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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성질, 한 방에 보내기? -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의 성질 개조를 위한 심리 처방전
하지현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개 같은 성질, 정말 한 방에 보낼 수 있을까?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서문에서 말하길, 정답은 ‘아니다’가 맞단다. 그러나 완전히 180°로 바꿀 수는 없지만, 360°를 찍고 돌아오면 사람은 좀더 성숙해지고 자신을 좀더 잘 제어할 수 있기에, 시도조차 안 해보는 것은 문제라고 확신한 답안을 내놓는다. 처음 제목에 홀려서 본 서문에서 ‘아니다’라고 제시해버리니 완전 김새버렸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다양한 경우의 상황을 직접 접한 전문가답게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싶을 정도로 청산유수로 흐르는 문제점 지적에 내심 반해버렸다. 책을 많이 냈었는데 한 번도 그의 책을 접하지 못해서 그의 명쾌한 해설에 마음이 끌렸달까. 해결책이 더 중요하긴 하지만 처음엔 그의 문제점 지적에 더 감동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나니깐 이럴 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다양한 나의 모습, 직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 천차만별인 애정 관계의 모습, 가깝고도 먼 가족들의 관계들이 조목조목 나열되는데 걔중에는 끔찍한 이야기도 더러 있었지만, 대개 우리가 만나봤음직한 사람들과,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 중 내 모습과 겹쳐지는 사연도 몇 군데가 있었는데,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갈대같은 것이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그때마다 내가 표출하는 모습이 정말 달랐다는 것이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이런 사연들이 다 이메일로 저자에게 온 사연인 것 같은데, 그들에게 듣기 편한 말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일례를 들자면, 결혼 전에 맞아본 적이 있었는데도 결혼한 한 주부가 맞고 사는 남편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완전 따끔하게 답변한 것이 그것이다.
맞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때리는 사람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은 당연하지만, 더불어 그것을 허용하려는 피해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해자가 점점 더 그렇게 공격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주장을 했다. 처음 맞을 때 격렬하게 제지를 하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사를 표현해야 설사 배우자가 호전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이었을지라도 그런 성향이 학습되지 않고 제어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한 번 맞았다면 절대로 결혼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결혼했다는 것은 그런 폭력성을 조장한 것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솔직히 연인 사이에 폭력이 오가면 그 후엔 무섭지 않을까. 어떻게 그런 사람과 계속 사귀거나 결혼까지 할 수가 있는 것인지... 혹 그런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을 강하지 않은 것인지... 그래서 저자는 자신에게 동정심을 유발해서 위로의 말을 듣기 위해 이메일을 보낸 것이냐고 따끔하게 혼줄을 낸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주위에 동정심을 유발해서 그것에 기대어살려고 하는 것이라고... 정신과 전문의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기에 정말 신기했다.
보면서 가장 뜨끔했던 부분은 [친밀한 관계일수록 부담스러운 이유]였다. 정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몇 번 만나서 이야기가 오고가고 갑자기 너무 좋아지는 마음이 생기고 마음이 많이 들뜨다가 어느 순간 그 사람에 대해 나쁜 점을 찾게 되고 그러면서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것을 이 책에서 보니까 꼭 내 마음이 그랬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내 모양새가 약간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흡사하니, 혹 내가 그렇게 사람들간의 ‘최적의 거리’를 찾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어릴 적엔 그것이 심해져서 아직까지 안 보는 사람도 있는데, 이제는 좀 둔해졌는지 그런 마음이 들면서도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나가는 편이다. 어쩜,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런 ‘거리’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속 시원하게 서로에게 원하는 것, 기대하는 것을 밝히면서 관계를 이어나가라고 하는데, 사실 내겐 그게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야 해보고 실패하는 것이 좀더 성숙하는데 더 도움이 될 테니 꼭 시도는 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