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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2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과거에 탄생했고, 현재 진행 중이며, 미래에도 살아 숨 쉴 클래식을 위해!
사실 부제로 붙어있는 위의 문구는 한 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다. 어머나!! 클래식이 현재 진행 중이라니~~~ 정말 그런가? 클래식이 과거에 탄생했단 말은 당연한 말이고, 클래식이 미래에도 살아 숨 쉰다는 것은, 교양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피아노 배우는 것은 기본이고 현악기 하나 정도는 켜본 적이 있는 것이 요즘 추세이니 끝까지 붙어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것이, 클래식이, 현재에도 진행 중인 줄은 결단코 몰랐다.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단 말이야? 으음, 그건 과거에 다 끝난 것이 아니였나. 가만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걸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클래식이 만들어졌던 그 당시에는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작곡가들도 연주를 해야 먹고 살 수 있었다니까 작곡가들도 엄청나게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을 텐데, 그렇다면 하나의 곡이라도 누구의 연주인지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악마와 뒷거래를 해서 엄청난 바이올린 실력을 얻어냈다는 파가니니 같은 작곡가들만 있었다면 그런 일이 빈번했을 것이다. 듣기로 그 당시에는 안 그랬지만 지금은 누구의 연주라는 레이블을 붙인다니까 아마도 그것이 클래식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에도 더욱 실력을 갈고 닦는다면 지금 작곡을 하진 않더라도 연주 실력만 가지고도 클래식의 이름을 드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은 저번에 나왔던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의 후속작이다. 한 권으로 클래식에 대해 말하기에는 너무 감질날 만큼 많은 인물들이 빠졌다는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만든 책인데, 저자는 글을 쓰는 것보다 이 책의 내지에 들어갈 포즈 잡는 데 더 힘들었다고 엄살이다. 이렇게나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말이지! 사실 음악인 중에서 저자만큼 음악에 대해 아는 사람은 찾아보면 수두룩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책이 특별한 것은 음악에 대해 갖는, 클래식에 대한 그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톡톡 튀기 때문이다. 그가 범상치 않은 무대로 유명한 현악사중주 콰르텟엑스의 리더인 만큼 너무 평범한 책이었다면 그게 오히려 놀랄 일이었을 것이지만. 한 인물씩 똑똑 나누어서 설명하는데, 화가들을 설명할 때처럼 그가 태어난 곳의 분위기, 가정 형편과 가계도를 꼼꼼하게 정리해서 우리가 알면 이해하기 쉬울 만한 것들만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사실은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다지 낯설거나 어렵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 이렇게 엄청난 시간을 거꾸로 이동하여 과거의 사건을 글로 읽으면 조금 어색하거나 부담감이 있기 마련인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고 생각하면서 봐서 그런지 딱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너무 친근해서 그 당시의 연대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까.
가장 좋았던 것은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들을 엄청 배려한다는 것이다. 워낙에 많이 아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자기 만큼 많이 알고 있으거라 착각하면서 어렵게 설명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봤을 때 솔깃할 만한 비유나 사람, 사건 등을 들어서 적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딱이다. 비발디만 해도 사진을 보여주면서 방송인 ‘신정환’이랑 엄청 닮았다고 난리를 떨면서 소개해주니까 머릿속에 딱 박혀버려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사람들도 사랑을 하고, 일을 하고, 술도 먹고, 놀이도 하면서 살아왔을 것인데 왠지 나로선 그런 모습들이 상상이 안 되니까 어려웠던 것인데 말이다. 적당히 게으르기도 하고, 적당히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 그런 여러 군상들을 보면서 위대한 음악가들도 인간일 뿐이구나 하는 새삼스런 생각이 든다. 아주 매력적이지 않나. 그렇기에 그의 책은 3권, 4권... 이렇게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