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2 - 천문편
조용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조선일보」에 연재 중인 인기 칼럼 '조용헌 살롱'을 1권 인사편, 2권 천문편으로 나누어 동양학 사전처럼 세밀하게 재구성한 책 중의 2권 천문편이다. 그런데 1편의 서평에도 말했다시피 그의 칼럼을 찾아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 이 책이 그의 칼럼을 모아 낸 책일 거라 알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차라리 책 제목은 그대로 두고, 부제라도 '조용헌 살롱' 칼럼이라고 표기라도 해놨다면 조금은 접근성이 용이했을 것이다. 서문에도 나왔듯이 아예 제목을 현학적인 '동양학 강의'라고 하지 말고 강호에서 배운 이야기란 의미에서 '강호동양학'으로 했다면 체계적인 학문의 깊이를 기대하고 읽게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 개인이 강호에서 배운 여러 가지 이야기와 학문적으로 배운 동양 사상의 깊이 있는 내공이 두루 섞인 쉽고도 깊은 이야기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줘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분은 너무 아쉽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울 것만 같은 겉표지와 제목에 놀라 보려들지 않을까 봐. 혹은 궁금하다. 칼럼 제목과도 동일한 제목의 책도 나와있던데, 그 책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하는 것들이. 하지만 이제 처음 접하는 조용헌 저자의 깊은 내공을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

 

2권 천문편은 자연, 천문, 종교, 운명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처음의 자연 부분은 말 그대로 산, 바다, 동물, 식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천문 부분은 날짜, 주역, 풍수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종교 부분은 종교랑 유뷸선에 대해 잡담을 하고, 마지막 운명 부분은 예언, 생사, 사주, 관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이 천문편이니 아무래도 천문이 많을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운명 부분이 가장 분량이 많다. 보통 사람들도 운명 부분에 관심이 더 많지 않을까. 그래서 책의 이런 구성은 사람들의 관심도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학문으로서의 주역에 호기심을 느끼긴 했지만 읽기에는 사주나 관상 부분이 훨씬 더 쉬웠으니 말이다.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옛적부터 사주나 팔자를 보고 관상을 보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솔직히 나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사주가 나쁘다고 나오면 썩 기분이 좋지 않을 게 아닌가. 반대로 사주가 좋게 나와서 내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내 손해가 아닌가. 그러니 풍수, 사주나 팔자 같은 것은 신념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이해해두면 좋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이 세상에 나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듯 하다. 사군자라 이름 하는 매(매화), 난(난초), 국(국화), 죽(대나무) 중에서 난초를 빼내어 매, 연(연꽃), 국, 죽으로 불러도 군자를 의미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하면서 설명해준다. 매화는 이른 봄에 추운 눈을 이기며 꽃을 피우는 점이 군자 같고, 연꽃은 더러운 진흙 속에 뿌리를 내려 꽃을 피워도 더러움이 물들지 않으며, 국화는 서리를 맞아도 꿋꿋하게 꽃 피워있는 점이 군자와 비슷하고, 대나무는 겨울의 흰 눈 속에서도 청청함으로 군자로 이름한다. 난초는 왜 빠졌는가. 그가 군자의 상징으로써 특별히 모자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연꽃이 여름에 날 뿐. 그래서 난초의 성품도 찬양한다. 난은 향기가 멀리 가고, 멀리서 맡으나 가까이서 맡으나 향의 농도가 일정한 점이 군자의 성품과 같다고 본다. 또한 뿌리가 90%이상이 썩어가도 그 잎은 멀쩡하게 유지하는데 그것을 가리켜 자기 어려움을 표현하지 않는 군자와 같다고 하고, 빗물과 깨끗한 이슬만 먹는 것도 군자가 닮아야 할 성품이라고 여긴다. 그렇기에 연도 좋고 난도 좋다고, 너도 좋고 나도 좋다고 그렇게 다짐하는 것 같다.

 

이 외에도 돼지나 오동나무, 방어, 민어, 새, 매화, 참나무, 작약, 백도화 같은 동식물이나 금강산, 월출산, 지리산, 화왕산, 영산강, 관음포, 해운대, 태안 앞바다 등 산수를 한꺼번에 알고 이해할 수 있어서 자연 부분이 제일 제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 외에는 별로 좋아하는 부분이 아니여서 그런지 그리 쉽게 읽히진 않는다. 인간의 육체가 지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꼭 명당이나 산수, 관상, 사주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짓는 것처럼 보여서 그다지 운명 부분에 대해선 반갑지 않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어쨌든 좋은 재담꾼을 하나 만나서 오랜 만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강호유람은 하지 못하지만 내 대신 강호를 유람하고 좋은 이야기만 선별해서 들려주는 사람이 있으니 이것도 복이로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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