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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사회 -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볼프강 조프스키 지음, 이한우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이 책은 폭력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목차만 봐도 소름끼칠 내용들이 한가득이다. 질서와 폭력 / 무기 / 폭력과 격정 / 폭력, 불안, 그리고 고통 / 고문 / 구경꾼 / 사형 집행 / 전투 / 사냥과 도주 / 학살 / 사물들의 파괴 / 문화와 폭력 까지 총 열두 가지의 이야기를 가지고 진행된다. 사실 더 끔찍한 것은 따로 있다. 각 목차에 달려있는 소제목들이 바로 그것인데, 일례를 들어보면 [고문]에는 [절대적인 폭력의 공연장, 파적인 환상의 실험실]이란 소제목이 붙어있다. 쉽사리 죽음을 허용하지도 않으면서 고통만 무한정 연장시키는 고문이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 이것을 읽으면서 정말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됐다. 폭력과 학대의 언어로 된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정도로 이해가 되었으니까. 즉, 얼핏 스쳐지나가도 진저리칠 만큼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쉽사리 이해가 되었단 말이다. 물론 저자와 옮긴이의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했겠지만, 이런 변태적이고 사디즘적인 언어를 이해하다니, 그것조차 소름끼친다.
처음에 이 책을 들었을 땐 쉽사리 읽힐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이 정도로 모호한 개념들의 향연이 지속될 줄은 몰랐다. 이해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례 중심이 아닌 이념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뒤범벅이 되어 읽을 때 누군가 방해라도 할라치면 같은 문단을 반복적으로 두,세 번 읽어야 겨우 이해가 될 만큼 어지러웠다. 이해는 되지만 끔찍한 내용을 계속 읽으려니까 힘들었기도 했을 것이다. 특히, [폭력과 격정]편과 [고문]편은 정말 대단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정신적인 고문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이런 끔찍한 글로 인한 폭력에 노출되다니... [폭력과 격정]편에 있는 명망있는 기사 질 드 레의 사디즘 경향의 범죄이야기는 완전 경악할 만하다!!! 여덟 살에서 열다섯 살의 어린 아이들을 마흔한 명이나 살해했는데, 살해도 살해이지만 그 방법면에서 자르고 찌르고 해부하고 성교하고 수간시키는 등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될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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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고문당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일찍 죽는 것은 기술적 미숙함으로, 또 의식을 잃는 것을 짜증스러운 돌발 상황으로 간주한다. 희생자가 고통을 느끼려면, 즉 골수에 사무치게 죽어가는 고통을 느끼려면 적어도 고문이 진행되는 동안은 살아서 의식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 그러나 고문은 신체적 죽음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적인 것의 최종 결정 상태를 뛰어넘는다. 희생자를 모독하고, 그에게 굴욕감을 주며, 그의 사지를 절단한다. (...) 따라서 지옥의 공포는 죽음보다 훨씬 앞서 시작된다. (p. 125~126) |
희생자에게 쉽게 죽음의 안식을 주지 않으려 정교하게 설계된 고문의 교안대로 차근차근 진행시키는 인간을 보노라면 내가 인간인 것이 낯뜨거울 뿐이다. 한 인간의 인격은 깡그리 무시한 채 그저 고통만 느낄 수 있는 고깃덩어리로만 만들어버린 고문을 포함한 이 책에 나온 모든 폭력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사회가 시작되었을 때, 폭력을 없애기 위해 질서를 세우고 대표자를 선택해 그에게 모든 폭력의 권한을 주었더니, 오히려 질서가 없었을 때보다 폭력을 더 많이 양산해내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질서의 딜레마를 일깨워준다. 폭력은 지배계층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없어서는 절대 안될 유지수단이라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정상적이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집권자가 권력을 잡았다면 다행한 일이겠지만, 독재자가 정권을 차지한다면 폭력의 위험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기에 질서가 생기는 순간 폭력은 더욱더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가해자는 피해자의 죽음을 조종하면서, 고문하면서, 살해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극복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모든 인간에게 도래하고 있는 죽음에 대한 불안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전지전능하다는 착각을 갖는 것으로 해소한다니... 정말 인간이 갖는 이기적인 본성에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예전에 형사물 만화책에서 어떤 사람이 살인하는 쾌감을 설파했던 것을 이해못했었는데 그 의문이 여기서 풀렸다. 살인 자체에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좌우하는 데서 쾌감을 느꼈던 것임을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폭력의 역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일까. 그리고 문화와 폭력의 관계는? 사실 지배계층에서 폭력을 사용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시킨 후부터는 인간의 문화는 곧 폭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서, 지배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폭력을 사용하는 한, 영원히 인간 사회에 폭력성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폭력의 도구가 되는 육체를 지닌 존재라는 점에서, 폭력의 희생물이 되는 육체를 가진 존재라는 점에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영원히 폭력과의 결별은 요원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