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性 - 상식과 몰상식을 넘나드는 인류의 욕망
이성주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역사의 치명적인 배후, 성性 : 상식과 몰상식을 넘나드는 인류의 욕망
제목은 참 그럴싸하게도 지었다. 상식과 몰상식을 넘나드는 욕망이라니~ 하긴 나도 이 제목에 솔깃했던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리고 말 그대로 몰상식적인, 인간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역사적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프로이센은 자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아이를 많이 낳도록 일부이처제를 허용했고, 심지어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도 아이만 낳으면 나라에서 우대해주기까지 했다니, 그 당시의 성풍속도는 상당히 문란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미국정부는 페니실린의 발명으로 매독 치료가 가능해졌음에도 매독에 걸린 흑인들을 치료해준다고 거짓말로 속이고 30년 동안 병의 진행상태를 관찰만 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흑인들의 인권이 바닥에 떨어진 시대였으니 그 이상의 끔찍한 일도 가능했을 것이라 여겨지니 이건 어쩜 약과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독특하고도 기이한 이야기들만 엮어놓은 이 책은 목차로만 보자면 논문 주제로도 손색이 없어 왠지 학구적일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처음에 서문과 목차를 꼼꼼하게 보고 나서 책을 본격적으로 읽는 나로선 너무 어려울지도 모르겠단 걱정을 내심 했다. 다음은 목차의 일부분이다. 조금은 어려워보이지 않는가.
| |
|
|
| |
2 억악과 편견 그리고 성
_ 권력이 사회적 약자에서 가한 성적 억압과 폭력
1) 섹스는 인류 멸망의 시작이니라
2) 베일에 싸인 정조대의 존재
3)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자위행위
4) 20세기 미국의 흑인들, 매독 연구로 희생되다
5) 낙태는 권리인가, 권리가 아닌가 |
|
| |
|
|
그런데 절대 어렵지가 않다. 모든 글은 좀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대화글이 들어가는데 그 대화글이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정리되어 있기에 아주 술술 읽힌다. 나만 하더라도 처음 그냥 맛만 보려고 책을 들었을 뿐인데, 어느새 다 읽어버렸다. 유쾌하게, 혹은 익살스럽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섬짓하거나 끔찍할 만큼 몰상식한 성 이야기가 그냥 유머러스하게 이해된다. 어쩜, 제목을 잘못 지었는지도 모른다. 「유쾌하게 전달해주는」이란 부연설명을 앞에다 조그맣게 넣어햐 하는 것은 아닐런지... 그만큼 쉽게 빠르게 이해되니 심심풀이로 읽을 수 있겠다.
그런데 전달하는 방식이 심심풀이 땅콩 같다고 해서 내용까지 단순할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내용은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놀라울 테니까.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인간은 단지 섹스만 하는 동물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단순무식해 보인다. 일례를 들면, 세계2차대전 때 영국군이 영국을 벗어나고 얼마 후 미군이 영국에 주둔했을 때의 일이다. 3년 가까이 독수공방했던 영국여인들은 영국군보다 몇 배나 많은 연봉을 받고 훨씬 잘생긴 미국군들을 열렬히 환호했고, 여자가 아쉬웠던 미국군도 영국여인들을 기꺼이 취했다. 그 결과,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영국에서 태어난 25만 명의 신생아 중에서 10만 5000명이 사생아로 태어났다는 사실만 봐도 전쟁 중에 정숙했던 영국여인들은 없었던 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물론 이 때도 진실한 사랑이 생겨난 경우도 있긴 했지만 많은 불장난이 양산되었다는 사실로 봤을 때 전쟁은 성이 문란해질 수 있는 큰 계기가 된다고 볼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중세 때 여성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만들었을 거라고 여겨지는 정조대도 실은 관상용이거나 스릴있는 성행위를 위한 도구였음이 판명되었다. 정조대를 쇠로 만든 것이나 살벌한 장식을 해놓은 것으로 봤을 때 여성의 맨살에 착용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역사에도 여성에게 정조대를 착용하게 했다는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실제로 있지도 않은 물건이 있다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만큼 성이 궁금증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일까. 성이 은밀하게 여겨졌기 때문일까. 어쨌든 인간의 성에 대한 관심은 결단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은 분명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