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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고트프리드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2월
평점 :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란 작품을 옛날부터 들어는 왔는데,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원래 있었던 작품은 '라스페'란 사람이 썼던 것이고, 독일 지방 이야기가 타국에서 그것도 영국인에게서 쓰인 것을 발견한 뷔르거가 뺄 것은 빼고 덧붙일 것은 더해서 만들어나온 것이 바로 이 책,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이라는 것이다. 이 책말고도 다른 책으로도 명성을 얻었던 뷔르거이긴 하지만, 익명으로 출판해 모든 권한을 출판인 디터리히에게 넘겼던 이 책으로 기존의 작품보다 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독일 지방에서 구전되었던 이야기들과 그 당시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이 잘 머무려서 구성한 이 소설은 참 독특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나열해놓으면서도 그것이 꼭!! 진실임을 재차 강조하는 것이 바보스럽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아니면 청자를 바보로 아는가하고 화가 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까 한편으론,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점차 어리석어지고 있는 민중들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경각심을 주기도 한다. 혹 나는 어떤 기사에 혹해서 덮어놓고 믿었던 적은, 혹 나는 어떤 광고에 혹해서 덮어놓고 물건을 사들였던 적은 없었던가...?
많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소설은 그 지역에서 유명한 여향가로, 군인으로, 영주로 존경받고 있는 뮌히하우젠이 술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를 한 토막씩 꺼내 들려주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한겨울에 러시아로 여행갔던 사연, 오리와 메추라기와 흑여우와 멧돼지와 곰과 늑대와 토끼를 사냥했던 사연, 명마를 얻었던 사연, 터키 군대랑 싸운 사연, 포탄에 타고 날아올랐던 사연, 도끼를 달에다 던진 사연 등과 같은 육지에서 일어난 모험들과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 한 나무가 뽑혔다가 추장이 죽은 사연, 바다에서 배를 부셔버리는 괴물 고래를 만난 사연, 커다란 물고기 안에 들어갔던 사연, 몇날 며칠 날고 있던 열기구를 구해준 사연, 재주 많은 하인을 구한 사연, 술탄과 내기한 사연, 곰 가죽에 들어가 곰 한 부대를 다 전멸한 사연 등 바다에서 벌어진 모험들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 이야기 중에는 구전되어 나도 익히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더 독특했던 것은 성경의 인물들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다윗과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의 이야기도 얼핏 흘러나오는데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의 기독교적인 사회 모습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뮌히하우젠 남작은 사람도 몇 죽였는데 그것은 하나같이 포탄에 실려 날려가거나 어떤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의해서 발생된다. 그런데 꼭 죽은 사람들은 악독한 추장이거나 농부이고, 그들의 행위를 꼬집어 비판하기를 대놓고 하는데 자기 고향 사람들을 용병으로 돈 받고 팔아넘겼다는 이야기까지 나와서 그 당시의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이 간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 걔중에 참신한 생각도 있긴 하지만 - 언제까지 읽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이렇게 풍자기법으로 기득권자들을 대놓고 조롱하는 것을 보니까 이 책이 출판되었을 당시에 불티나게 팔렸던 것이 이해가 간다. 지금과는 접목이 되는 사건이 별로 없는 데다가 1780년에 발표된 작품이니만큼 시대적인 착오가 뭉텅뭉텅 눈에 띄는 터라 개연성이 너무 없는 점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18세기 당시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과히 나쁘진 않은 작품이다. 사실 개연성이 너무 없어서 읽는 내내 머리가 아팠던 탓에 썩 좋은 평가가 나오진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편파적이란 생각은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