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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것 일로, 삼았습니다 - 여성 작가 15인의 창업 이야기
다가와 미유 지음, 김옥영 옮김 / 에디터 / 2010년 3월
평점 :
만드는 것 일로, 삼았습니다 : 여성 작가 15인의 창업 이야기
이 책은 어쩌면 단순히 만드는 것을 어떻게 일로 삼았는지의 자세한 내막을 알기 위해서라면 별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성 작가 15인의 창업 이야기」란 부제에서도 나타났듯이 이 책의 목표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혹은 부제에 나타난 ‘창업’이란 단어에 혹해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어떤 통로로 통해 팔았고, 그것으로 어떻게 작업장이든 아틀리에든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서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책 내용이 그런 정보가 나오지 않아 조금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 책의 1탄 격인 『20대에 가게를 시작, 했습니다 : 여성 오너 15인의 창업이야기』에 내가 원하는 내용이 더 자세하게 들어가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지인 중에서 만드는 것에 무척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어서 이 책으로 선택했더니 조금은 초점이 어긋나버렸다. 하지만 이 책이 아무런 효용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성 싶다.
일단 15인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다양한 여성 작가들이 있어도 한 분야에 한 사람씩만 선별해서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 분야에서 일인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작품을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그들 대부분의 나이대가 많아봤자 40대이고, 20대 후반부터 초보엄마까지 분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젊은 시절에 빨리 자리를 잡아갔다고 볼 수 있다. 프리랜서이거나 스스로 창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경우엔 아무래도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불안함이 없을 수가 없을 텐데, 그것을 감수하고 자신의 색깔을 내려 노력하며 풍요로운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아직 시작하지 않은 입장에서 봐도 조금은 힘이 되어 주었다. 아무래도 시대가 이런 다양한 작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 때이다 보니까 젊고 감각있는 여성들이 많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선구자처럼 누군가 먼저 앞서 길을 갔다면 뒤따라 가는데 그리 어렵지 않을 테니.
여기에 등장하는 작가님들은 역시 분야가 다양하다.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분야도 있었는데 생소하다기보단 요즘 시대는 다양성이 각광받을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 종류를 나열해보자면, 스테인드글라스, 핸드메이드 가방, 도예가, 뜨개질 인형, 공예가, 도자기, 플로리스트, 스위트 파티셰, 가죽 공예 ·손목 시계, 크라프트, 핸드메이드 액자, 종이 오리기, 슈즈 디자이너, 팝 분재, 은공예 분야이다. 어떤 것은 보면 이게 돈이 될까 싶을 정도로 시장성이 없어보이는 분야도 있고, 이것은 정말 어렵겠다 싶을 만큼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도 보이는데, 이런 작가들에게 공통점을 찾아보라면 모두 자신의 일을 즐긴다는 것과, 포기를 모른다는 것이다. 각 분야마다 8페이지 정도만 할애해서 설명해주는 것이라 그들이 겪었던 모든 시련과 아픔을 다 담아내진 못했지만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그 분야에 남아있고 싶어했기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꿈이라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흥미대로 갔더니 현재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
아마 모든 장인들이, 모든 예술가들이 자신의 희망과 열정이 이끄는대로 움직였더니 그 분야의 일인자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작고 아담한 가게일 뿐이지만, 여기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열정과 꿈이 살아숨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종이 오리기만 해도 얼핏 보면 시장성이라고는 별로 찾아보기 어려운 분야이다. 하지만 야구치 가나코 씨가 최초 종이 오리기 작가라는 이름을 불리기까지 발로 뛰어다니며 그 작품의 디자인을 다양한 제품과 연결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을 때는 그만큼의 시장성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제품과 연계를 했지만 이제는 그 디자인 자체로도 충분히 시장성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전세계적으로 최초의 분야를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정받는 것은 단지 밥벌이로서만 이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생각하다보니까 이렇게 선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누구보다도 뒤지지 않는 열정을 분출시킬 수 있는 기회만 마련해준다면 어떤 작가가 되어도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세계 최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이 모든 것을 쏟아부어가며 뭔가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런 행위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구체적인 창업 노하우쯤은 몰라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