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지켜낸 어머니 최숙빈, 그녀를 둘러싼 여섯 남녀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의 저자 이윤우라면 들어본 기억이 났다. ‘날로 먹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싸이월드에 칼럼을 연재했다니, 적어도 싸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들어봤을 수도 있겠다. 기억을 가만히 더듬어보니 드라마가 한창일 때 『제중원 박서양』 이란 책으로 한 번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 때는 처음 접하고 소재가 나랑 맞지 않아서 아쉬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이번에 만난 『최숙빈의 조선사』라는 책은 또 달랐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역사를 아주 쉽고 재미나게 정리해주어 그 때 그 저자인가 고민이 되었을 정도였다. 역사서이다 보니 사료가 가장 중요한데, 조선왕조실록의 숙종 편을 증거로 제시해주고 옛날 말로 쓰여진 모호한 구문을 다시 풀어주면서 쉬우면서도 흥미있게 전달해주었다. 이제까지 여러 역사서를 읽어봤지만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게 도와준 책은 처음인 듯 싶다. 최숙빈, 숙빈 최씨는 누구나 알듯이 영조의 어머니이다. 천인이라든지 무수리라든지 하는 여러 풍문의 주인공이기도 하는 그녀는 역사서에 기록이 거의 없어 항상 그렇게 모호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역사서에 여성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가 모가 나는 행동을 하지 않고 바짝 엎드려서 상황을 잘 읽어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그랬기에 인현왕후가 폐비되고 희빈 장씨가 사약을 받는 그런 모진 궁에서 정1품의 지위인 빈의 자리에 올라 49세의 나이로 제 천수를 다 누리다가 세상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역사서에서도 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에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녀 자신이 ‘근신’하고 ‘조심’했기에 그의 아들인 영조 또한 ‘근신’하고 ‘조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왕후 자리에까지 오른 여자의 아들이 세자로 책봉되어 있는데 그 자리를 밀어내고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실제로 영조는 제 어머니의 말을 여러 번 인용하고 있는데, 그녀의 품성을 자연히 유추할 수 있겠다.
사친께서는 평소 조심스런 마음으로 근신하셨으니 - 영조 즉위년(1724년) 11월 20일 내가 모든 일에 있어서 사친을 따르려는 소심한 뜻을 되도록 제약함을 힘써 따르고 있는데 - 영조 2년(1726년) 11월 8일 내가 어렸을 적 사친이 항상 조심하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도 마음에 새겨 행하고 있다. - 영조 13년(1737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