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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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셀러브리티!! 그녀들을 닮은 소설이 나왔다. 바로 정수현 작가의 『셀러브리티』가 바로 그것이다. 린제이 로한, 패리스 힐튼, 빅토리아 베컴, 안젤리나 졸리, 제니퍼 애니스톤, 다이애나 비, 마지막으로 오드리 햅번까지 빼놓을 수 없는 셀러브리티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고나 할 수 있겠다. 평소 내가 가진 그녀들에 대한 생각은 정신없다, 산만하다, 생각없다, 품행이 방정하지 못하다 등등의 부정적인 것 뿐이었었는데, 발랄 상큼 유쾌한 이 소설로 인해 조금은 바뀌었다. 물론 부정적인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도 조금은 진정성이 있다는 것으로 생각이 조금 수정되었으니까. 다만 궁금한 것은 이런 칙릿소설의 주인공은 다 잡지사 기자일 수 밖에 없을까 하는 것이다. 전에 봤던 『스타일』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앞으로 몇 권 더 보면 조금은 식상하다고 생각될 텐데... 하긴 이 소설은 전자에 비해서 너무 톡톡 튀어서 만화에 근접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니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 그러니 뭐, 상관없나...? 하지만 좀 아쉽다. 여덟 살이나 어린 꽃미남과의 러브스토리는 다른 현실성 있는 직종에선 좀 불가능하지 않나 해서...에구...

 

어릴 적 꿈이 ‘공주’였으나 실현 불가능한 꿈인 것을 깨닫고 진로 수정했던 것이 바로 셀러브리티였던 주인공 백이현은 셀러브리티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거란 꿈을 안고 가십을 짜깁기해서 파는 〈플러스 텐〉의 기자가 된다. 좀 더 품격있는 잡지사에 들어가봤지만 너무나 짠 인턴월급에 눈물을 머금고 나와 들어간 곳이었다. 그녀는 사실 기자가 될 만한 성격은 아니였다. 더군다나 연예부 기자는. 냉정하게 보는 경쟁자 강윤지 기자가 한 말이니 아마도 맞을 것인데 그것을 아직 모르는 백이현은 한심한 린제이 로한 기획기사 짜깁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 맞닥뜨린 세계 최고의 한류스타 윤상현!!! 그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와 캐리 팍스와의 밀회 사진만 찍으면 받을 수 있다는 인센티브 생각에 편의점에서 본 그의 차에 냅다 들이박아 버린다. 그래서 시작된 인연이 묘하게 꼬여간다.

 

사진만 넘기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것인데, 그러면 그는 그의 길을 가고, 그녀는 그녀의 길을 갈 수 있을 터인데, 어찌나 착하신지 우리의 백이현 기자는 윤상현이 언급한 ‘그쪽’이야기에 엉겨붙어서 협상하기로 한다. 아마도 왜 그러고 사냐는 듯한 상현의 경멸조의 눈초리를 받고 난 뒤부터 발끈한 이현의 심기가 발동한 것이겠지. 현실과 타협해버리고 만 이현도 그의 그 눈초리만큼은 참아넘길 수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일까,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그 이후에 동거하게 된 상현의 조카 환 덕분에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는 상현의 제안을 받게 되고, 여기에서부터 깜짝 놀랄 반전이 시작된다. 만약 나였다면 밀린 카드 값을 갚고, 차도 하나 근사하게 뽑고, 집도 넓은 데 이사가지 않았을까... 우선 난 협박을 한다든지 하는 간 큰 행동은 못했겠지만...

 

아마도 서로에게 느낌이 오간 것은 아닐까. 아예 여자로도, 인간으로도 보지 않았으면 이현의 도발에 상현이가 그렇게 대답해서는 안 되었다. “걱정 마. 너 같은 애는 약.혼.녀.로.도, 바.람.피.울.상대로도 두지 않을 거니까.” 처음에 상현의 이 대사를 봤을 때 그리 생각했다. 아마도 상현에게는 이현이 여자로 보이는가 보다고. 물론 외모로나 몸매로 보나 평소 상현이 보는 여자들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그저 느낌이, 어리숙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매력에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이 소설을 보는 중간중간 이현이가 너무나 엉뚱하고 민망한 짓을 윤상현 앞에서 많이 저질러서 몇 번이나 책을 덮었다가 다시 보고, 또 덮었다가 다시 봤지만 아마도 그 때부터 예감했었다. 아하, 저 둘은 되는가보군!! 사실 일반인이 유명 연예인과 연결된다는 것이 쉽지도 않고, 그렇기에 그런 소설도 별로 없는 것로 알고 있어서 이렇게 연결될 줄은 몰랐었는데 나름 신기하고 유쾌했다.

 

다른 사람에게 우러러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 선망받고 싶어하는 마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 누구든지 왜 없을까. 다들 있지만 다른 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나름 잘 갈무리하고 있는 것일 뿐. 그런 대상이 셀러브리티는 아니여도 누구든 닮고 싶은 사람은 한 명씩 있을 것이다. 그런 존재가 있다고 해서 부끄러운 것도, 해로운 것도 아니지만 그 열망이 너무 커지지 않게, 특히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커지지 않게 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 마지막에 이현이가 용기를 내었던 것도 그런 이유이니까. 가끔은 이런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을 보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긴 한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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