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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 자라지 않는 아이 유유와 아빠의 일곱 해 여행
마리우스 세라 지음, 고인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자라지 않는 아이 유유와 아빠의 일곱 해 여행
이 작품을 쓴 저자는 196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카탈루냐어로 작품을 쓰며 2006년 소설 '광대극'으로 카탈루냐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라몬 룰 상을 수상했단다. 1996년 '나의 삼촌'이라는 소설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고, 현재는 텔레비전에서 책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언론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꽤 유명한 사람이다. 물론 소설에 무지한 나는 당연히 스페인을 모국으로 하는, 또한 그곳을 배경으로 하는 그의 소설을 본 적은 없지만 그의 ‘특별한’ 경험을 정리한 이 이야기는 참 마음에 든다. 자라지 않는 아이 유유와 아빠의 일곱 해 인생을 일기처럼 날짜상으로 정리해두었지만 그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우리에게 극적으로 전달해준다. 그것도 경쾌하게, 은유적으로, 심각하지 않게...
‘유이스 세라 파블로’즉, 유유는 자라지 않는 병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 세 살이 되었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유유가 걱정이 되어 찾은 의사선생님께 가서 유유가 가끔 하는 기지개를 행동으로 표현해주었을 때만 해도 그저 발육이 조금 늦되는 것뿐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그 기지개는 간질 발작의 일종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때부터 병원에서 시행되는 모든 검사란 검사는 다 해보았지만 유유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이유조차도. 모든 검사에서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고 참담해지는 그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 수나 있을까. 그러다가 정상의 수준에서 떨어지는 하나의 원인을 찾아 아이가 어떻게 하면 좋아질지 거듭 생각해볼 뿐, 더 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소설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유유는 걷지도, 옹알이를 하지도, 웃지도, 울지도, 먹지도 못한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유유다. 그런 유유를 이 아빠와 엄마와 누나는 세계 곳곳에 데려간다. 유유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계속 해왔던 해외여행을 그만둘 이유가 없었으니까. 특수 제작이 된 휠체어에 유유를 데려다가 놓고 그의 음식이 될 특수분유와 주사기 등 한가득 짐까지 실어놓은 상태로 여러 여행을 해왔다. 아,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긴 하다. 그전에는 비행기로 여행을 했다면 이번에는 자동차로 여행을 한다. 중간에 유유에게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할까. 어딜 가도 응급실을 알아두어야 하고, 응급실에서 꼬박 밤을 새워야 하는 날도 부지기수인데, 왜 꼭 유유를 데리고 다녔을까.
여기에 이 이야기의 묘미가 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것, 이전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것, 아무런 추억도 주지 못한 아이에게서 추억거리를 얻어내려고 노력한 것... 이 모든 것이 다 장애를 가진 아이와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해야 할 목표라는 것을 그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가 없고, 언제 죽을 지도 모른다고 해서 몸을 사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항상 현재를 즐기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좋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아름다운 현재를 저당잡히는 것은 확실치 않는 정보를 믿고 주식에 온 재산을 투자하는 것이나 로또만 믿고 일하지 않는 것과 뭣이 다를까. 추억을 만들기에는 장애가 있고 없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평생을 걷지도 움직이기도 아파하지도 않는 유유이지만, 저자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목적은 이미 달성하고 남았음이 분명하다. 장애가 없는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의 행복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우리가 그냥 저질러 버리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여러 행동이 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잇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면 장애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하루의 가치가 충만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