꿈꾸었던 그는 보편적 인간성에 기초한 미덕에 대한 믿음, 중용과 관용을 통한 개혁이 가능하다는 믿음, 위대한 고전 저작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통해 인간이 좀 더 사려 깊고 선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쓴 『우신예찬』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알프스를 여행하는 중에 떠오른 수도원 생활을 풍자한 작품을 일주일 동안 정리한 책이라는데, 어리석음의 여신인 모리아가 화자(話者)로 등장하여 어리석음을 통해 진정으로 현명한 것이 무엇인지 밝히단다. 
 
사실 이 책, 김영종 작가가 쓴 『헤이, 바보예찬』 이란 책이 아니였다면 관심도 가지지 않았을 책이었을 것이다. 『우신예찬』이라니~~ 이 어려워만 보이는 책을 어떻게 읽느냔 말이냐. 그런데  『헤이, 바보예찬』을 읽고 나니까 너무 유쾌하기도 하고 그가 풍자하고자 하는 바가 꼭  『우신예찬』에서 차용한 것 같아서 찾아봤더니 알게 된 내용이다. 처음에 봤던 ‘우신’이 뭔가 싶었는데 ‘어리석은 신’이란 뜻이란 것도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우신예찬』 이란 책은 에라스뮈스라는 과거의 인물이 썼을 뿐이지 그다지 현학적이거나 어렵지 않은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상당히 가깝게 느껴진다. 그런데 글의 진행방식이 참으로 독특했다. 『헤이, 바보예찬』의 서두를 읽으면 누군가가 등장해서 아니, ‘바보 여신’이 등장해서 독자에게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뜬금없는 일이라 읽기에 좀 어색했기 때문에 혹시 『우신예찬』도 그런지 궁금했다. 아직 읽지 않았긴 했지만 김영종 작가가  『우신예찬』에 맞춰서 쓴 것이니 아마도 서술방식이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에라스뮈스가 신학자, 군주, 궁정인, 교황, 추기경, 주교, 수도사, 신부 등 그 시대의 지식인과 지도층을 모두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처럼 김영종 작가도 현재 우리가 당면한 하나의 사실을 공격하기에 바쁘다. 가진 자는 더 가질 수 있게 되고, 못 가진 자는 그 빈함을 대물림할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현실과, 그 아래에서 신음하며 소리없이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삶에 대해, 공공 장소에서의 오버를 하지 못할 정도로 짓눌려 사는 인간의 가슴 아픈 체면에 대해서 시니컬하게 공격한다. 세상에 있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바보와 똑똑한 체 하는 바보들 중, 똑똑한 체 하는 바보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다. 무시당하기 싫어서, 누군가를 이겨먹으려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한다면 그는 그 무지한 상태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한 그들을 깨우치지 않으면 안되니까.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현실을 직면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을, 아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방종과 나태함을 요구하는 ‘바보 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은가. 아마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바보 신’에게서 절대 충성할 수 있을 것임을 안다. 이 세상이 추구하는 모든 것에 다 반기를 들라고 하면서 오히려 홀가분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바보 신’을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그런 바보라면 나조차도 제일 앞줄에 설 것이다. 다만 절대적인 진리조차도 부인하는 그이기에 나로서는 그의 모든 주장이 달갑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런 파격적인 잡소리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과거 에라스뮈스가  『우신예찬』를 발표한 때처럼 이번 김영종의  『헤이, 바보예찬』이 발표와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거나 금서(禁書)될 가능성은 전무하지만, 이 시대에는 이 시대만의 풍자가 필요하지 않은가. 요즘엔 세상이 팍팍하게 돌아가니 이런 잡설이나 풍자가 무척이나 반갑다. 유쾌함이나 황당함이 일회성으로 끝나버린다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불가능할 거라 여겼던 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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