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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란 -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
앤드류 니키포룩 지음, 이희수 옮김 / 알마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혼란 :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
이 책은 조류독감, 구제역, 광우병, 사스 등 수많은 고병원성 변종 전염병뿐만 아니라 종의 서식지 이전으로 인해 유발되는 생물학적 침입자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서술해준 책이다. 저자 앤드류 니키포룩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3년에 걸쳐서 3,000권 이상의 책과 기사를 참조해야했다. 그로써 우리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수십 년 전부터 이 생물학적 폭탄에 대해 위험을 경고한 학자나 논문, 혹은 서적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단지 각종 끔찍한 전염병을 일으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변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골치아픈 황소개구리처럼 외래종이 서식지를 이전해서 새로운 생태계의 무법자가 되는 경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만 아니라 이유후전신성소모성증후군, 청설바이러스, 양두, 소결핵 등 헤아릴 것은 너무나 많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이 지구에 인간이 없다면 과연 어떤 모습인가를. 왠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기대되지 않는가. 아름답진 않더라도 야성적인 자연이 남아있다고만 해도 상당히 만족스러울 것 같다.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워진 인간이 이 지구 땅에 있는 모든 생물을 위협한다니 그야말로 낯부끄러울 일이지만 실제로 지금 이순간도 자행되고 있는 일이다. 만약 그런 일이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다지 미안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은 일로 우리는 매주 두 가지 중 하나꼴로 수백 년의 종자 개량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동물들을 사라지게 하고 있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을까. 이렇게 사라진 종은 다시 돌이킬 수조차 없다. 인간이 쉽게 생각하는 일 중 하나가 필요없으면 죽였다가 필요할 것 같으면 다른 과학 기술로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런지. 생명은 그렇게 간단하게 조작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인데.
우리에게 이런 동물 전염병이 친숙해진 이유가 바로 그것의 원인이다. 우리가 친숙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물론 이런 동물성 전염병이 16세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각기 지역마다 발생하는 여러 전염병이 있었고, 그에 따라 현명하게 처리하는 대처 방법 또한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역과 지역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바이러스도 서로 교환하고 변종을 만들어내다 보니까 이렇게 인간에게까지 위협을 가하는 변종 바이러스가 드글거리게 된 것이다. 지구촌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한동안 사스로 심각할 정도의 사람들을 죽어나갔다. 내가 사는 지역만 해도 그럴 일이 없었는데 휴교령이 한동안 계속될 정도로 크게 위험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사스도 처음엔 특별한 병이 아니였다고 한다. 사스는 인간에게 감염되는 속도가 아주 느린, 평범한 저병원성 전염병일 뿐인데 이것이 다른 환경과 다른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희한하게 변종이 생겨난 것이 요즘 전염병의 무서운 점이란다.
또 얼마 전엔 구제역으로 한동안 국가가 앓아누었다. 그러나 이런 구제역도 처음에는 안전한 축에 속한 전염병이었다. 처음 동물에게 발견된 구제역은 19세기만 해도 죽음을 안겨주기보단 약간의 고통을 주는 정도로 고열이 나고 동물의 발과 입에 수포가 생겨 잘 먹지 못하고 절뚝거리는 경우이지, 특별히 약하지 않은 이상 죽지는 않는 치료가 가능한 병이었단다. 다만 이 구제역은 포유동물 바이러스 중에서 가장 전염성이 빠른 바이러스여서 후에는 각 나라의 생물무기 개발자들이 주목했던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평범한 바이러스가 국가 관리 가축 전염병의 반열에 오른 것은 영국에서였다. 처음에 이 바이러스가 발병하면 사람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따뜻한 죽과 부드러운 건초를 먹이고 깔짚을 깔아주고 수포를 치료해주면 금방 나았던 것을 영국은 정치적, 경제적, 통상적 이익이 얼키설키 뒤엉킨 탓에 이것을 무조건 살처분하는 날조된 유행병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반응도 늦게 해서 오히려 병을 키운 탓도 있었다.
또한 우리나에서 촛불시위운동을 일으켰던 광우병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병이었다. 죽은 짐승을 재활용하기 위해 개발한 렌더링 시스템의 발명으로 카니발리즘, 즉 동물이 자기 종족을 먹는 행위가 일어났고 그로 인해 소의 뇌가 구멍이 뚫려가며 죽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유사한 예로 죽은 사람을 먹는 포어족들이 발작을 하고 웃다가 죽는 병에 걸리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의 뇌를 보니 그들의 뇌도 구멍이 뚫려서 죽었던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더 무시무시한 것은 이 광우병은 400도가 넘는 고열에도 죽지 않고, 냉동 상태에서도 살아나기 때문에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토양도 오염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광우병이 걸린 소가 있었던 자리에서 건강한 소가 풀을 뜯어도 전염이 된다. 또한 이 병원체의 잠복기는 무시무시하게 길어서 40년 전에 먹었던 것으로도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으니 인간은 이제 갈곳이 없어졌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시무시할 만큼 파괴력이 큰 이런 전염병은 과거에도 분명 존재했으나 지금만큼 크게 영향을 주진 못했다. 그것은 지역 간의 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모습 때문이다. 이런 모든 전염병의 변종과 생물학적 침입자들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전세계를 유람하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할 준비를 갖추기도 전에 모든 것을 살상해버린다. 유럽에서 실은 화물선의 선박평형수 속에 들여온 박테리아나 콜레라 병균, 조개류가 북아메리카의 오대호에 들어차 몇 년 안되어서 호수를 점령해버리는 것은 이미 예삿일이 되어 버렸다. 요즘 세계화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생존에 큰 위협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화를 잡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보다 더 큰 전염병의 위협을 안고 살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혼란이 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몇 번만 더 이런 국가적인 위기가 닥쳐온다면 아마 국가의 전복도 예상치 못할 일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은 가만히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