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선생님이 된 CEO - 성공한 CEO, 빈민가 교사가 되다
토머스 M. 블로크 지음, 권오열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연봉으로 100만 달러를 받던 한 세무회사 CEO가 자신의 소명을 찾아 빈민가 공립학교의 선생님이 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세상에 내놨다. 누가 봐도 독특하고 주목할 만한 내용이라 나도 솔깃했다. 특히나 교육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내가 주목한 점은 교실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집중시키고 학습 흥미도를 키워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방향으로 나가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가르쳐본 경험이라고는 짧은 몇몇 순간일 뿐인 한 사업가가 가문의 기업을 내려놓고 빈민가 학생들을 위한 열혈교사가 되기까지의 여러 시행착오와 그 진행 과정을 낱낱히 밝히고 있는 이 책은, 현재 교사가 아닌 사람이 교직에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투신할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알려준다고 보면 좋을 듯 싶다. 그러니까 좀 더 잘 가르치고 좀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굳이 이 책을 선택할 필요는 없겠다. 그 외 더 좋은 책이 많을 테니까. 다만 자신의 소명이 단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빈민가 아이들에게 좀 더 체계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즉 관리 차원에서의 다른 방법이 없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되겠다. 한국이랑 사정이 같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만큼은 여러 주의 다양한 제도를 나열해가면서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과 행정체계가 유동적이고 교육비가 무료인 공립 차터 스쿨 설립 과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 토마스는 아버지가 설립해서 세무업계에서 알아주는 회사로 성장시킨 H&R 블록의 CEO였다. 어릴 적부터 회사의 로비 걸레질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18년 동안 근무했고, 35살에 CEO으로 취임하여 5년 동안 사장 노릇을 했다. 그것도 충분히 잘해냈다. 그는 연봉으로 100만 달러를 받는데 보통 사람들이 평생을 일해도 받아볼 수 없는 금액이라면 남 부러울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일 것이다. 물론 그는 제 사무실에서 틀어박혀 있느라 남들이 부러워한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그런데 끊임없이 회사가 위기가 될 것이라고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고 세금신고기간이 아이들의 농구 시합과 겹쳐서 제대로 된 아빠 노릇도 하지 못하는 것이 그에겐 삶에서의 깊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어릴 적부터 내성적인 성격으로 책상에 앉아 일하길 꿈꿨던 아주 소박한 사람이라 돈을 많이 벌어도 불편하지 않은 평범한 집에서 살고, 낡고 추레한 양복을 입고, 가장 싼 운동화를 신는 그로서는 어쩌면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단 열망이 생겨났을까? 아주 옛날에 누군가를 가르쳤던 경험이 내적인 만족감을 주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과감하게 모든 것을 포기했다. 아버지가 놀라시고 아내가 중년의 위기라고 표현하기도 했어도, 그래서 자신의 결정에 끊임없이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그는 옳은 일을 향해, 자신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고 세상에 유익한 일을 하기 위해 과감하게 나섰다. 처음에는 놀랐던 그의 아버지가 기조연설 때 그의 이야기를 들어서 이야기한 것만 봐도 토마스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윤리적인 결정에는 항상 두려움이 수반됩니다. 어떤 일이 그 결과를 두려워할 정도로 중대할 때, 심지어 명예로운 선택마저도 피해나 손실 또는 슬픔을 초래할 수 있을 때, 그 때가 바로 윤리가 개입되는 순간입니다. 리더에게 있어 그것은 매일 직면하는 대부분의 선택을 의미합니다. (...) 제 가족과 회사와 관련된 힘들었던 결정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아버지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이 이야기를 해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톰이 윤리적인 결정을 했다고 믿습니다. 그는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인물이 되기로 선택했습니다. 그가 되고 싶어 했던 톰 블로크는 아이들에게 인생과 대학교육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학 선생님이었습니다. 그가 가르치는 차터 스쿨은 대기중인 학생 수가 1,000명이나 됩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믿고 행복해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뭔가 달라지게 하고 있다는 그의 생각입니다. 저는 제 아들과 그의 선택에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 p. 299~301


 

한번 사업가는 영원히 사업가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겠다. 현재 미국의 공립학교의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데, 그것을 개선시킬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아이들에게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단순히 그렇게, 좋은 교사로서만 존재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의 본능적인 사업 아이디어는 대학입학준비학교로써 「유니버시티 아카데미」 차터 스쿨의 설립으로 이어진다. 차터 스쿨이란 한 집단의 선생님들에게 새로운 기법과 아이디어를 실행해볼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 자유롭게 운영되는 학교이다. 일면 대안학교와 비슷할 수 있는데 다른 학교에서 적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비전에 알맞게 교칙을 세우고 높은 학습수준을 유지하는 학교인데다가 전액 무료인 공립학교여서 교육비를 지출할 수 없는 빈민가들을 위한 아주 훌륭한 제도이다. 게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시정이 가능하도록 교육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아 개방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토마스도 자신이 머물고 있는 학교를 차터 스쿨로 바꾸고자 하였지만 반대에 부딪쳐 새로운 학교를 설립한다. 이상과 현실의 충돌로 인해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교육의 가장 중요한 재원인 좋은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성장했다. 특히나 가장 큰 어려움은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학교이다 보니까 기초학력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행동거지조차 바르지 못한 아이들이 학교를 벌떼처럼 쑤셔놓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토마스에게 영감을 받은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공개적으로 고맙다고 편지와 선물도 보내주는 등 여러 고무적인 성과도 있었다.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야 하는 차터 스쿨이지만 이만 하면 멋진 변신이 아닐까. 재정적인 부분에서 전혀 이득이 되지 않았어도 마음만큼은 충분히 부자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한국에 차터 스쿨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대단한 후원자가 필요할 듯 하지만, 우선적으로 인식의 변화를 가진 사람들이 더욱 요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업가들 중에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할 만큼 창의적인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미국처럼은 아니더라도 제 기업을 팔아서 교육을 후원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이런 귀한 인재가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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