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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평점 :
역시나 기욤 뮈소다. 읽는 내내 박진감 넘치고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했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로 처음 그를 만난 2008년의 기쁨을 잊지 못했다는 듯이 이번에도 2009년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는 책이 되었다. 이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익히 알고 있어서 그런지 책장을 넘기는 내내 가슴이 살짝 떨리곤 했다. 가브리엘과 마르탱... 그 수줍은 사랑이야기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도 이어지는 사랑의 의미는 어떨까? 여느 사랑과는 다른 무슨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십삼 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난다고 해도 그 때 그 마음일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러면 그 때까지 기다린 시간이 다 무엇이지...?
우리는 사랑을 꿈꾼다. 그저 덧없이 한 순간에 머무고 말 그런 짧은 사랑이 아니라 찬란하고도 영원할 그 아름다운 사랑을 말이다. 아마 우리가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것은 그것이 그것의 존재가 희귀하다는 반증이 아닐런지... 여기에 가브리엘과 마르탱의 사랑과, 발랑틴과 아키볼드의 사랑이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죽어버려서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한 커플과, 철없는 오만과 상대에 대한 서투른 배려로 사랑을 가두어둔 한 커플... 이 커플들 중에 어느 쪽이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추억만 남은 커플? 아니면 후회로 점철되었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커플? 둘다 아닐 것이다. 사랑은.... 어디에 갇힌 존재도 아니고 아스라이 사라지고 말 추억만으로도 존재할 순 없는 것이니까.
십삼 년 전에 가브리엘은 평생의 사랑을 버렸다. 그리곤 그렇게 평화없는 삶을 살아나갔다. 가브리엘에게 버림 받은 마르탱은 세상을 버렸다. 세상에게서 취할 수 있는 것을 취하려하지 않고 그저 세상을 떠돈다는 느낌, 바로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자신에게는 소중한 것도, 중요한 것도 없으니까. 그러던 두 사람이 운명의 장난으로 다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우한다. 다시 사랑을 찾겠다고 달려드는 가브리엘과 그런 사랑에게 상처를 주고픈 마르탱의 철없은 객기는 결국 .... 온전한 사랑으로 이해하는가 싶었지만.... 사랑에 배신당한 사람의 광끼를 무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 마르탱은 모든 것을 이해한다. 사랑, 그것은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린 시절 다른 사람의 사정을 돌아볼 여유가 요만큼도 없었던 그 때와는 다르게 사랑하기에, 사랑하기 때문에 인내하고 참고 기다려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말이다. 평생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는 험난한 과정을 지나와야 한다. 평생의 사랑이라고 선택했던 것이 잘못된 것이라 밝혀질 수도 있고, 눈이 가려져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르고, 순간적인 이끌림과 화학작용으로 인해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을 만큼 사랑의 길에는 온갖 유혹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 두려움의 껍질을 깨고 나와 사랑에게로 손을 내밀었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험난한 일이 닥쳐와도 조금은 더 용감하게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가브리엘과 마르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