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 이여영이 전하는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
이여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여영은 예전에 만난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란 책으로 알게 된 전직 기자이다. 촛불 시위에 대한 기록을 개인 블로그에 남긴 것이 화근이 되어 중앙일보를 떠나게 된 사연을 기록한 책이었는데, 여자란 이름으로, 청춘이란 이름으로 가져야 할 것과 가지지 말아야 할 것을 나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책이었다. 지금은 그 모든 내용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다 읽고 나서 속이 후련했던 기억만은 갖고 있다. 미래가 불안하긴 하지만 그녀가 걷고 있는 길이 멋있다는 생각만은 오롯이 내 가슴 속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1년 만에 또다른 책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동안 블로그에 글도 올리고, 칼럼도 쓰고, 강의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다는데 그렇게 멋지게 삶을 꾸려갈 수 있게 된 것이 그저 거저 얻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믿었던 회사에 배신을 당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미치도록 싫어졌을 때 석 달을 두문불출하면서 울었다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에서 삶에서 배신당할 때 위로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일등은 아니지만 일등만큼, 아니 어쩌면 일등보다도 더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서른 명씩이나 만나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그맣게 들려주는 이 책은 세상은 하나의 잣대로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는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세상이 보기엔 실패라고 과감하게 평가를 내릴 지라도 그것이 그다지 상처가 되지 않는 단단한 내공을 기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새삼스러웠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며 살게 된 것인지, 사람들이 성공이라고 부르짖는 모양새만 쫓고 있었던 것인지 내 우둔함을 깨달아볼 수 있었다. 아,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하나만 알았구나 싶었다. 연예인이라고 하면 겉만 보고 그 내면을 들여다 보지 않으려 했던 내 무지가 서글펐다. 모든 사람들이 올바르게 살진 않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자기가 추구하는 목적을 향해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만 눈에 들어와 스스로를 얼마나 비하했는지...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달라질 것이다. 서른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남김없이 다 발라내진 않았지만, 내가 몰랐던 세계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었고,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재연배우 이중성 씨의 이야기였다. 한동안 언니가 너무 좋아했던 TV 프로그램 「신비한 TV서프라이즈」에서 항상 등장하던 보조개가 인상적인  남자배우가 아닌가. 그 때만 해도 3~4년 전이라 그가 많이 나오는 것을 못 봤는데 어느 새 여러 프로그램에서 재연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사극에서 조연으로 나오기도 해서 요즈음 그의 얼굴이 많이 알려진 상태였다. 그래서 나도 익숙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배우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 책에서 보기 전까지 그의 이름이 이중성인 줄도 몰랐었다. 하지만 그가 연기 학원에서 춤도 가르치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디지털 음반까지 준비하면서 뮤지컬 배우를 목표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멋져보였다.
 
요즘 재연배우들이 한창 뜨기 시작해서 여기저기서 소개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또 하나의 직업이 존재한다고만 생각하고 나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위로를 받을 줄은 몰랐다. 평생을 두고 뮤지컬 배우로, 연기자로 성장할 것을 목표로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 이루지 않을까. 이렇게 마음 먹는다면 충분히 조급할 것도 없을 것 같다. 내 꿈도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조금은 지친 상태였는데 다시금 나를 재정비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세상엔 역시 다양한 군상들이 있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알았다. 남들보다 다른 모양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그것이 뒤쳐진다거나 잘못 사는 인생은 아니라는 것을, 비록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알지 못했던 그 사실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청량감을 안겨주는 책을 만나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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