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 이야기!

 

이 소설은 400여 쪽이나 되는 분량을 가졌지만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읽고 말게 하는 흡입력을 지녔다. 여담이지만, 재미있고 빨리 읽히는 소설이 요즘의 대세로 보일 정도로 요즘은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이 많이 나오는 듯 하다. 이 작품을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아무것도 각색하지 않고 이 소설 그대로 영화로도 옮길 수 있을 정도, 아니 머릿속으로 그 영상을 돌려볼 수 있을 정도로 이미지화하기가 쉬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영상 세대인 요즘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잘 읽히는 것이 아닐까. 내겐 그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충분히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야기의 구성도, 등장인물도, 상황도, 그리고 결말까지도 조금 미진한 듯 하면서도 깔끔했다. 결말에 가서는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악인이 승승장구하는 세상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벤을 응원하게 되어버린 상황만큼은 어찌할 수가 없다. 마치 액션 영화나 도둑 영화를 보면 도둑이거나 사기꾼인 주인공이 잡히지 않기를 응원하게 되는 것처럼...

 

변호사인 벤은 아기를 낳고도 그 매력이 사라지지 않은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두 아들과 남부러울 것이 없는 집과 자동차, 비싼 취미생활을 누리고 있다. 정말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추었다. 단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만 빼고. 사진에 대한 열정을 접고 변호사로서 드러나지 않게 돈을 버는 그는, 재능이 넘친 소설가 지망생 아내를 집안에 들여다 앉혔다는 이유만으로 아내에게 냉대를 당하고 있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난 일 년동안이나. 보통 그런 부유한 재력을 가진 남편들은 트로피 아내를 데리고 살면서 적당히 정부도 두고 아내를 마음껏 무시하는 편인데, 자유로운 예술혼을 가진 커플이다 보니까 오히려 아내가 휘두르는 권력에 남편이 지쳐나가떨어진 듯 싶었다. 결혼하고도 아내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남자를 어찌 동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 년동안이나 냉대를 받아오면서도 불륜은 생각지도 않았던 지고지순한 남자주인공이었기에 우리는 그의 말없는 공범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아내가 이전에는 지독히도 싫어했던 사람과 바람이 난 것은 어쩌면 이 남자에겐 죽음과도 같은 형벌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단지 그가 잘못했던 점은 자신의 직업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을 아내의 실패를 조장했던 것에 있다. 사진을 좋아했으면 굶어죽더라도 그 길로 갔어야 하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더라면 비싼 취미생활에 오롯이 만족했어야 한다. 아니라면 어느 정도 부유해졌다면 그 이후에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던가. 그런데 비겁했던 벤은 그런 모든 좌절감은 아내를 방해하는데 그것도 무의식적으로 행동했다. 그랬기에 자신의 창조력과 창의적인 예술혼을 막혔다는 이유만으로 아내 베스는 그렇게 냉랭한 눈으로 그를 쳐다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진정 벤의 잘못일까. 벤이 무의식적으로 아이가 생기면 사랑하는 베스가 결혼해주리란 점에서 피임을 안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혹은 둘째를 가지면 완전히 내것이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뭐 애는 혼자 만드나? 본인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행동한 결과에 대해서 왜 오로지 벤에게만 감수하라고 하는지 그녀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틀에 박힌 사람들을 가식적이라고 말할 순 있겠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옷, 쓰는 가구, 귀중품 모두 벤이 번 돈으로 산 것이 아닌가 말이다.

 

전적으로 그녀 본인이 정신적으로 강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그렇게 스러져갔으면서도, 남 탓하기만 바빴으니 벤도 고역이긴 했을 거다. 사랑하니 헤어지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고, 당연히 아내의 불륜을 참아낼 수도 없었다. 그것도 가장 경멸해 마지 않는 그런 녀석에게!! 예술적인 영혼이라곤 하나도 없으면서 비굴하게 애원만 하는 실력에, 작위적인 냄새만 가득 풍기는 그런 사진만 찍는 녀석에게 자유로운 영혼인 베스가 빠진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욱하는 심정으로 베스의 내연남 게리를 죽이는 일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분노를 눌러 참고 있는 사람에게 대놓고 비웃는 짓은, 그것도 아내를 빼앗은 것을 가지고 말이다. 이것은 남자의 자존심과 남편으로서 가지는 애정을 두 번 죽이는 짓이었다. 어쨌든 살인은 일어났고 자수도 생각해봤지만 적어도 18년 이상은 감옥에다 썩을 수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신을 죽이고 게리로서 살아가는 것. 하지만 수많은 걱정과 불안과 초조 덕분에 겨우 소도시에 정착하기로 했을 때, 한 가지 실수를 하고 만다. 그것이 그에게 파국을 가져다주는데...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하면 살 것이라는 말이... 젊을 적에 사진으로 성공하고 싶었을 때는 죽도록 찾아오지 않더니 이젠 성공하면 안될 상황에서는 성공이 아주 손쉽게 찾아오는 것이 말이다. 절대절명의 위기 앞에서 그가 휘말린 상황이 어떤지 잘 봐야한다. 이 결말은 교만한 인간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아주 크니까 말이다. 자신의 삶이라는 것이 지겹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미 그것을 잃어버리면 다시 그 삶을 되찾고 싶어진다는 것, 그런 진리를 깨닫게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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