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의 천공법 - 천천히 공부하는 학습법
도임자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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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신 분은 울산과학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다. 지금은 울산광역시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기셨지만 항상 아이들의 학습법에 대한 관심을 끊이지 않았던 탓에 고민하고 배우고 묻는 과정에서 얻어진 학습법을 실제로 활용해보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 발간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나도 학습에 대해 관심은 많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아이들에게 놀라운 관심과 애정을 쏟으면서 아이들의 ‘팔자’를 바꾸는데 열의를 보이셨다는 것이 대단하다 싶다. 교장선생님으로서 해야할 일도 많이 있었을 텐데... 그러나 그런 분이 계셨기에 많은 아이들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고 이 나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말해서, 현재 아이들이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다못해 중학생들에게 ‘객관적’, ‘주관적’의 뜻을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기초 개념을 알고 있는 것이 더 말이 안 되지 않을까. 그런 아이들에게 마치 순간만 모면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르는 단어를 다 알려주고 꼭꼭 씹어서 입에 넣어주는 방법으로 학습을 지도했던 지난 나를 되돌아보니, 정말 한심했다. 나도 급한 성격 탓에 아이들에게 ‘빨리, 빨리~’만을 외쳐왔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천천히 공부하는 학습법, 즉 「천공법」은 내가 꼭꼭 씹어서 입에 넣어주었던 것을 혼자서 맛나게 씹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습법이다. 인간에겐 무언가를 탐구하려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그것이 책이거나 십자수이거나 게임이거나 사진인 것처럼 그 방향이 다양하게 뻗어나가서 공부와 관계없어 보여서 그렇지, 무언가를 알고 싶고 깨달아가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도 공부를 하고 싶어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자신을 소개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이라면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공부를 할 때의 원동력이 되는 것 중에 힘들고 괴로운데 엄마 때문에 한다든지, 혼나기 때문에 한다든지 하는 것은 길게 가지 못한다. 그저 그 순간만 모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알아가는 기쁨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나는 수년간 학원에 있으면서 수동적으로 엄마 말만 곧이곧대로 하다가 나중에는 공부와 담을 쌓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 엄마가 다니라고 하는 학원이나 과외를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서 이미 그 아이의 안에는 공부에 대한 티끌만큼의 호기심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도임자 선생님은 아이 스스로 깨달아가는 기쁨, 공부를 하는 기쁨을 알려주려고 「천공법」을 개발하셨다. 이 방법은 외국의 여러 학교에서의 교수법도 응용한 아주 단순한 학습법이다. 엄마이든 선생님이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니 아이가 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적절하게 칭찬만 잔뜩해주는 학습법인 「천공법」은 아이 스스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고자 하는 과정이다. 우선 교과서보다 자세한 참고서를 준비해서 정독을 천천히 한다. 그러면서 모르는 단어는 국어사전을 이용해 찾아서 적어놓고 계속 읽는다. 한 번 읽을 때마다 시간을 참고서 여백에다 적어놓는데, 보통 다섯 번은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아이가 자신감이 붙은 것 같으면(혹 아니여도) A4 용지에다가 보지 않고 쓰도록 한다. 다 적어내는 방법으로 한 단원을 끝내면 칭찬을 바가지로 부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선 단원별, 과목별로 제본을 뜨면 이제 반쯤 되었다. 그 다음에 여섯 번째로 정독을 하고 그 다음에 A4 용지에 쓰면 100%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수학과 과학을 방학 동안에 마무리하면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다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 수학, 과학이기에 이렇게해서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주면 다른 과목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학습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습관을 자리잡도록 100일만 엄마 또는 선생님이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다.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으면 놀 궁리만 한다. 그것만 잡아준다면 다음에는 일사천리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할 때 모르는 단어나 문제가 나와도 절대 가르쳐주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찾아낼 때까지 기다리면서 자세는 바른지, 주변 정리는 잘 하는지 꼭 확인하도록 하셨다. 그리고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는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인성을 기본으로 하면 나머지 공부 또한 자연히 따라오기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또한 이 책에는 중등뿐만 아니라 어린 초등생의 이야기도 있다. 우선 고학년이면 같이 할 수 있는데 일단 인성이 중요하므로 인사하기, 자세 바르게 하기, 주변 정리 하기부터 젓가락질 바르게 하는 것까지 손봐 주셨다. 사실 그런 것부터 가정에서 교육해야 하는데, 정말 요즘엔 뭔가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집에서는 그저 공부하는 기계로만 아이를 키우니... 사실 공부 더 잘하는 데 관심둘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을 바꾸는데 더 힘써야 하지 않을까?

 

독일 초등학교에서는 숫자 1에서 10을 배우는데 일년이 걸린다고 한다. 다양한 사물을 가지고 숫자 1을 한 달동안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게 기본부터 닦으면 그 이후에 나오는 어려운 개념은 자연히 스스로 터득할 수가 있단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수업 시간에 졸고 있는 아이들이 태반이고, 수업보다는 과외나 학원을 선호하는 세상이라니~ 정말 근본부터가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근본부터 지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아이에게 바른 자세, 바른 인사법, 바른 교우관계, 바른 사제관계를 가르치고, 점수에 연연하기보다 기본 개념에 연연한다면 충분히 우리도 바뀔 수 있다. 나는 그리 믿는다. 앞으로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든 기본부터 닦아서 성장해나가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으면, 그렇게 도와주는 부모가 정말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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