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에 읽는 긍정의 한 줄 긍정의 한 줄
스티브 디거 지음, 키와 블란츠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잠을 자기 전에 사람들은 보통 무슨 생각을 할까. 지쳐쓰러지기에 바쁜 내 동생은 아무 생각도 안 할 것이고, 내일 스케줄을 생각하기에 여념이 없는 언니는 머릿속으로 바삐 돌려보기에 바쁠 것이고, 읽고 싶었던 책을 끝까지 봐야지만 겨우 눈을 붙이는 나는 머릿속으로 한 권의 책을 구성하느라 바쁘겠지. 허나 이런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잠들기 5분 전에 이루고 싶은 꿈을 상상하면, 즉 시각화하면 그 꿈에 더 가까이 다다갈 수 있다고. 그렇다면 잠들기 전에 잠깐 좋은 글을 읽는 것은 어떨까. 아마 그도 비전을 구상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말 몇 마디가 수고했던 오늘을 위해 격려를 해주고, 찬란한 내일의 힘을 내기 위해 에너지를 북돋워준다면 그것 또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이 아닐까. 그러니까 비전을 위해 자기계발을 한다고, 업무를 완벽히 처리한다고, 높은 실적을 낸다고, 좋은 학벌과 실력을 쌓는다고 이리저리 바쁘게 굴렸던 몸을 잠깐이나마 뉘어놓고 하릴없이, 아무런 목적없이 손이 넘겨지는대로 아무 곳이나 펼쳐들어 깊숙하게 빠져든다면 그것도 영혼을 위해 쉼을 주는 것일 게다. 이 책은 그래서 바쁜 요즘 현대인들을 위해 마련되었다. 손으로, 발로, 몸으로 구슬 땀을 흘려가며 수고했던 과거에는 몸을 움직이면서 머리를 비우고 명상을 할 수도 있었는데, 정신없이 돌아가는 요즘 세대에서는 그나마도 불가능하니 이렇게 아예 명상을 위한 시간을 비워두어야 하니까!!

 

그래서 365일로 구성된 『잠들기 전에 읽는 긍정의 한 줄』이 나왔다. 전에 나온 린다 피콘의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르게 얌전하고 점잖으면서 은근하고 절제된 매력이 넘친다. 막 잠을 들려고 하는데 밝고 경쾌하고 말랑말랑 푹신푹신 쾌활한 분위기보다야 이쪽이 훨씬 밤에 어울린다는 것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자면, 린다 피콘의 책보다는 스티브 디거의 이번 책이 훨씬 더 내 취향에 맞다. 번쩍 번쩍 빛나는 비닐 재질은 아무래도 너무 화려하니까. 이번의 『잠들기 전에 읽는 긍정의 한 줄』의 표지는 꼭 목재로 깍은 듯한 느낌이 드는지라 볼 때마다, 만질 때마다 훨씬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도 했다. 속지는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마음에 든다. 내가 만들었어도 이렇게 고풍스럽게는 못 했을 것처럼, 딱 내 마음에 쏙 들게 했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보면서 쓸데없이 궁금증이 들었다. 이런 책을 하나 내려면 알고 있는 격언이나 경구가 적어도 365가지는 되어야 하는데, 어디서 그 많은 것을 찾아낼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는 한 나라의 속담도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죄다 유명한 사람의 말씀들 뿐이니, 책을 많이 보지 않으면 안 되었겠다라는 좀 다른 교훈을 하나 얻어가지고 왔으나 책 한 권을 읽어도 거기에서 좋은 글귀 하나 기억하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정말 불가능한 일일 뿐이다. 그러니 나 같은 이는 이렇게 책을 사보면 될 일이라고 바로 합리화해버리고 말았다. 팔아주는 사람도 있어야 만드는 사람이 좀 더 많이 생기지 않겠냐며...

 

이렇게 매일 읽게 되어 있는 책에서 가장 먼저 펼쳐 보는 부분은 아무래도 개인적인 기념일일 것이다. 꼭 그 경구는 내게만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번 것은 ‘샌드라 비리그’의 말이었다.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불완전한 것들을 완전한 것들과 똑같이 가치 있게 여기기 위한 방편이다. (p. 1023)」 역시나 내게 꼭 필요한 말씀을 주셨다. 요즘 들어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내가 다 용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부쩍 느끼고 있는데, 어쩜 딱 맞는 말씀을 주실까. 내 안의 99.9%를 차지하고 있는 불완전함도 가치가 있기에 그것을 이해하고 용서하길 바라는 그 분의 마음을 느낄 때면 어찌나 감격스러운지. 그래도 쉽지 않은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안 것만 해도 어디인가. 이전까지는 그것조차 알지도 못하고 살았었는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유명하거나 유명하지 않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말이 얼마나 내 가슴을 울리는가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이 책은 소중히 품어서 잘 때마다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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