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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ㅣ Life 라이프 1
이이지마 나미 지음, 오오에 히로유키 사진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정말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크기도 작고 분량도 191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아주 깜찍한 요리책이니까. 표지에서부터도 느낄 수 있는 느낌은 강렬한 포스는 없고, 잔잔하니 삶을 이야기할 것만 같은 그런 요리책... 그래서 그 안에 들어있는 레시피도 별거 없다. 그저 단순하고도 투박한, 우리가 평상시에 먹을 만한 그런 맛이고 요리일 뿐. 그래서 그녀는 주문한다. 일단 자기 나름의 연구는 접어두고,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보라고. 그러면 자신이 맛봤던 그런 행복한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내가 먹어 맛있고, 남이 먹어 기쁘고, 함께 먹을 수 있어 행복한 그런... (p. 9 「첫머리에, 잠깐」)
일본의 요리는 별로 접해보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는 그저 국물이 얼큰하거나 감미롭거나 시원하거나 하기만 하면 되니까 이때까지 먹었던 일본 요리는 우동이 고작이다. 초밥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일본 요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 『심야식당』이란 만화책을 심야에 본 적이 있다. 심야식당은 밤 11시부터 새벽 7시까지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재료가 있는 한에서 최대한 만들어주는 곳인데 그것을 보면서 거기에 나온 요리가 먹고 싶어졌다. 동생이 1권을 스르륵 보곤 “뭐, 끝이 씁쓸하잖아~” 라고 했지만, 나는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등장하는 일본 가정 요리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먹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일본 순정 만화책에는 으레 등장하던 도시락 속의 문어 모양 비엔나 소시지이며, 무절임이며, 초절임이며,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여러 일본의 요리가 추억을 말하는 것 같아서 아마 그 느낌을 같이 향유하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 요리책도 마치 『심야식당』의 레시피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물론 『심야식당』보다야 요리가 별로 나오진 않지만 가정적인 분위기가, 소박한 느낌이 『심야식당』을 읽었을 때랑 비슷했다. 일본이란 곳이 이런 느낌일까 싶을 만큼.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 『심야식당』이 드라마로 나올 때 그 드라마 속 요리를 이 책의 저자가 했다니까 내가 느낀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드라마를 봐야 알겠지만, 그녀의 음식엔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 분명할 테니... 중간 중간에 유명한 사람들의 음식 관련 에세이가 들어가고, 그와 비슷한 분위기의 레시피가 나열되지만 여느 요리책의 삐까번쩍한 느낌은 없어서 좋다. 또한 내가 모르는 일본 요리를 알아간다는 기쁨도 주지만 그보다도 더 좋은 것은 평범한 일본 가정 요리라는 것이란 느낌이다. 이런 소박함을 내가 꿈꾸고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이 책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소박하고 편안한 가정 요리를 알고 싶었다는 것을.
생선, 달걀 부침이나 양념한 채소 등 고명을 얹은 초밥인 지라시즈시, 구운 돼지고기에 생강을 갈아 넣은 간장소스를 부어 살짝 조린 쇼가야키, 찹쌀과 멥쌀을 섞어 만든 경단에 팥고물을 묻힌 떡인 오하기, 고등어를 일본된장인 미소와 갖은 양념으로 조린 사바미소, 잘게 썬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은 된장국인 돈지루 등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일본 고유의 요리도 소개되어 있지만, 우리도 일상적으로 먹는 아주 간단하고도 소박한 요리인 샌드위치, 미트소스 스파게티, 핫케이크, 오므라이스, 주먹밥, 버터 토스트 등도 소개되어 있어 익숙하고도 신선하다.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여기에 나온 레시피대로 해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을 줄 것도 같고, 생전 처음 보는 요리를 만들어보는 스릴도 줄 것도 같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느낌은 소소하고 소박하다는 것, 바로 그런 느낌을 안겨주는 요리책이라 근래에 본 요리책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든다. 일본 여행을 했던 사람이라도, 일본에서 조금 살다온 사람이라도, 심지어 일본을 책으로만 만나본 사람이도 누구나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