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도전 박지성
박지성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박지성 선수의 두 번째 에세이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를 빌리고 나서 이 책을 샀다. 사실 한 달째 가지고 있는 책이라 빨리 돌려주어야 할 책인데, 왠지 이 책을 먼저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빨리 지른 책이다. 2010년에는 얼마 전에 끝난 남아공월드컵이 있었던 때라 박지성 선수의 에세이가 출간된 것은 시기적절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책을 두 권이나 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서 두 번째 에세이를 빌리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일이었다. 아마 왜소하고 별 특징이 없던 그가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진가를 인정받으면서 2003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 진출하고, 더 나아가 2005년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된 쾌거 덕에 그에게 책을 내라고 제의했던 것이겠지. 전에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에세이를 무척 감명깊게 본 터라 그의 에세이도 참 재미있을 것 같았다. 역시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오히려 재미는 두 번째의 책이 좀 덜했다. 아마도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리가 8강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말처럼 우리가 너무 결과에만 연연해했기에, 2006 독일월드컵에서의 16강 진출 실패를 가지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몰아가는 것처럼 나도 그 결과에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우리에겐 승산이 있어 보인다. 한국 축구 팬의 일원으로서 나도 우리 한국의 월드컵 우승을 꿈꾼다.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나는 순진하게도 그것이 비록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2006 독일월드컵에 16강에 탈락했던 것이 2010 남아공월드컵의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루게 한 것이 아닌가. 2002 한일월드컵 평가전에서 히딩크 감독이 세계 최강이라는 유럽 축구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계속해서 유럽하고만 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처럼 우리 한국 축구에는 세계적인 경험이 필요할 뿐이다. 축구는 실패의 경기인 것처럼 많은 실패를 통해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정말 이 책을 보면서 2002 한일월드컵 때의 기적을 다시 체험할 수 있었다. 평가전 때 워낙 부진했던 터라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 소문으로만 5대 0으로 졌다더라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그런 시기를 보내고 난 후 우리 대표팀은 확실히 달랐다. 유럽 팀과 맞붙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지, 실력이 없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냈지 않았나. 한국대표팀의 대표적인 약점이었던 체력 면을 증강하고 헌신으로 대표되는 정신력을 키우니 우리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동양인이 그렇게나 필드에서 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최초가 아닌가 싶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연장전에, 승부차기로, 진을 뺄 대로 빼고 4강에 올라가지 않았다면 아마 월드컵의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결승에 올라 1위와 붙었을지도 모르는 것. 그만큼 한국 대표팀은 성장했고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이다. 그러니 축구는 행운의 게임이고, 그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축구에서 행운이란 여신을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을 꼽으라면 정말 박지성 선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축구 명문고를 놔두고 수원 공업고등학교로 가게 된 것도, 거기서 이학종 감독을 만나 체력 훈련보다 체격을 키우라고 코치받은 것도, 고등학교 졸업 후 아무도 스카웃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자리가 난 명지대에서 김희태 감독이 스카웃한 것도, 명지대에서 훈련 중에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르게 된 것도, 그 경기에서 허정무 대표팀 감독에게 발탁되어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어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고 배우게 한 것도 모두 우연을 가장한 행운의 손짓이었다. 그 때부터 우리의 눈에 띄게 되는 2002 한일 월드컵까지 연결되고,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하게 되고,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 행운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그것은 모두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행운이다. 박지성 선수가 전체 연습이 끝나도 개인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 초등학교 때부터 감독님이 하신 모든 말을 고지식하게 따른 지독한 연습벌레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발의 모든 부분에 3000번 공이 닿아야 감각이 느낄 수 있다는 말에 연습을 계속했던 그였기에, J-리그에 진출해서 단체 연습이 끝나고도 연습량이 부족하다고 느껴 주의를 받을 정도로 개인연습을 계속 해냈던 그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갓 대학에 들어간 그를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지능적이고 체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말만 빌리더라도 그가 얼마나 자신을 잘 만들어왔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런 그를 단지 체격이 왜소하단 이유로(고등학교 때까진 158cm밖에 안 되었다) 뽑지 않았던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무명선수에서 올림픽 대표팀 선수로, 월드컵 공격수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의 입단으로, 프리미어리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넓고 곧은 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무대에서 자신을 낮추고 받아들이며 배우고 이겨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의 그의 부진이었다. 홈경기만 하면 야유를 퍼붓는 홈팀 팬들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원인 모를 무릎 통증으로 신체적으로도 힘겨운 시기였다. 그 시기를 무릎 수술과 정신적 무장으로 이겨내고 당당히 그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된 야유 속에서 다시 일본으로 오라는 러브콜도 받았고 부모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어떻게 끝까지 남겠다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아마도 얌전하게 보이는 겉모습 속에는 인정받고 싶고 최고가 되고 싶다는 오기가 불타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그는 결국 계속되는 부진을 털어버리고 괜찮은 경기를 모아다가 머릿속에 재생시키며 감각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그렇게 감각을 되찾은 데에게는 히딩크 감독의 전략이 주효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의 은인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부른 네덜란드 행이었다. 그런데 끝까지 그를 지켜준 히딩크 감독은 홈구장에서 야유를 받는 그를 배려해 원정 경기에만 나가게 했고, 그 때부터 경기 감각과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2004년 2월 28일, UEFA컵 16강전 이탈리아 페루지아와의 원정 경기에서 자신의 감각을 완전히 회복한다. 1년 후, 4강까지 진출하는데 힘을 보탠 그에게 에인트호번 팬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주기에 이른다. 정말 대단한 승부사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끝까지 남아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주고 영국 맨유로 옮겼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렇게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커는 앞으로도 한 발자국을 내딛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