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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이제껏 진보니, 보수니, 개혁이니 하는, 어쩌면 운동권 구세대들의 유물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어휘들을 거의 접한 적이 없었다. 얼마나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으면 ‘반동’이란 단어가 이해되지 않아서 사전을 찾아보기까지 했겠나. 어떤 문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또 어떤 문장에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 아예 포스트 잇을 붙여놓고 사전에서 찾아 뜻풀이를 달아두었다. 본격적으로 책을 보면서 사전을 이용한 일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간혹 사전을 찾게 하는 사회 관련 책들이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인간은 무언가를 향해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탓인지, 이런 책을 만나면 항상 즐겁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내용 자체가 평소에 접하지 않았던 것이라 신선하고, 의식을 깨는 강렬하고도 위급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보니 배우기에도 즐겁다. 책을 읽을 때 더 읽고 싶게 만드는 동력은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알려줄 때가 아닌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입 아프게 늘려서 중복하는 책만큼 지루한 것은 없으니,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절대 지루할 일이 없을 것이다.
지승호 씨가 질문을 하시고 어떤 인물이 나와 대답을 하는 식의 인터뷰를 모은 책은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처음에는 박원순 변호사를 인터뷰한 『희망을 심다』를 보곤, 많은 것을 느꼈는데 이번에도 좋은 책을 보게 되어 기뻤다. 더 기뻤던 것은 이번에 본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란 책으로 인권 변호사로 유명하고 존경을 받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를 비판한 것이다. 그 외에도 유시민이나 진중권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존경할 만한 분들을 비판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새롭게 느껴졌다. 사실 그분들의 행보는 대중에게 꽤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 않는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는 세력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새로웠고, 그분들을 비판하는 데 들이댔던 처음 들어보는 잣대를 알게 된 것도 좋았다. 막말로 그들이 이명박 대통령처럼 절대 악은 아니지 않는가. 그 분들의 인격에 대해 뭐라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들의 행보가 진보의 입장에서는 좌시할 수 없다는 것 뿐이니까. 사실 읽으면서 가장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 신자유주의를 배격하는 진보의 입장에서 여러 개혁 세력들이 등장하면 대중들은 신자유주의가 어느 정도는 살만한 사조이구나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진보를 가로막는 역할을 개혁 세력이 톡톡히 해내고 있다니, 정말 새로운 관점이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니 아예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촛불시위를 보면서 우리 민중의 시민 의식이 저렇게 성숙했구나 감탄도 한 반면 나는 내 생활이 바빠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런 촛불시위의 이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부터 찬찬히 돌아보니까 같은 현상을 두고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민중이 그렇게 높은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이 많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이 모든 것을 이해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좋지도, 싫지도 않다. 좀 알았다면 인간적으로는 깊이 교류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통령으로서는 이렇다 할 의견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그렇기에 이 책은 사회에 대해 이렇게 무지한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교본이 될 듯 하다. 내가 아무것도 몰라 수긍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규항 씨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조금은 알겠으니 말이다. 옛날 운동권 세력은 뭔가 무섭다 생각했다.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모르진 않지만 잡으러 다니고 쫓기고 하는 삶이 너무 힘겨워보였으니까 아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자기의 왕년 행적으로 드러내놓고 자랑하면서 지금은 그저 자유주의가 좋사옵니다~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건 뭔가 아니다란 생각이 든다. 과거 386세대가 화염병 던지며 외쳤던 구호는 한낱 구호일 뿐이고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더 악랄하게 아르바이트생을 착취한다니 진정 부끄럽지 않을까. 교육문제도 마찬가지다. 사교육에 바람이 불어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부르짖어놓고선 집에다 전화해서는 아이에게 학원은 빼먹지 말고 갔다왔냐고 말하는 인사들은 또 어디 누군가.
또한 신기할 만큼 새로웠던 것은 이명박 대통령 정권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것만 떠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개혁 세력들이 그런 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진보세력마저 그런 식으로 한다면 그렇게 비판하는 것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저항한 것을 착각할 수 있게 되기에 금물이라는 것이다. 입이 근질하지만 무턱대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반동으로 갈 수 있는 세력을 하나씩 경계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도 좋고, 촛불 시위도 좋지만 그보다 앞서 이런 행동이 단지 감정에 휘말려서 진행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에는 얼마나 비판이 거셌나. 그런데 자살하셨다고 해서 그의 모든 잘못을 감싸줄 수는 없는 것이다. 나중에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적도 꼼꼼하게 평가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진보다. 그런데 한 가지 빼놓고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이 신자유주의라는 것!! 신자유주의를 유지하려는 세력은 보수 세력, 그것을 막으려는 세력이 진보 세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들은 바가 있어서 ‘진보’라고 하면 ‘빨갱이’가 연상되어 좀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어느 시대나 꼭 필요한 말이었다. 진보가 없다면 그 시대는 발전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한 말이 인상깊다. 영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미리 나온 말인데, 마음에 울림이 온다.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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