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 이타카
김지훈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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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제인지 오늘인지 하여튼 밤을 새워 이 소설을 읽어가면서 느낀 소감은 요즘 한국소설이 미래에 대해 경고를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읽었던 김현영의 『러브 차일드(사생아)』란 소설도 그렇고, 이번 김지훈의 『더미』도 그렇고 인류가 곧 멸망할 것만 같은 그런 위기감이 들게 한다. 김현영 소설에서는 고령화에 대해서, 김지훈 소설은 비만이란 주제를 놓고서 이야기하기에 딱 일치되는 부분은 없지만, 세상이 미쳐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흡사하다. 그래도 『러브 차일드』에서는 3인칭 서술자를 내세워 주인공들과 거리를 뒀던 것이 감정조차 메마른 사회를 표현하는데 아주 탁월했었는데, 김지훈 작가의 이 소설은 1인칭 화자를 등장시켜 인간이 자신의 명백한 잘못을 어떻게 자기합리화하는지 그 가장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머리가 뛰어나지만 그것을 그리 특별하게 여기지 않고 항상 자신의 위치가 낮다는 것을 확인하며 일견 자신감 없게 보이는 행동을 하는 남자주인공에게 많은 동정표와 자신과의 동일시를 유발했던 것은 상당히 주효했다. 이젠 그가 느끼는 죄책감과 잘못된 행동들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뻔뻔스러울 만큼 두꺼운 자기합리화의 가면을 같이 써야 할 테니까.
 
존 홉킨스 대학에 있는 생물학계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프루지너 교수의 연구팀에 소속되어 있었던 주인공 나는 자신의 노력의 결산물인 논문을 교수가 가로채가버렸을 때, 자신이 명예를 얻고 싶어했던 것이 아니였다는 것을 깨닫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의사였을 때 먹고 살기 위해 의술을 사용하는 것이 구역질이 나서 삶의 목적을 느끼기 위해 전쟁 한가운데를 직접 걸어들어간 것처럼, 이제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명예나 영광은 뿌리치고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물론 이와 같은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유유자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돈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사실은 그런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기자마자 지긋지긋한 연구원 생활을 바로 접어버린 것이다. 항상 남의 논문이나 훔치는 교수 밑에서 있기도, 제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만 앞서는 동료 곁에 있기도 이젠 너무 지쳐버려서.... 그는 연구를 하다가 진정한 비만 바이러스를 발견했던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비만 바이러스를...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실제로 공기 중이나 물로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일정량을 먹어줘야만 가동되기 때문에 사람에겐 무해했다. 그래서 그가 생각했던 것은 돼지나 소 같은 가축들에게 먹이면 금방 내다팔 수 있으니까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름하여 레인보 아미노산.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에게 투여되는 각종 항우울제, 성호르몬제, 항생제들보다도 그의 연구물이 훨씬 더 부작용이 없고 한 번 찌면 절대 빠질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데다가 근육 사이사이에 지방이 생성되기에 맛도 훨씬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특허물은 여러 가공품으로 확산되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완전 장님 문고리 잡은 격이다. 그저 자유를 위한 작은 돈을 벌고 싶었던 것이 거대한 재벌 하나 만들게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이 개입된 생명체에게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을 보고 느낀 것인데, 생물학만큼 무서운 학문도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식물의 품종 개량은 곧잘 있어 왔지만, 이제는 이것이 동물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응용하는 사태까지 일어나니, 우선적으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윤리적인 한계를 지어두어야 할 것 같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이 아니라는 말,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문제는 없을 수도 있다. 만약 정확한 사용법대로만 사용한다면... 과학자인 주인공은 정확함이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 기업 입장에선 약간의 편법은 당연할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직접 섭취하면 결단코 살을 뺄 수 없는 비만 효과가 시작되는 것도 무시하고 이제는 가축 사료용이었던 것을 이젠 식품첨가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만 보면 내가 좋아하는 초코릿, 사탕, 젤리 등도 식품첨가제 범벅이었을 것이고, 설탕은 또 얼마나 많이 들어가 있었을까. 야식엔 그만인 라면이나 과자 한 봉지도 빼놓진 못하는데... 하지만 뻔히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사먹고 있다. 마치 비만이 될 자유라도 있다고 주장하려는 듯이~. 하지만 주인공은 선량한 탓에 사람들이 점점 비만이 되어 가는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제 손으로 상자를 열어버린 판도라처럼, 그렇게 비참하게 후회를 했다. 여러 연구기관에 의탁을 하든 실제로 자기가 비만치료제를 만들든 다양한 방법으로 매달리고 노력해봤지만 너무나 천재적이어서 레인보 아미노산을 방어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분명 잘못되었는데, 그가 한 행동은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노벨처럼 끔찍한 일이었는데, 경제논리가 곧 인간 상식이 되어 버린 이 시기에 아무도 그를 탓하지도, 그를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고마워한다. 잘못된 세상은 바꾸어야 한다는 르포 작가 스피넬도 사람들이 좋아서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선택론을 강요한다. 자신이 폐암으로 죽을 것을 알면서 담배를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마치...... 죽음으로 향해 가는 사람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믿는 것처럼. 그런데 정말로 그런 걸까? 충분히 위험성을 경고하고도 제 스스로 먹기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저 죽어도 싼 인간인 걸까?
 
나라도 그런 물질이 나왔으면 대놓고 먹었을 것이다. 그것이 운동이나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살을 빼게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런 책이나 정보엔 무척이나 느리니 아마 그 정보를 알 쯤엔 이미 사정없이 뚱뚱해지고 난 이후였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탓은 못하고 내가 많이 먹었어~ 하고 자책만 가득하겠지... 그것이 옳은 것일까? 사람들은 알 권리가 있지 않나? 일이 커진 다음이 아니라 처음부터, 먹기 전부터 이렇게 감칠 맛이 나는 첨가제가 있는데 먹으면 살을 뺄 수가 없지만 먹을 건지 의향을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대중은 그렇게 희생당할 수 밖에 없다. 급기야 그의 잘못된 특허는 뉴타입이란 신종 인류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는데, 이는 우성 형질이여서 아이를 낳기만 하면 무조건 뉴타입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뉴타입들은 서민들이 아니다. 높은 곳에 있는 양반들, 삶의 유희를 즐기다못해 이제는 아예 인간이길 포기해버리는 짓거리까지 서슴치 않고 행하는 인간의 거죽을 쓴 짐승일 뿐. 그렇기에 뉴타입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도 않고 자기를 즐긴다. 결국 서민들만 뚱뚱해지고 그렇게 인생을 망가뜨리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나는 어떨까? 괴로워서 자살이라도 할 것 같나? 절대!! 그의 선량한 양심으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짓거리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그렇게 망나니가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기만이란 탈 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어느 천재 과학자가 우연히 발견해낸 레인보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한 차원 높은 미각을 알려주고 새로운 종류의 인종을 탄생케 했으며, 서민들을 위한 나라를 추방시켜버렸다. 아마도 한 세기만 지나면 사람들은 너무 복작거리지 않게, 아주 알맞은 밀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뚱뚱한 서민들은 다 죽었을 테니까. 그것이 그 선량해마지 않았던 한 과학자가 한 일이다. 아니, 우리 모두가 눈을 감고 귀를 막아서 일어난 일이다. 아마 진짜로 우리 일반 서민들이 계속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언젠간 '서민'이란 말조차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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