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커다란 나무같은 사람 - 식물을 사랑하는 소녀와 식물학자의 이야기
이세 히데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그다지 많이 보지 못했다. 아는 것도 없었고, 아는 작가도 없었고, 가장 중요한 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작년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우연찮게 받았던 한 그림책이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유쾌하게 미소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 점차 관심이 갔다. 그러고보니 장 지오노 글에, 프레데릭 바크 그림의 『나무를 심는 사람』이란 그림책을 좋아했던 것이 기억도 날듯 하니 아예 안 본 것은 아닌 듯 싶다. 그래도 그림책은 아무래도 그림이 중요하니까 그림체가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림책은 내용과 이미지가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가 관건인 것 같다. 이 그림책은 수채화의 느낌이 물씬 우러나오는 그림체라 그림이 분명하지 않지 않아 처음에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계속 음미하면서 보다보니까 충분히 마음에 전해오는 것이 있었다.
식물을 사랑하는 소녀와 식물학자의 만남이라니, 그것도 일본인 소녀와 프랑스인 아저씨의 만남이라니, 그렇게 서로 이질적이었기에 서로에게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 않았을까. 아저씨와 소녀도 친해지긴 어려운 만남이긴 한데, 다른 인종의 만남, 다른 국적의 만남이었기에 더 신기하고 편안했는지도 모른다. 내겐 저런 뜻밖의 선물 같은 일회성의 만남이 없어서 더 동경의 눈으로 봤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누군가에게 멘토가 되어주고 누군가의 멘티가 될 수 있는 뜻밖의 만남은 어떤 사람에게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매너리즘에 빠져서 잘할 수 있는 것임에도 대충 하게 되어버린 경력자나 아직 잘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 형성되지 않는 초심자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어른이나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어린애나....누구에게나 말이지~
조금은 살아보니까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물론 혼자서도 얼마든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면 어릴 때보단 조금은 이성적이니까 나쁜 소리, 잘못된 생각을 물리치고 자기에게 좋은 것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은 약하다. 자신이 힘들 때는 주저말고 주변에게 긍정적인 위로, 생각을 주입받아야만 훨씬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친구이든, 부모이든, 연인이든, 혹시 처음 본 사람이든간에~. 우울하고 지칠 때, 만약 처음 본 누군가가 좋은 곳에 데려가주고, 좋은 것을 보여주고, 좋은 것을 알려준다면 그 사람은 혼자일 때보다 익숙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일 때보다 그 자극이 그에게 더 주효하지 않을까. 그에게 훨씬 자극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바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회성이든 여러 번의 만남이든 자극은 동일할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의 특별하지 않은 말에도 우리는 상처를 받을 수가 있으니까, 지나가는 사람의 별다른 말이 아니여도 우리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 등장하는 식물을 좋아하는 소녀와 식물학자는 공통된 관심을 가지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게다. 그것이 너무나 소중해서 나중에는 헤어짐이 아픔이 될지라도 그 만남을 놓치지 않을 만큼 그렇게. 그러니까 서로 만나지 못할 때도 상대방의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일시적으로 끝날 만한 만남이었을지라도 그것은 서로에게 영원히 계속될 만큼 생명력이 넘치는 만남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 사에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다.
푸른 여러 나무 속에서 사에라와 아저씨를 보노라니, 무더운 여름도 사라락 가실 것만 같다.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