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아이단과 마지막 폭풍 기사 아이단 시리즈 3
웨인 토머스 뱃슨 지음, 정경옥 옮김 / 꽃삽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기사 아이단과 마지막 폭풍』은 기사 아이단과 비밀의 문시리즈의 완결편이다. 그 전의 2편에서 긴장감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훨씬 기대가 많이 되었던 소설이었는데, 드디어 만났다. 상큼발랄한 녹색으로 된 표지도 마음에 들고 도톰하니 두께감이 있는 것도 반가웠다. 그전까지는 알지도 못했던 판타지 소설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시리즈와 『반지의 제왕』시리즈 덕에 접하게 되고부턴 판타지 마니아가 되었는데, 이번 시리즈는 표지부터가 마음에 든다. 가끔은 읽고 싶어도 너무 유아틱한 표지이거나 촌스러워 보이는 표지 덕에 - 예를 들면, 예전『퍼시 잭슨과 번개도둑』표지같이 - 안 보고 싶을 때가 많았었는데 참 다행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번 완결편을 읽으면서는 정말 독특하게 느껴진 것이 많았다. 2권을 읽으면서는 거의 느끼지 못했던 점이 있었는데, 3권에서는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는 요소들에게 포위당했으니까 말이다. 두란노의 한 계열사인 꽃삽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니만큼 이 책에는 기독교적인 요소가 군데군데 많이 보이는데 2권에선 약간 그런가 하고 말 뿐이었다면, 3권에서 본격적으로 그 후광에 난타당했다고나 할까. 특히 마지막의 결말이 마치 그리스도의 부활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영화로 먼저 접한 『나니아 연대기』에서도 ’아슬란’이 아무 이유없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고 부활한 장면에서 몸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었는데 이 책의 마지막도 약간 그러하다. 하긴 그 때쯤이면 그러한 모습을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으니 그렇게까지 감동적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사 아이단이 열두 번째 기사로 렐름에 들어가서 모험을 하고 온 이후에 렐름에서 만난 글림스 그웬의 쌍둥이인 앤트워넷을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났던 것이 2권의 시작이었다. 렐름의 세계를 믿는 앤트워넷은 처음부터 아이단의 단짝 친구가 되었지만, 상황이 급박한지라 아이단과 만난 지 얼마 안 있어 렐름에서의 부름을 받았다. 그때 렐름에 가서 선택받은 기사로서의 임무도 중요하지만 아이단에게서도 가장 중요한 부탁을 부여받았다. 자신의 단짝인 로비의 글림스인 컨 경을 돌봐달라고, 혹은 죽이지 말아 달라고. 완결편까지 다 읽고 생각하니 그 이유가 앤트워넷이 렐름으로 간 분명한 목적이었을 것이란 확신이 섰다. 세 번이나 컨 경과 대결을 벌이면서도 끝까지 죽이지 않고 설득하려는 앤트워넷이 의아해 죽이지 않고 그녀를 생포해 좋은 먹을거리를 주고 심지어 그녀의 검까지 찾아주었던 것을 본다면 컨 경도 분명히 앤트워넷의 마음을 이해했을 테니까, 그리고 더 나아가 엘리엄 왕이란 존재도 조금씩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충성을 바칠 수도 있다고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또한 좋은 깨달음도 하나 얻었다.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면서 엘리엄 왕은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는데 사실 그 명령은 별 소득이 없는 내용이었다. 이미 파라고어가?? 없는 일이었고 게다가 그 때문에 소중한 군사들까지 잃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살다 보면 아픔과 어려움만 남아있을 일을 하라는 부름을 받을 때가 있다. 하나님이 친히 말씀하시든, 부모님이 시키든,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내게 한 임무를 부여받았을 때 정 얻지 못한 것 같았던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지 않나. 하지만 멀리 내다볼 수 없는 인간적인 눈으로만 봤을 때, 단편적안 한쪽 측면에서만 바라보았을 때는 실패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도 하나님의 눈으로 본다면 전혀 다른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중한 두어 명의 군사를 잃고 전문적인 군사 수천 명을 얻었다면 절대 그것이 실패라곤 할 수 없지 않은가.

 

"폐하를 오래 알지는 못했지만 그게 폐하의 방식이에요.

그러니까 저도 왜 모든 일들이 그렇게 일어나야만 했는지 오랫동안 궁금했어요. (...)

아이단도 절대 만나지 못했을 거고요. 그 다음에는 아이단이 왜 이사를 가야 했는지 궁금했죠.

하지만 아이단은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앨리블에 대해 알아야 했어요.

 그래야 내 머리에 진실을 심어 줄 수 있었을 테니까요.....

내가 이곳에 오도록 하기 위해 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나야 했어요."

(p. 398-399)

 

여기 또다른 엘리엄 왕의 추종자의 고백이 있다. 눈물을 흘리면서 뜨겁게 타오르는 가슴을 부여안고 울부짖는 그의 고백이 너무 값지다. 아아, 맞아! 내가 이제까지 슬퍼했던 모든 일들은 사실 나를 위해 준비했던 것이었구나!! 내가 이렇게 성장하기 위해서, 그 수많은 일들을 미리 준비하셨던 것이었구나!! 그것도 모르고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을 주시냐고 울부짖었던 것이 너무 부끄럽다. 그래, 이런 소중한 교훈을 안고 또 하나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